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체감물가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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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06   |  발행일 2016-02-06 제23면   |  수정 2016-02-06 07:53

지난해 10월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성인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내놓은 ‘2015년 3분기 체감경기 특징’이라는 보고서에는 3분기 체감경제고통지수가 22로 기록돼 있다. 정부 공식 통계로 산정한 실제적 고통지수 8.5보다 13.5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2.2%였지만 응답자들의 평균 체감성장률은 -0.2%였고, 2015년 7월 실업률이 3.7%였는데도 체감실업률은 15.2%나 됐다. 정부의 경제지표와 국민 체감지수 간 괴리가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였다. 소비자물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5년 이래 가장 낮다. 담뱃값 인상분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 수준이다. 하지만 체감물가는 전혀 딴 세계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전국 3천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장바구니 물가는 2014년보다 12.2%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소주, 양파, 공공요금, 외식비 등 서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품목들이 크게 올랐다.

내가 사는 동네의 추어탕값과 한우국밥값도 껑충 뛰었다. 물론 맛이 꽤 괜찮고 정직한 재료를 쓰는 곳이긴 하다. 그렇더라도 5년 전 4천원이던 추어탕이 7천원으로, 한우국밥이 5천원에서 8천원으로 올랐다면 수직상승이다. 이런데도 정부나 경제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0%대의 소비자물가를 들먹이며 디플레이션 타령을 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이라면 몰라도 생활물가가 저렇게 치솟고 집값·전셋값이 1~2년 새 급등한 상황에서 디플레라는 말은 아무래도 생뚱맞다.

소비자물가는 가계소비 지출 비중이 큰 481개 품목을 대상으로 거래금액에 따른 가중치를 부여해 산정한다. 정부 발표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가 크다면 조사 품목이나 가중치가 잘못됐다고 봐야 한다. 지금처럼 무상복지 혜택을 받는 유치원비를 그대로 산정하면 소비자물가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물가에 착시현상이 생기면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영점(零點)이 흔들릴 수도 있다. 정부 통계는 체감지수와 가까울수록 신뢰도가 높아진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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