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편지 같은 서른여덟편의 이야기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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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06   |  발행일 2016-02-06 제19면   |  수정 2016-02-06
옛 편지 같은 서른여덟편의 이야기
초콜릿 우체국//황경신 지음/ 소담출판사/328쪽/ 1만3천800원

2004년 출간된 책의 신판으로 황경신 작가의 이야기노트다. 작가는 1990~2000년대 잡지 ‘페이퍼’에 한 편씩 연재됐던 글을 묶어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아주 먼 곳에서 온 듯하지만 완벽한 룸메이트처럼 내 마음을 꼭 지탱해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른여덟 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세월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감각적이고 따뜻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색깔을 지닌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여름 고양이’라는 글에선 여름을 보내는 아쉬움을 역력하게 느낄 수 있다. 일주일 만에 ‘여름’이 돌아와 여름이 좋아하는 말린 멸치를 들고 이름을 불렀지만, 차가운 바람만 밀려들어올 뿐이었다.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날 우리가 늘 지나던 골목길에 초콜릿을 파는 우체국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언젠가 산책길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회의 중인 동물들을 만날 수도 있다. 어느 날 한밤의 동물원에 홀로 남은 우리는 철창을 벗어나 탐험 중이던 늑대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실 수도 있다. 내 곁의 사람들 중 몇 명쯤은 잠시 인간계로 왔다 쭉 머물기로 한 천사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에서 우리를 부추긴다. 가끔은 환상 쪽으로 몇 발자국 더 옮겨도 좋다고.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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