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피싱 & 피플-장진성 제주 압둘라호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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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22   |  발행일 2016-01-22 제39면   |  수정 2016-01-22
“정년 없는 낚시꾼 삶이 꿈이었다”…엄친아, 교수직 버리고 낚싯배를 사다
20160122
[1] 대학교수라는 명예와 지위를 내려놓고 ‘꾼의 삶’이라는 자신만의 꿈을 가꾸어가는 장진성 제주 압둘라호 선장. 한 낚시꾼이 걸어낸 부시리를 뜰채 안으로 담아내고 있다.[2] 장진성 선장이 막 낚아낸 씨알 좋은 방어를 들어 보인다.[3] 장진성 선장의 꿈을 함께 일구어가고 있는 압둘라호. [4] 압둘라호의 키를 잡고 거친 바다를 헤쳐가고 있는 장진성 선장.

흔히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삶이 최고’라고 하지만 그걸 실천하는 건 사실 어렵다. 많은 젊은이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끝내 좌절하는 건 ‘Dreams come true’가 아니라 대부분 그저 ‘드림(dream)’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사람의 삶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대학 교수라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안정된 직장과 지위를 버리고 그저 낚시가 좋아 낚싯배를 모는 사람. 장진성 제주 압둘라호 선장(47)이다.

◆대학교수직 던지고 Dreams come true

장 선장은 전직 대학교수다. 불과 재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제주관광대 레저스포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2014년 1학기 종강 후 그는 대뜸 학교에 사표를 던졌다. 학교를 나온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낚싯배를 사는 거였다.

“대학교수라는 직업? 남들 눈에는 그럴싸해 보여도 그거 아주 답답한 일이에요. 일상이 항상 똑같거든요. 학사일정 짜고 강의 준비하고 논문 쓰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일상이 싫어 대학교수직을 던지고 낚싯배를 몬다? 누가 들으면 배부른 소리 같지만 그에게는 낚시가 꿈이었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그는 지위와 명예를 던졌다. 연로한 부모님이 가장 먼저 반대를 했다. 당연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운동생리학으로 석사학위까지 받은 아들이다.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후 드디어 대학교 강단에까지 선 아들이다. 인생 탄탄대로에 들어선 아들이 갑자기 낚싯배를 몰겠다는데 어느 부모가 가만히 있을까? 물론 그도 안다. 낚시는 그저 취미로 삼고, 계속 대학에 머물러 있으면 내년쯤이면 학과장 보직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그러나 현실의 유혹은 그의 ‘꿈’을 이기지 못했다. 정년 없는 낚시꾼의 삶. 그것이 그의 꿈이기 때문이다.

정 선장이 꿈꾸는 ‘낚시꾼의 삶’은 어쩌면 태생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을지 모른다.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자란 그에게 바다는 삶의 전부였다. 어려서부터 낚시를 다녔고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에서 대학교에 다닐 때도 틈만 나면 그는 낚시를 했다.

“대학교와 대학원 생활 10년 동안은 붕어낚시를 했어요. 주로 혼자 출조를 했죠. 지금은 낚시꾼 사이에 꽤 유명해진 박현철씨 등 붕어낚시 전문꾼들을 그때 다 만났지요.”

그러다가 장 선장은 10여년 전인 2005년 처음 루어낚시를 접했다.

“갯바위 찌낚시를 하는데…, 입질이 없는 거예요. 이때 루어낚시를 시작했어요. 에깅이나 농어루어낚시를 그때 배웠습니다.”


제주에서 나고 제주서 자라

바다는 그의 삶의 전부

어릴 때부터 틈만 나면 낚시

부모 반대 무릅쓰고 사표 내


루어낚시 이론과 실전 경험

여러 차례 낚시 매체에 실려

“3월까지는 러버지깅 합니다”



◆ 바다루어낚시의 문무를 겸하다

이날 장 선장은 제주 화순항에서 에깅으로 2㎏급 무늬오징어 10마리를 혼자 낚아냈다. 이 사건(?)은 장진성 일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때부터 장 선장은 완전히 루어낚시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이듬해인 2006년에는 ‘지깅(jigging)’으로 그 범위를 넓혔다. 주로 마라도 일대를 다니며 대형 부시리를 노렸다.

공부 잘하는 친구가 얼굴도 잘생기고 운동도 잘한다. 이른바 ‘엄친아’가 있다면 그건 바로 장진성 선장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학구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그에게 루어낚시가 딱 걸렸다. 어종불문 전 장르의 루어낚시가 그의 연구대상이 된 거다. 그는 온갖 루어낚시 이론서를 파고들었다. 실전 필드는 제주에 지천이다. 루어낚시에 관한 한 그의 이론과 실전은 그 폭과 깊이가 넓고 깊어졌다. 그의 탁월한 이론과 실전경험은 여러 차례 낚시 관련 매체에 실렸다. 업계에서도 이런 인재를 그냥 두지 않았다. 루어낚싯대 전문 메이커인 제이에스 컴퍼니와 루어 전문 회사 다미끼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낚싯줄 전문 메이커인 대구의 하이테나코리아의 필드스태프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승선정원 10명의 전문 루어낚싯배 압둘라호가 그의 ‘밥줄’이다. ‘압둘라’는 그의 별명이다.

“20년 전 제주 대기고에서 교편을 잡을 때 학생들이 지어준 거예요. 그때 ‘시간 탐험대’라는 TV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거기 등장인물 중에서 ‘압둘라’라는 캐릭터를 닮았다고….”

그때 제자들이 지어준 별명이 지금은 그의 명함이 됐다. 압둘라호. 그러고 보니 ‘압둘라’라고 말하면 그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키는 크지 않지만 탄탄한 체구에 검게 그을린 얼굴. 한눈에도 장진성 선장은 바다 사나이다.

압둘라호는 작년 12월 초 추자도 절명과 사수도 일대의 부시리 방어 지깅 시즌을 종료하고 제주 남쪽 서귀포시 표선항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제부터 3월까지는 러버지깅(Rubber jigging·러버지그라는 인조미끼를 쓰는 루어낚시)을 합니다. 표선 앞바다부터 지귀도, 문섬, 범섬 등을 돌 겁니다. 2014년 표선 앞 바다에서 91㎝짜리 참돔을 낚았거든요. 작년 2월에는 1.5m짜리 광어도 나왔고요.”

장 선장의 압둘라호는 올겨울 제주 남쪽 해상에서 능성어, 다금바리, 옥돔을 대상으로 하는 러버지깅을 할 계획이다. 그의 목표는 참돔과 광어의 체장 기록을 러버지깅으로 깨는 것이다.

‘바다는 내 삶의 일부. 그 속의 삶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바다 사나이입니다.’

그의 블로그 ‘제주바당이야기(dulla007.blog.me)’ 첫 화면 프로필에 적힌 글이다. 앞으로 펼쳐질 장진성 압둘라호 선장의 ‘제주바당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제주 압둘라호 010-9048-5787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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