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검사외전·캐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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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05   |  발행일 2016-02-05 제41면   |  수정 2016-02-05

검사외전
감옥 갇힌 검사 황정민과 그를 돕는 사기꾼 강동원 ‘환상 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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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사기꾼이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비리 검사와 그에 맞장구를 치는 사기꾼과의 협잡은 아니다. 사회의 정의와 진실을 힘차게 부르짖다 오히려 희생양이 된 검사와 어쩔 수 없이 그를 돕게 된 사기꾼이 주인공. 열혈 폭력검사 변재욱(황정민)과 꽃미남 사기꾼 치원(강동원)이다. ‘검사외전’은 서로 상극일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는다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한다.

사건을 밝히기 위해서라면 폭력도 서슴지 않는 다혈질 검사 변재욱은 지금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환경단체 시위대를 가장한 용역깡패를 취조하던 중 피의자가 변사체로 발견된 것. 꼼짝없이 살인 누명을 쓰게 된 재욱은 결국 15년형을 선고받는다. 그렇게 5년 동안 감옥에서 와신상담하고 있던 어느 날, 사기꾼 치원이 들어오면서 재욱은 살인누명을 벗을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한다. 치원은 당시 환경단체 시위대에 가담한 용역깡패의 일원이다. 이번엔 혼인빙자 사기죄로 잡혀왔지만 재욱은 자신의 법률 지식을 총동원해 그를 무혐의로 풀려나게 만든다. 대신 치원은 밖에서 재욱의 지시를 수행해야 한다.


‘베테랑’‘내부자들’ 흥행 이을 기대작
살인누명 쓴 검사 설정 흥미유발 충분
강동원의 여러 인물 변신 관람 포인트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검사와 그를 도와주는 사기꾼이라는 설정은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충분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황정민과 강동원이 주연이다. ‘검사외전’은 ‘베테랑’과 ‘내부자들’처럼 사회의 어두운 면과 부조리함을 통쾌하게 꼬집고 파헤친 성공한 범죄물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서사의 무게감은 덜어내고 가볍고 리드미컬하게 우리 사회의 이면을 포착한다. 이를 위해 영화가 끌어들인 장치는 남남간의 버디 조합이다. 버디물이 그닥 새로울 건 없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검사외전’은 분명한 선긋기를 한다.

실과 바늘처럼 붙어다니며 때론 티격태격하는 두 남자의 모습이 기존 버디물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면, 이 영화에선 각기 다른 두 공간이라는 물리적 거리감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나름의 차별성을 둔다. 이 또한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를 참고한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주효했다. 별다를 것 없는 다소 뻔한 이야기 구조에서 나름의 재미를 담보하는 안정적인 장치다. 두 남자의 만남은 거의 이뤄지지 않지만 장르적인 긴장감과 쾌감이 시종 적절하게 유지되는 건 이 영화의 미덕이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믿음을 주는 황정민과 타고난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낸 강동원의 만남은 영화적 재미의 7할을 차지한다. 특히 이번에는 좀 더 강동원을 주목하게 되는데, 감옥에 갇혀 복수의 판을 짜는 재욱 대신 매번 다른 인물로 변신을 거듭하는 그의 다채로운 모습은 확실한 관람 포인트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희대의 사기꾼 캐릭터로 열연했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과 비견될 만큼 강동원은 꽃미모를 앞세운 화려한 말발과 허세남발 사기꾼의 모습으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올해의 캐릭터이자 강동원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장르:범죄 등급:15세 관람가)


캐롤
처음 보는 순간 거부할 수 없는 끌림…여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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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뉴욕,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맨해튼 백화점 점원 테레즈(루니 마라)는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케이트 블란쳇)과 우연히 시선이 마주친다. 네 살배기 딸의 선물을 사러온 캐롤은 누가 봐도 반할 만큼의 우아하고 이지적인 매력을 지닌 여인이다. 하지만 애정없는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에 갇혀 있다고 생각한 그녀는 돈 많은 은행원 남편 하지(카일 챈들러)와 이혼을 준비 중이다. 남자 친구의 청혼을 회피하고 있는 테레즈 역시 사랑에 대해 확신이 없긴 마찬가지. 그런 두 사람이 첫 만남에서의 강한 끌림을 시작으로 조금씩 가까워진다.

‘캐롤’은 토드 헤인즈가 ‘아임 낫 데어’(2008)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그는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사회적 배경과 연령대가 다른 두 여성 사이에 오가는 내밀한 감정을 사랑의 또 다른 단면으로 승화시켰다. 당시 레즈비언의 사랑은 남자 간의 동성애보다 더욱 금기시되고 거부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은 급진적이라 할 만하다. ‘리플리’를 탄생시킨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자전적 소설 ‘소금의 값’이 원작이다.


‘리플리’ 탄생시킨 하이스미스 자전소설 원작
50년대 재현 섬세한 미술·의상 연출력 볼거리


일상이 비일상으로 바뀌는 건 아주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테레즈는 20대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던 테레즈이지만 캐롤을 처음 본 순간 느껴지는 강한 동경과 호기심은 굳게 닫혀있던 그녀의 마음을 한순간 무장해제시킨다. 멘토까진 아니지만 그녀를 만난 이후부터 자신의 세계가 열리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눈을 뜬다. 상류층 여성인 캐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사회적 지위, 나이, 경제력 등에서 확연히 다른 테레즈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낀 캐롤은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캐롤은 유년 시절 단짝 친구인 애비와의 관계를 통해 이미 비슷한 감정을 겪어봤기에 누구보다 이 감정에 솔직하다.

‘캐롤’은 동성간의 사랑이 아닌 사랑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녀간의 사랑과 다를 바 없는 떨림과 설렘에 천착해 이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농밀한 감정으로 차곡차곡 쌓아간 토드 헤인즈의 남다른 연출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1950년대를 재현한 미술과 의상의 섬세함 역시 이야기에 제대로 녹아들었다.

카메라의 시선은 대부분 두 사람의 욕망과 심리를 좇는 데 할애한다. 마치 온 세상의 중심이기라도 한 듯 표정과 제스처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만큼 두 사람의 존재감이 절대적인데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의 캐스팅은 그 점에서 탁월했다. 케이트 블란쳇이 캐롤의 복잡한 감정의 깊이와 심경을 다양한 연기폭 안에 담아내 생기를 불어넣었다면 루니 마라는 사춘기 소녀의 그것처럼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 혼란스러워하는 순수함과 사랑의 맹목적인 모습까지를 인상깊게 그려냈다. 그런 두 사람의 울림있는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영화다. (장르:드라마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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