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경제 마인드’ …세뱃돈으로 키워라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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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13   |  발행일 2016-02-13 제11면   |  수정 2016-02-13

 

20160213

500원-1천원 구별 가능하면 경제교육 시작
은행 이용방법·이자 개념 등 자세히 설명을
용돈 기입장·홈아르바이트도 적극 활용해  
자연스럽게 경제에 관심 가지도록 유도해야  
 
용돈은 정해진 날에 봉투에 넣어서 전달을  
자신의 수입에 맞춰 소비계획 세우게해야  

 

금융권, 아이들 위해 다양한 상품 출시 봇물 
예금·적금뿐만 아니라 펀드도 주목할 필요  
통장부터 만들고 저축습관 꾸준히 길러야


닷새간의 설 연휴가 끝났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어르신 용돈에 아이 세뱃돈까지 챙기다보니 주머니가 가벼워졌지만 아이의 주머니는 나름 두둑해졌다. 예전엔 아이가 갖고 싶은 물건 하나 사주고, 나머지 세뱃돈은 어머니 지갑 속에 돌아갔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아이의 금융·경제교육을 위해 예금이나 적금, 펀드에 넣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주식계좌를 개설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받은 세뱃돈 자체가 많지 않아 목돈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이를 아이의 MQ(Money Quotient)를 높여주는 계기로 삼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아이가 행복한 부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금융과 경제교육은 필수인 시대다. 통상 500원과 1천원을 구분할 수 있을 때 경제교육을 시작할 시기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세뱃돈 통장에 넣기

오나윤양(8)은 이번 설에 친가와 부산 외갓집에서 세뱃돈을 모두 22만원 받았다. 동생인 나민양(6)도 같은 금액을 받았다. 나윤양은 1만원, 5천원, 1천원권 중 어느 것이 더 큰 돈인지 알고 있고,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아올 정도의 경제 개념을 갖고 있다. 동생은 아직 서툴지만 언니를 따라 다니며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이런 아이들의 경제교육을 위해 어머니인 전유민씨(39)는 지난 11일 아이들과 함께 은행을 찾았다. 아이들에게 은행을 이용하는 방법, 돈을 맡긴 뒤 이자를 주는 이유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전씨는 “큰 아이 유치원 때 개설한 통장이 있지만 아이가 직접 만든 게 아니어서 이번 기회에 경험시켜주고 싶었다. 예금이자 자체가 워낙 낮기 때문에 돈을 불린다는 생각보다는 경제교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은행을 찾은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아이들이 직접 통장에 입금하거나 용돈을 받아 구체적인 사용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세뱃돈으로 경제교육을 시작하려는 이들을 위해 금융권에서도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고객의 경우 은행 입장에선 평생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DGB대구은행은 이런 부모와 아이를 위해 자녀안심보험을 무료로 가입해주는 ‘꿈나무Ⅰ형’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가입 대상은 미취학 아동과 초·중·고교생으로, 최고 연 1.9%의 금리를 준다. 가입금액은 1만원 이상이며, 계약기간은 1년이다. 자녀안심보험 혜택이 필요없는 경우 금리가 조금 더 높은(최고 연 2.1%) ‘꿈나무Ⅱ형’ 상품도 있다. 나머지 조건은 ‘꿈나무Ⅰ형’과 같다.

IBK기업은행도 만 19세 이하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안전상해보험 무료 가입 혜택을 주는 ‘IBK새잎적금’ 상품을 내놓았다.

KB국민은행은 ‘KB주니어라이프 컬렉션(통장·적금·증여예금)’을 판매중이다. 꾸준한 저축 습관을 키워주는 예금과 목돈 마련을 위한 적금, 증여서비스와 관련된 예금으로 이뤄진 패키지 상품이다. 오는 29일까지 신규 가입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 기간 ‘KB주니어라이프 컬렉션’ 상품을 한 가지 이상 새로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111명에게는 세뱃돈을, 100명에게는 어린이 인기 완구를 제공한다. 영업점을 방문하는 선착순 90명의 고객에게는 뽀로로 캐릭터 저금통을 준다.

신한은행은 만 12세 이하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저축예금인 ‘신한 키즈플러스’를 내놓고 예금 50만원 이상은 연 0.1%, 5천만원 이상은 연 0.2%의 이율을 적용한다. 특히 적금 상품은 명절 이후 5영업일까지 저축하면 가산금리를 적용해 주는 서비스가 눈길을 끈다. 새해·설날·추석은 물론 어린이날도 대상이다.

예금이나 적금보다 재테크의 성격이 강한 펀드 상품도 챙겨볼 필요가 있다.

국내주식 70%, 해외주식 20%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우리아이 3억원 만들기’ 펀드, 시가총액 상위 우량주에 주로 투자하는 ‘삼성 착한아이 예쁜아이’ 펀드도 관심을 끈다. 2008년 설정된 ‘한국투자네비게이터아이사랑적립식’ 펀드는 최근 2년, 3년 기준 수익률이 각각 20.5%, 16.8%이고, 설정일 이후 수익률도 110.1%를 기록 중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5개 어린이펀드의 총 설정액은 1조1천787억원으로, 설정일이 10년 이상 된 펀드가 절반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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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육도 함께

단순히 통장을 만들거나 펀드 가입에 그칠 게 아니라 이를 계기로 금융·경제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금융·경제교육을 위해 △정기적으로 용돈주기 △용돈 기입장 쓰기 △홈아르바이트는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가정에서 경제활동의 개념을 직접 익힐 수 있도록 돕고, 언제 어떻게 돈을 쓸지를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관념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

아이에게 용돈을 줄 때는 정해진 날, 직접 봉투에 넣어 주는 게 좋다. 용돈을 주는 날짜와 방식에 변화가 있을 때는 사전에 아이에게 동의나 양해를 구하는 게 좋다. 아이가 일정한 날 자신의 수입이 얼마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여기에 맞춰 소비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또 홈아르바이트를 통해 스스로 일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부모에게서 쉽게 받은 용돈은 군것질용으로 지출되는 경우가 많지만, 홈아르바이트를 통해 스스로 용돈을 벌게 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동시에 근로가 돈으로 환산되는 과정도 설명해줄 수 있다.

이렇게 생긴 수입을 제대로 지출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용돈기입장을 작성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용돈기입장 작성은 기본적인 방식만 정해주고, 세부적인 방식은 아이 성향에 맞게 진행하도록 하는 게 좋다. 메모 자체를 귀찮아하는 아이의 경우 일기장, 독서록의 일부에 그날의 수입과 지출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용돈기입장을 아이와 함께 보며 계획했던 것에 맞게 지출했는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체크할 필요도 있다. 올바르게 쓸 때는 칭찬을 해주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아이에게 차분히 설명해줄 필요도 있다. 더불어 자신이 쓴 영수증을 챙겨 용돈 기입장에 붙이도록 하는 것도 좋은 경제교육이다.

민평기 DGB대구은행 수신기획부 과장은 “세뱃돈을 받는 설은 자녀에게 돈을 관리할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기회”라며 “절약과 경제교육의 기본은 저축이고, 이를 통해 자녀에게 계획성과 자립성을 길러줄 수 있는 만큼 아이와 함께 은행을 방문해 통장을 만드는 경험부터 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민 과장은 또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세뱃돈의 총액에서 어떻게 분배를 해 소비할 것인지 계획을 세운 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소액을 저축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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