[조문성의 북한일기] 국제친선관람관은 북한의 명물…묘향산 관광객은 자연보다 관람관을 더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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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15   |  발행일 2016-01-15 제34면   |  수정 2016-01-15
[조문성의 북한일기] 국제친선관람관은 북한의 명물…묘향산 관광객은 자연보다 관람관을 더 많이 찾는다

◇2003년 8월11일 월요일 맑음

새벽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묘향산 계곡을 따라 산책하는 즐거움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일행은 이구동성으로 “세계 어느 곳에도 묘향산처럼 자연을 그대로 잘 보전한 곳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자연환경을 관광사업과 연결시키지 못하는 북한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한다. 산 입구에서 조금 올라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마을이 있다. 50여호는 될 것 같다. 몇 년 전 나진에서도 느낀 의문인데 마을의 생활폐수를 어떻게 처리해 어디로 흘려보내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다. 마을과 맞닿아 있는 바닷물이 참으로 맑고 깨끗했다. 한국에서라면 묘향산과 계곡, 나진 앞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국제친선관람관’은 북한의 명물이다. 묘향산을 찾는 관광객은 자연보다 이 국제친선관람관을 관람하러 온다. 김일성 부자의 선물들을 전시해 놓고 기념관을 별도로 건축했다. 김 부자를 과시하기 위함이다. 관람관 입구에 앉아 있는 흰 조각상이 위엄을 풍긴다. 북한 관광객은 조각상 앞에서 절을 한다. 이 관람관은 산의 모습을 그대로 두고 산을 뚫어 만들었다. 밖에서 보면 전통 양식이다. 산의 모습을 다치지 않고 산과 조화를 이루게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거대한 공간이 나타나는데 김지항이라는 사람이 설계를 했다고 한다.

1978년 개관한 김 수령 관람관 규모는 5만㎡다. 150개의 방에 외국 국가원수급, 실업인, 종교인, 정치인 등에게서 받은 선물들을 진열해 보관하고 있다. 창은 하나도 없다. 사철 내부의 습도와 온도를 전기로 조절하고 있다. 직원은 700명 정도라 한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2만㎡ 규모의 김정일 장군 관람관이 있는데 현대식 건물이다. 두 건물 모두 지하 2층으로 건축돼 있다. 높은 층고에 넓은 통로, 대리석으로 마감한 바닥의 넓은 면은 정교하게 잘 마무리했다. 남한의 역대 대통령 중 김영삼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분의 선물도 전시돼 있다. 이러한 건물을 불과 2년 안에 완공했다고 한다. 건설 장비가 열악한 상태에서 건물을 빠른 시일에 완공했다고 하니 작업에 동원된 사람의 피와 땀은 얼마나 되었을까, 가슴이 저려온다.

향산호텔 계곡 가에 점심이 마련돼 있었다. 점심을 기다리는 동안 계곡에 발을 담그고 온 몸과 마음을 정하게 다듬었다. 기념사진도 찍었다. 호텔 여직원의 모습도 사진에 담았다. 식사 후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평양으로 돌아왔다. 오늘 저녁은 김 총장의 초대로 전극만 북한 교육성부상과 그 일행이 함께 자리를 했다. 고려호텔 커피숍에서 김 총장께서 나를 소개하자 전 부상이 “조 부장 이름은 많이 들었다”고 하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민족 식당에서 만찬을 했다. 요리가 상 위에 오를 즈음 김 총장께서 전 부상에게 “술 한잔 하시지요”라고 했다.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라고 전 부상이 대답했다. 술을 안 마시는 김 총장은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모두 술을 마시지 않으니 술 마시는 사람의 심정을 알 리 없다. 일행 중 유일하게 술을 마시는 사람은 나다. 내가 나서서 재차 술을 권했다. 술이 나오자 전 부상은 술병을 들고 일어서서 우리 측으로 다가와 모두의 잔에 술을 따른다. 건배가 끝나고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 북측 대표단 쪽으로 건너가 전 부상과 일행의 술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술이 두어 순배 돌 즈음 나를 무대로 불러냈다. 사향가를 불렀다.

전 연변과학기술대 건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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