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일본, 아동인구 감소 속 삼촌·이모가 ‘키즈산업’ 큰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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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28   |  발행일 2016-01-28 제14면   |  수정 201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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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호시노리조트가 운영하고 있는 ‘마고타비’(손주와의 여행)에 온 어린이들이 놀이의 달인과 즐겁게 놀고 있다. <출처: www.jal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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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훈(경북PRIDE상품 일본 시장조사원·류츠케이자 대학 조교수)


생일·입학식 이벤트 사진 남기고
장난감·의류 등 고가 선물 구입도
조부모는 손주와 여행패키지 즐겨

일본에서는 고령화 문제와 함께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저출산으로 아이들의 인구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아이들을 상대로 한 시장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데 시장 규모가 커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가족 구성원들의 역할 때문이다.

불과 10년 전에는 한 명의 아이에게 각종 비용을 지불하는 조력자가 부모 이외에 조부모를 합쳐 6명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결혼이 늦어지면서 독신남녀의 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결혼하지 않은 삼촌·고모·이모들까지 한 명의 아이에게 선물 및 각종 혜택을 주는 조력자로 등장, 아이들을 위해 소비하는 시장규모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즉 소득이 있는 미혼의 삼촌·고모·이모들이 조카들을 위해 각종 장난감 및 브랜드 의류 등을 구입하다 보니, 아이의 수는 늘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소비시장 규모는 확대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사업 중 어떠한 아이템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을까.

첫째로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사양산업으로 불리던 사진관을 어린이 전용 스튜디오로 전환한 사업아이템이다. 대표적인 일본 업체로 ‘스튜디오 앨리스’가 있다. 이 업체는 타깃을 어린이에 집중해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맞이하는 각종 기념일 이벤트 사진 촬영을 주요상품으로 내놓았다. 실제로 일본은 유독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에 챙겨야 하는 기념일이 많은 나라 중 하나다.

대표적인 것들만 봐도 먼저 신생아가 태어난 지 한 달을 무사히 넘겼을 때 행하는 신사참배, 명절(정월, 추석과 같은 오봉), 3·5·7세가 되는 해에 아이가 별 탈없이 성장한 것을 감사히 여겨 신사를 찾는 시치고산을 시작으로 생일, 유치원·초등학교 입학식 및 졸업식 등과 같은 행사 때마다 부모들은 스튜디오를 빌려 사진촬영을 한다.

이 업체는 바로 이러한 시기에 입어야 하는 의상들을 테마별로 총 600벌 정도 항상 갖추어 두고 아이들에게 옷을 빌려주며 헤어스타일을 각 의상에 맞게 세팅함으로써 아이들을 가진 부모와 가족에게 감동의 순간을 연출해 준다. 이때 조부모·부모·삼촌·고모·이모들은 저마다 아이를 위한 선물을 구입한다. 조부모들은 손주에게 인형·가방, 시치고산 행사 때의 나들이용 옷과 같이 기념일마다 직접 사용하는 고액의 제품을 구매한다. 결국 아이들의 사진 촬영을 계기로 그와 관련된 각종 용품들을 구입하다 보니 아이 한 명당 소비가 증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로, 어린이날이 있는 5월 혹은 방학 시즌에 인기가 있는 상품이 있다. 최근 한국의 인기 예능프로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상품들이다. 다양한 상품 중 특히 인기있는 것은 일본의 고급호텔 기업인 ‘호시노리조트’가 운영하는 ‘마고타비’(손주와의 여행)이다. ‘마고타비’는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를 가진 조부모가 호시노리조트를 찾아 각종 이벤트에 함께 참여하는 여행 상품이다. 이 상품의 특징은 단지 조부모와 손주가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호시노리조트의 일명 ‘놀이의 달인’이라는 직책을 맡은 직원들이 조부모와 손주의 놀이를 유도하고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부모들은 잠시나마 육아에서 해방될 수 있고, 조부모는 놀이의 달인이라는 전문 직원들의 도움으로 부담 없이 손주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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