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초가 할머니, 새 보금자리서 ‘어깨춤’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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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04 07:47  |  수정 2016-02-04 07:47  |  발행일 2016-02-04 제11면
안타까운 사연에 후원 잇따라
영남일보 보도 3개월만에 완공
“이웃의 은혜 잊지 않고 살겠다”
산속 초가 할머니, 새 보금자리서 ‘어깨춤’
최춘이 할머니가 3일 열린 새집 헌정식에서 오천풍물단의 가락에 맞춰 춤을 추며 흥겨워하고 있다.

“손주들이 찾아와 자고 갈 수 있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도와준 모든 분의 은혜를 잊지 않고 살겠다.”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산속 초가에서 30년을 살아온 사연(영남일보 2015년 11월12일 12면 보도)이 전해진 지 3개월 만에 최춘이 할머니(81)가 드디어 새 보금자리를 선물받았다.

포항 오천읍 복지위원회(위원장 이상돈)가 3일 오천읍 진전리 최 할머니 집 마당에서 마련한 헌정식은 그야말로 잔칫집이었다. 헌정식을 축하하러 찾아 온 각종 단체 회원과 주민이 자그마치 200여명이나 됐기 때문이다. 최 할머니가 덮고 잘 새 이불을 선물로 들고 온 손님도 눈에 띄었다. 동네 주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준비한 떡국을 손님에게 돌렸다.

최 할머니의 새집은 33㎡ 규모로 방 한칸과 주방 겸 거실, 화장실로 꾸며졌다. 최 할머니는 그동안 1960년대에 지은 초가 위에 양철을 덧댄 집에서 살았다. 여름에는 마당에 뱀이 득실거리고 지네가 방으로 기어 들어와 사시사철 모기장을 치고 자야 했다. 지네 때문에 옷을 벽에 걸어 두지 못하고 봉지에 넣어두었다가 아침에 꺼내 입어야 했다. 야생 고양이가 뱀을 잡아 먹다 부엌에 남기고 간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런 최 할머니의 사연이 영남일보를 통해 소개되자 시민과 단체에서 후원이 쏟아졌다. 불과 8일 만에 4천140만원이 모였다. 법무보호복지공단 포항위원회(회장 박일동)에서 2천500만원을 쾌척해 큰 힘이 됐다. 설계는 천병호 건축가가 재능기부했다. 건축을 맡은 대양하우징 도태욱 대표는 건축비로 받은 4천여만원 중 600만원을 도로 내놨다. 전기공사도 대명전기 박중은 대표가 무료로 시공했다.

난관도 있었다. 진입로가 다른 사람 명의여서 토지사용승낙을 받지 않으면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 것이다. 정봉영 읍장은 울산까지 찾아가 땅 주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일주일을 꼬박 설득한 끝에 토지사용 승낙을 얻었다.

정 읍장은 “최 할머니의 몸만 아니라 마음을 누일 수 있는 곳이 생겨 기쁘다”며 “‘죽고 싶다’고 하던 최 할머니에게 이웃들이 찾아와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헌정식에 참석한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예로 들며 “포항판 해비타트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포항=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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