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샘의 밑줄 쫙]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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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22   |  발행일 2016-01-22 제43면   |  수정 2016-04-19
20160122

후배가 가족 여행을 간다고 차를 좀 빌려달라기에 후배랑 잠시 차를 바꿔 탔습니다. 승합차인 제 차보다 핸들도 가볍고 승차감도 아주 좋더라고요. 소음도 적고 아주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운전을 하고 다니다보니 불편한 것이 하나둘씩 나타났습니다. 우선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다보니 통행료 낼 때 입구를 잘못 들어가서 낭패를 보기도 하고 후방 카메라가 없어서 주차할 때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오래된 차라서 제 차에는 있는 기능들이 없어 여러 가지로 불편하더군요. 겨우 반나절 정도 운전하는데 이런 불편함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편리에 익숙한 존재가 됐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자신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되더군요. ‘수동으로 기어 변속을 할 때는 어떻게 운전했나’ ‘후방 카메라는커녕 내비게이션도 없는 차를 운전하며 낯선 곳을 갈 때면 몇 번이나 차를 세우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으며 다니지 않았나’

아마 또 세월이 흐르면 지금의 이런 호사도 그때는 아주 불편했던 것이 되고 말겠죠.

최근 SNS를 통해서 본 오래된 유머 중 이런 게 있더군요.

‘입 작은 놈이 입 큰 놈의 등을 무조건 밀어줘야 하는 목욕탕이 있었다. 입 작은 개구리가 그걸 모르고 그 목욕탕에 갔다가 하마를 만났다. 녹초가 될 때까지 등을 밀어야 했다. 하도 억울해서 다음 날 그 목욕탕을 다시 찾은 개구리는 이번에는 악어를 만났다. 그 전날보다 더욱 고생을 한 개구리는 성형외과를 찾아서 자신의 입을 귀밑까지 완전 찢어달라고 했다. 그렇게 할 순 있지만 그럼 하루밖에 못 산다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개구리는 오로지 복수를 위한 생각에 수술을 하고 엄청나게 커진 입으로 들뜬 마음에 목욕탕을 찾았다가 목욕탕 앞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목욕탕 문앞에 ‘금일휴업’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리석은 개구리를 통해서 지금 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오래된 유머지만 가볍게 넘기질 못하겠더군요.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는 말처럼 우리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나 봅니다. 물론 그런 욕심이 많은 발전을 이룩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만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살면서도 또 다른 것을 갈망하면서 살아갑니다. 권력,명예, 돈…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합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졌을 때 정말 내게 소중한 것은 내 곁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입이 커진 개구리 앞에 ‘금일 휴업’이라는 날벼락이 떨어진 것처럼 말이죠.

방송인·대경대 방송MC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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