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만남 모습에 고국 더 그리워요”…대구서 설 맞는 난민들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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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06 07:31  |  수정 2016-02-06 07:31  |  발행일 2016-02-06 제6면
아프리카 기니출신 배리씨 부부
난민 인정 못 받아 임시로 체류
한국서 낳은 두 딸과 정착 기대
“가족 만남 모습에 고국 더 그리워요”…대구서 설 맞는 난민들
대구에 살고 있는 기니 출신의 난민 신청자 배리 알바 아마두·바 하디아 툴라이 부부가 두 딸을 안고 있다.

대구에 살고 있는 배리 알바 아마두(31)·바 하디아 툴라이씨(27) 부부는 이번 설에도 고국인 아프리카의 기니에 갈 수 없다. 이들 부부는 군부독재 정권의 핍박을 피해 한국으로 건너온 난민이기 때문이다. 남편 배리씨가 2009년 먼저 한국에 들어왔고, 뒤이어 바씨가 2014년 입국했다.

국제난민조약엔 인종·종교·정치·사상적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외국이나 다른 지방으로 탈출한 사람을 난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배리씨 부부는 한국에서 난민으로 공식 인정받지 못했다. 법무부에 난민 심사를 신청했지만, 매번 불인정 결정을 받아 행정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기간 중엔 임시 비자를 받아 매번 체류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당연히 국외에 다녀올 수도 없다.

아내 바씨는 “기니에는 한국의 ‘설’ 같은 명절이 없다”면서도 “이웃들이 설을 맞아 가족을 만나러 가는 모습을 볼 때면 우리도 고국에 남아있는 가족이 그립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다행히 이들 부부의 가족은 고국에서 비교적 안전한 곳에 피신해 있다고 했다.

이들 부부가 처한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인 문제다. 국내에서 정식으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심사를 통해 난민으로 인정된 이들에게만 공식적인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취업활동을 허가하고 있다.

난민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그 밖의 상황으로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인도적 체류자’로 취업이 가능하다.

반면 배리씨 부부는 난민 신청자 신분이기 때문에 합법적인 취업을 할 수 없는 것. 배리씨 부부는 복지단체 등 주변의 도움으로 근근이 생활을 하고 있다.

배리씨는 “매달 월세 30만원과 관리비 3만원, 가스비 12만원, 전기료 2만원, 아기 분유값 16만원 등 식비를 제외하고도 기본적으로 60만원 넘게 든다”며 “이달 가스비도 내지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녀 보육도 문제다. 이들 부부는 한국에서 두 딸을 낳았다. 첫째인 마리아는 올해로 세살이 돼 어린이집에 갈 나이가 됐지만 매일 집에만 있다. 매월 40만원의 어린이집 보육비가 배리씨 부부에게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또래 친구도 없다. 한국말은 아예 모른다.

이들 부부의 희망은 하루빨리 난민 또는 인도적 체류자 지위를 인정받아 한국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다. 아내 바씨는 한국에서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게 꿈이다. 기니는 오랜세월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바씨는 “공식적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게 되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의 난민은 510명, 인도적 체류자는 794명, 난민 신청자는 9천25명이다. 대구에는 난민 1명, 인도적 체류자 33명, 난민 신청자 583명이 살고 있다.

글·사진=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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