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샘의 밑줄 쫙]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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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19   |  발행일 2016-02-19 제43면   |  수정 2016-04-19
20160219

연휴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지인들과 명절의 피곤함을 커피와 수다로 풀고 헤어지려고 주차장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차를 빼려고 후진을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가깝다 싶었는데 아니다 다를까 주차해 있던 다른 차와 접촉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제법 큰 소리가 날 정도의 충격이 있었는데 가해 차량은 몇 번을 왔다갔다 움직이더니 차를 빼서 아무런 조치도 없이 자리를 뜨고 말더군요. 우리 일행 몇 명이 현장을 뻔히 보고 있는데도 말이죠. 피해 차량을 봤더니 고급 외제차였고 뒷범퍼쪽에 제법 눈에 띌 정도로 흔적이 남았더군요. 우리는 차량에 남겨진 번호로 전화를 했습니다. 아들이 아버지 차를 빌려 타고 나왔는지 전화 속 목소리는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었습니다. “거기가 어디냐? 차가 왜 거기 있느냐?” 그 아버지는 이것저것 따져 묻고 아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아들은 아버지 전화를 받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짧은 시간이었지만 부자 간의 문제로 우리 일행은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현장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아들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타났고 남의 차에 뭘 그리 관심을 갖느냐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더군요. 값비싼 외제차라서 더욱 감사하다는 인사를 기대했던 우리는 황당한 기분을 안고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죠.

‘잘못한 사람이 오히려 잘한 사람을 나무란다’는 뜻의 적반하장. 우리는 살면서 이런 경우를 종종 경험하고 다른 사람의 경험 또한 언론을 통해서 자주 접하게 됩니다. 대구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기차역이나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가까운 거리를 가자고 하면 일부 기사들이 손님에게 화를 내거나 다른 차를 타라고 한다는 경험을 얘기하곤 합니다. 왜 내리라고 하냐고 물으면 “내가 30분 넘게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렸는데 기본요금 거리의 손님을 태우려고 기다렸겠느냐!”라며 화를 낸다고 합니다. 승차거부도 기분이 나쁜데 화를 내며 손님을 가르치려고 한다는 것이죠. 물론 일부 기사의 사례지만 대구를 찾는 손님들은 그것을 대구 전체의 이미지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내가 뭘 잘못한 건지, 아니 그보다 내가 잘한 건지 잘못한 건지조차 모르는 비양심적인 사람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어릴 때부터 옳고 그름에 대한 교육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너는 괜찮아’ ‘내 자식만은 예외야’라는 교육이 미성숙한 어른을 만들게 됩니다. 방귀는 생리적인 현상입니다만 방귀 뀌고 성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방송인·대경대 방송MC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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