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으로 세상을 바꾼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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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05   |  발행일 2016-02-05 제33면   |  수정 2016-02-05
■ 김기수 협동조합 농부장터 이사장과 대구지역 로컬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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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농부장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생산자와 소비자, 직원이 모두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대구시 북구 동천동에 있는 1호점에 이어 재작년 북구 학정동에 2호점을 냈으며 오는 2월말 북구 태전동에 대규모 로컬푸드직매장을 개장한다. 김기수 농부장터 이사장(왼쪽 둘째)을 비롯한 조합원, 직원들이 2016년을 설계하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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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만 대구 강북마을공동체 로컬푸드
생산자·소비자·직원 ‘삼위일체’조합
먹거리 통한 공동체 이음과 살림 노력

2008년 농민장터 계기로 이듬해 결성
150여 생산농가·1400여 소비자 합심
동천·학정동 이어 이달 태전동에 매장

“개인적으로 사회변혁을 꿈꾸며 살았고 그게 현실정치에 접목되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시민의식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혁을 꿈꾸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가 아닙니까. 동시대에 살고 있는 시민과 함께 가기 위해선 우리 사회가 공동체의식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생활에 필요한 것부터 시작하자고 결심했습니다. 그게 바로 먹거리 운동입니다. 밥상이 곧 문화고 역사죠. ‘식구(食口)’라는 한자도 밥을 함께 먹는다는 뜻이 아닙니까.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건 도시와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공동체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기수 협동조합 ‘농부장터’ 이사장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나만주의’를 로컬푸드운동을 통해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는 20여년간 대구 북구에 살면서 소박하고 느린 삶의 정치를 시험하고 있는 중이다.

“2008년 가을 김장철을 맞아 도심 가까이에 살고 있는 농민과 시민활동가, 교육가와 함께 대구 북구 대천초등 운동장에서 한달간 농민장터를 연 적이 있습니다. 친환경농업에 관심을 가진 주민의 발길이 이어져 행사가 성황리에 끝나자 아쉬운 마음에 주최자 중 한 분이 ‘반짝행사’를 하지 말고 상설직거래매장을 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어요. 그래서 30명이 6천만원을 모아 이듬해 5월 친환경직거래매장인 ‘농부’(대구시 북구 대천로70)를 설립했습니다.”

2009년 설립 초기에도 ‘농부’는 협동조합의 형태를 유지했다. 그러다 이듬해 비영리민간단체로 강북마을공동체를 결성했다. 이후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고 2013년 ‘농부장터’란 이름을 걸고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뒤 재작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대구시 북구 동천동 본점에 이어 재작년 학정동에 ‘농부장터 청아람점’을 개장했다. 2월 말엔 북구 태전동에 396㎡(120평) 규모의 대형 로컬푸드직매장을 론칭한다. 설립비용 총 8억원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20%를 지원했다. 김 이사장은 경제활동과 사회·문화활동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을 상상하며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1층에는 직매장을 운영하고 2층에는 로컬푸드 식당과 카페를 열 겁니다. 그 공간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커뮤니티공간이기도 합니다.”

농부장터는 대구에서 최초로 협동조합 방식으로 로컬푸드점을 운영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최한 농산물직거래 콘테스트 기타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현재 70여 농산물 생산농가가 조합원으로, 80여 농가가 일반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3만원 이상 출자한 600여명의 소비자가 조합원이며, 직매장 등록회원이 800여명이다. 2009년 30명으로 시작해 6년 만에 30배로 회원이 늘어난 셈이다. 조합원은 대개 점포 인근 동천동, 학정동, 태전동 주민이다. 인터넷 쇼핑몰 ‘농부장터’(http://f-market.kr)도 운영하고 있어 편리하다. 김 이사장은 2009년부터 약 2년간은 팔달교를 건너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강북지역에서 로컬푸드 운동에 전념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고 직원까지 동참하는 협동조합은 전국에서 우리가 처음일 겁니다. 로컬푸드운동은 지금까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농협 등이 주도하는 형태였는데 우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자생적으로 민간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얼마 전 인근에 사는 한 아주머니가 500만원을 출자하겠다고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는 시민단체활동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줌마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로컬푸드운동은 일본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주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를 개장하고 지난달 1호점을 개점했습니다. 완주의 경우 한국에서 로컬푸드가 가장 활성화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처음엔 지자체가 주도해 농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하다 지금은 농민이 주도해 생산자주도형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대구의 강북지역(칠곡)이 도시와 농촌의 접점지대이고 경북 북부지역과의 교통연계성도 양호해 농부장터가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안착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했다. 게다가 강북지역은 24만명이 주거하고 있는 대단위 아파트 밀집지역이라 대도시 로컬푸드의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강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26개 풀뿌리단체도 큰 힘이 됐다. 공동육아 협동조합, 방과후학교 협동조합, 청소년단체 등과 네트워크도 잘 돼 있다.

“젊은 세대가 비교적 많이 거주하는 것도 발전의 한 요소입니다. 다른 지역의 공무원이 로컬푸드 벤치마킹을 할 때 농부장터는 필수코스입니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지역은 울산시 울주군이지요. 세종시의 경우 지난해 8월 도심 주거지 한복판에 로컬푸드직매장 1호점을 냈습니다. 지금까지 11만여명이 다녀가 수익만 21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세종시에서 50%, 농협 등 공공기관에서 나머지를 출자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로컬푸드정책이 빈약한 편입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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