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부럽잖은 로컬푸드 밥상…“2주만 먹어봐도 압니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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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05   |  발행일 2016-02-05 제35면   |  수정 2016-02-05
■ 김기수 협동조합 농부장터 이사장과 대구지역 로컬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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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수성구 시지에 있는 ‘숨 쉬는 밥상’은 유기농 반찬가게다. 송광근 대표가 배달할 반찬을 차에 싣고 있다.
친환경 반찬가게 ‘숨 쉬는 밥상’
제철 재료만 고집…매일 1식5찬

◆ 수성구 시지건강먹거리 협동조합이 운영

시지건강먹거리 협동조합은 대구시 수성구 시지에서 ‘숨 쉬는 밥상’(이하 숨밥)이란 반찬가게를 운영하며 로컬푸드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숨밥의 조합원은 현재 110명. 이 가운데 생산자가 10명 포함돼 있으며 직원은 4명이다. 33㎡(10평)쯤 되는 가게 안에 조리실이 있다.

숨밥의 송광근 대표(47)는 숨밥이 대구에서 유일한 ‘친환경 ’반찬가게라고 자랑한다. 반찬의 재료는 아이쿱 생협이 운영하는 자연드림이나 푸른평화 생협, 경산 두레장터를 통해 조달받는다. 물론 생산자가 직접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도 이용한다. 요리는 군대 취사병 출신 이정환씨가 맡고 있다. 해물칼국수, 철판구이 식당 등에서 경험을 많이 쌓았다. 국 요리 하나에 장류, 젓갈 등의 반찬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친환경 먹거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반찬가게보다 가격이 1.5~2배 높습니다. 멸치나 다시마, 버섯 등으로 육수를 우려내는데 화학첨가물과 인공조미료도 일절 사용하지 않습니다. 농약을 사용하는 관행농산물을 배제하다보니 재료가 없으면 요리를 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쪽파는 지금 나올 철이 아니어서 과메기를 판매하지 않아요. 배추와 얼갈이무도 나올 철이 지났으니 김치도 못 담급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다슬기를 직접 채취하기 위해 영덕과 청도를 다녀왔어요. 또 추어탕을 만들기 위해 통발로 미꾸라지를 잡기도 했지요. 최근에는 푸른평화에서 다슬기를 제공받아 씁니다. 중국산 다슬기는 향이 나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우리가 파는 귤도 껍질 색이 거무튀튀해요. 벌레가 파먹어서 그런데 농약을 쓴 게 아니거든요. 우리는 고정적으로 생산자와 거래를 하다보니 명절 등 단대목엔 일반 가게보다 더 쌀 때도 있습니다. 풍년이든 흉년이든 가격 변동이 크지 않습니다. 숨밥에선 매일 1식5찬을 준비하는데 금방 동이 납니다.”

송 대표는 노무사 사무소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생각에서 숨밥의 대표가 됐다. 그는 매일 오후 네이버 ‘밴드’를 통해 ‘오늘의 요리’를 올리고 있다. 만든 요리는 진공포장을 해 냉장고에 넣어둔다. 숨밥을 이용하는 고객은 1인가구 생활자나 맞벌이 부부가 많다.

“2주 정도 숨밥이 만든 반찬을 계속 먹으면 몸에 반응이 옵니다. 지역의 친환경 소농과 연계해 지구를 살린다는 신념을 갖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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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경찰서 범어지구대 골목의 친환경 로컬푸드 가게 ‘곰네들’ 협동조합. 박선희 지원팀장(48), 박선희 대표(52), 서재학 사무국장(왼쪽부터)이 매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층 생태교육장도 갖춘 ‘곰네들’
수요일 오전 제철음식 채식교실

◆ 조합원 80명의 수성구 마을기업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 수성경찰서 범어지구대 골목은 식당과 카페, 술집으로 가득한 곳이다. 7년전 이곳에 ‘곰네들’이란 친환경로컬푸드 가게 겸 생태교육장이 들어섰다. 1층엔 각종 친환경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진열해놓고 2층엔 ‘누리터’란 교육장이 있다.

곰네들의 ‘곰네’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웅녀를 우리말로 표현한 것이다. 곰네들의 먹거리는 대구·경북지역에서 생산한 유기농 로컬푸드다. 주로 안동지역 생명의 공동체, 안동가톨릭농민회, 푸른평화 생협, 농부장터 등에서 조달한다.

