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곧 정치…로컬푸드는 남녀노소가 함께 해야 할 운동입니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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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05   |  발행일 2016-02-05 제34면   |  수정 2016-02-05
■ 김기수 협동조합 농부장터 이사장과 대구지역 로컬푸드 스토리
20160205
김기수 협동조합 농부장터 이사장은 한때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을 역임하기도 한 정치인이었다. 그는 “10년 전 대구시 북구 강북지역에서 로컬푸드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마을과 밀착한 지역·생활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80년대 대학 재학시절 야학교사
전역後 노동운동하다 구속 시련
이후 민노당 최고위원 오르기도

사회변혁 꿈꾸다 현실 대안 모색
90년대 중반 북구 이사後 10년째
마을밀착 지역·생활공동체 사업

“대구경북 합심 새 롤모델 만들길”

◆김기수 이사장은 어떤 사람?

“로컬푸드운동은 슬로푸드와 통합니다. 공장에서 벽돌을 대량으로 빨리 찍어내듯이 판매하는 게 아닙니다. 도시와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고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게 목적입니다.”

김기수 농부장터 이사장(55)은 구미시 산동면 출신이다. 산동중을 나와 경북대사대부설고를 거쳐 경북대 지리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입학 후 5·18 계엄시국에서 휴교령이 내려진 가운데 그는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3공단 등지에서 일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야학 교사를 했다.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워 진학을 하지 못해 배움의 시기를 놓친 젊은이가 많았습니다. 특히 섬유, 봉제 직종에 일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주경야독을 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생활야학을 했죠. 그들은 배움에 대한 욕구가 대단했습니다. 야학 교사를 하면서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지요.”

1983년 군대에서 전역을 하고 복학한 뒤에도 대구시 서구 평리동에 있는 윤일성당에서 야학 교사 생활과 노동운동을 지속적으로 했다. 그 과정에서 구속되는 시련도 겪었다. 1991년 대구시 서구 비산동에 ‘노동자학교’를 설립하고 노동 관련 상식과 법률 등을 가르치다 1996년 범노동사회후보가 돼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2007년까지 민주노동당 당료생활을 하면서 최고위원까지 올랐다.

그가 대구 북구로 이사를 온 건 90년대 중반이고 로컬푸드운동을 시작한 건 10년째다.

“정치를 접고 그 전과 다른 각도에서 사회를 바라보게 됐습니다. 사회변화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마을과 밀착한 지역·생활공동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구체적인 사업이 로컬푸드였지요.”

그는 ‘삶이 곧 정치’란 것도 이때쯤 깨달았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대구의 보수적인 풍토에서 과거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을 꺼렸다. ‘옛날에 내가 어떠했다’는 말도 입에 담지 않았다.

“한번은 생산 농민과 함께 연수를 갔는데 저의 과거를 알고 있더군요. 처음엔 긴장이 됐어요. 그런데 그가 먼저 확실하게 신뢰를 보낸다고 말하더군요. 농민과 함께 논에서 일해본 사람이란 거죠.”

그는 우리나라의 보수든 진보든 간에 모두 역사의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전쟁 등을 거치면서 얼마나 많은 국민이 죽임을 당했습니까. 불운하죠. 보수도 진보도 누가 더 합리적이고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보다, 대결만 했죠. 진보는 서로를 탓해선 안됩니다. 그러면 진보의 기반이 약해지죠. 고군분투하고 있잖습니까. 위로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보수도 합리성을 찾아야 합니다. 사회엔 대립과 갈등이 늘 존재합니다. 문제는 그걸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생산적인 방식으로 설득해야 합니다. 술자리가 아니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드문 것도 문제입니다. 토론이 없는 사회죠.”

그는 강북지역에서 활동하는 함지포럼과 팔거문화연구소 등 동네의 소모임에도 참여하고 있다. 로컬푸드는 남녀노소가 함께해야 할 운동이기 때문이다. 대구와 경북도 로컬푸드에 대한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대전시 유성구에서 로컬푸드 전국네트워크가 발족됐습니다. 대구와 북구청, 대구와 경북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롤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는 접었지만 제가 시장이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구에도 로컬푸드센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시민을 위한 것이고, 시장 자신을 위한 길입니다. 오해는 마십시오.(웃음) 지금의 정치는 끊임없이 편가르기를 해야 하는데 로컬푸드는 그게 아니에요. 연결시키고 상생하는 거죠. 직장에서 은퇴하면 농사나 지을까, 식당이나 할까 이런 말을 하는데 그래선 안됩니다.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주변에서 제 표정이 밝아졌다고 해요. 또래들은 은퇴할 나이인데 전 이제 출발해 저만치 앞서가고 있잖아요. 허허허.” ☞ W3면에 계속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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