곰네들은 협동조합이다. 4만원만 출자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현재 조합원은 80명으로 대구시 수성구 마을기업이 됐다.

‘바른 먹거리 전도사’로 불리는 박선희 곰네들 대표는 정홍규 신부와 함께 ‘푸른평화연대’에서 생명운동을 했다. 박 대표를 비롯한 곰네들 조합원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건강한 삶을 지향하고 있다.

“1층 가게엔 로컬푸드를 판매하고 있지만 사실 주안점을 두고 있는 건 교육사업입니다. 대구시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으로 식생활 개선을 위해 식생활교육사업과 강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교육을 받은 수강생은 600명이 넘어요.”

누리터에선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30분에서 낮 12시30분까지 제철음식 채식교실을 열고 있다. 수업을 듣기 위해 멀리 칠곡과 경산지역에서도 수강생이 온다. 봄에는 씀바귀, 고들빼기, 냉이 등으로 요리를 하고 겨울엔 말린 산나물 등으로 음식을 만든다.

한 달에 12만원을 내면 누구든지 수강할 수 있다. 조리한 음식은 함께 나눠 먹고 함께 설거지를 한다.

곰네들은 최근 지난 한해 동안 대구지역 초·중등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식생활교육사업을 책으로 엮어냈다. 성과보고서에 각급학교 학생과 교사들의 체험우수사례, 사업별 결과보고서 체험사진 등을 실었다.

박 대표는 “친환경 로컬푸드운동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며 상생과 생명 평화,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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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수 협동조합 ‘우렁이밥상’ 대표(왼쪽)와 주방을 맡고 있는 전옥경씨가 배달차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엄마들이 만든 반찬 ‘우렁이밥상’
700여 회원…수익전액 사회 환원

◆ 2004년 결성된 성서학부모회가 모태

대구 동쪽에 ‘숨 쉬는 밥상’이 있다면 대구 서쪽엔 ‘우렁이밥상’(대구 달서구 선원로37 남길 7-9)이 있다.

우렁이밥상은 반찬가게다. 하지만 보통 반찬가게가 아니다. 우렁이밥상은 지난해 9월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우수마을기업 경진대회에서 전국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반찬가게라는 아이템으로 본선에 오른 것은 우렁이밥상이 처음이다. 그것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우렁이밥상은 깨어있는 엄마들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 2013년 협동조합으로 출발한 우렁이밥상은 2004년 결성된 성서학부모회가 모태다.

양하수 대표는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보낸 엄마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친목도 도모하기 위해 성서학부모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처음엔 다들 교육에 관심이 있어 좋은 책을 읽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사실 가게 주변은 한부모 가정이나 맞벌이 부부를 비롯해 저소득 취약계층이 많이 살고 있다. 아이들이 엄마의 보살핌을 제대로 못 받고 있기에 함께 잘 키워보자는 마음에서 힘을 합해 2005년 ‘꿈이 자라는 와룡배움터’라는 방과후학교를 설립했다.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책을 읽어주고 함께 놀아줬다”고 했다.

우렁이밥상은 조합원이 12명으로 단출하다. 생산자, 소비자, 자원봉사자, 직원이 섞여 있다. 재료는 고령군 대가야로컬푸드팀, 봉화군 같이 살기 영농법인 등에서 조달한다. 이 밖에 사계절 협동조합, 농부장터 등지에서도 공급받는다. 3명의 조합원이 주방을 맡고 있는데 천연조미료로 만든 친환경농산물 위주다. 제철 음식을 주로 만드는데 인기가 좋아 금방 팔린다. 우렁이밥상 역시 ‘우렁이밥상밴드’를 통해 요리를 올리고 사이버 상에서 주문이 오고 간다.

“우렁이밥상이란 이름은 우렁각시와 우렁농법에서 따왔습니다. 우렁이가 느리게 간다는 점에서 슬로푸드와 일치하지요. 처음엔 아빠들이 동참을 하지 않았는데 이제 부부모임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30명의 조합원 가족이 고령으로 1박2일 생태기행을 다녀왔지요.”

양하수 우렁이밥상 대표는 이윤을 남기기보다 로컬푸드운동 차원에서 반찬가게를 한다고 했다. 반찬가게 회원도 700명을 넘어섰지만 수익금은 회원들에게 배당하지 않고 전액 사회로 환원한다. 대구지역 복지시설이나 시민단체 등에도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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