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현장 르포-‘오팔 아이(벵에돔) 천국’ 대마도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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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26   |  발행일 2016-02-26 제38면   |  수정 2016-02-26
해질녘 갯바위 낚싯대는 활처럼 휜다…던졌다 하면 4짜급 입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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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입도 첫날, 동쪽 갯바위 홈통을 노린 박정훈 프로가 4짜 벵에돔 입질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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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낚아낸 4짜 벵에돔을 들어 보이는 박정훈씨.


북서풍 계절이라 서쪽 갯바위 위험
바람 없을 땐 어디 내려도 벵에돔떼
서툰 솜씨에도 30㎝ 이상급 낚이어
해지면 5짜 이상 긴꼬리벵에돔 입질
대부분 고른 손맛 80㎝급 광어 눈길

‘오팔 아이(opal eye)’.

‘벵에돔’의 영어 이름이다. 청록색, 혹은 코발트색, 어쩌면 검푸른 색의 보석 오팔. 그 보석 같은 눈을 가진 물고기가 바로 벵에돔이다. 찌낚시 대상어 중에서도 가장 테크니컬한 기법으로 승부하는 물고기이기도 하다.

겨울 벵에돔낚시라고 하면, 이제 대부분의 전문꾼들은 대마도를 떠올린다. 특히 부산·경남 꾼들에게 대마도는 제주도보다 접근성이 좋고 조과가 확실한 곳이다. 이 시기 대마도는 절정의 벵에돔 시즌과 맞물린다. 대마도 남쪽이나 동쪽, 북서풍이 불지 않는 날이라면 서쪽 갯바위 어느 곳에 내려도 4짜급 벵에돔을 마릿수로 만날 수 있다. 특히 해 질 무렵 약간의 집중력만 발휘하면 5짜 이상 대형 긴꼬리벵에돔의 날렵한 입질을 받을 수도 있다.

◆바람 영향 없는 동쪽 갯바위로

지난 1월14일 오전 8시.

나는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다이와 갯바위 필드 스태프와 함께 대마도로 들어갔다. 이즈하라항에서 우리가 묵을 민박집 ‘오션’(대표 성필균, 070-8869-8773)까지는 약 20분 거리. 필드 스태프는 짐을 풀자마자 점심을 먹은 후 바로 밑밥을 갰다.

“서쪽 갯바위에 내릴 수 있으면 좋은데, 바람이 불어서 안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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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에돔 채비로 대형 참돔 입질을 받은 이영희씨.

성필균 오션 대표는 우리에게 동쪽 갯바위를 권했다. 아무래도 북서풍 계절이라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서쪽 갯바위는 위험하다. 바람 없이 비교적 포근한 날이라면 무조건 서쪽 갯바위였겠지만, 우리는 일단은 동쪽 갯바위에서 첫 승부를 보기로 했다.

오후 1시. 필드 스태프는 낚싯배에 올랐다. 포인트까지는 멀지 않았다. 10여 분 후 스태프는 둘, 혹은 세 명이 짝을 지어 하선했다. 나는 박정훈 스태프와 한국다이와 마케팅부의 최원제씨와 함께 비교적 발판이 편평한 여에 내렸다. 아, 또 한 사람이 있었다. 일본 본토에서 이번 일정에 맞춰 대마도로 들어온 나오키 야수다 쓰리시토 대표도 우리와 함께 했다. ‘쓰리시토(釣士道)’는 갯바위낚시용 찌를 만드는 회사다.

우리가 갯바위에 내렸을 때는 거의 만조 무렵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첫 입질은 너무 쉽게 들어왔다. 밑밥 품질 후 서너 번의 캐스팅 만에 박씨가 벵에돔 한 마리를 걸어냈다. 아직은 씨알이 잘다. 이렇듯 대낮에 발 앞에서 낚이는 대마도 벵에돔은 거의 25㎝ 전후급이다. 다행스러운 건 멸치 떼로 보이는 것 외에 다른 잡어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대마도 갯바위 벵에돔낚시는 그러나, 지금부터 사전작업이 중요하다. 오후 5시 전후에 분명히 4짜 이상 대형 벵에돔이 들어올 것이다. 그때까지 부지런히 발 앞에 밑밥을 쳐서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

저 멀리 본류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고 있고, 거기서 뻗어 나온 가지 조류가 우리가 서 있는 갯바위 왼쪽 벽을 타고 홈통 안으로 들어오는 상황이다.

“이쪽, 그러니까 제 왼쪽 홈통 입구에서 분명히 한 마리 나옵니다.”

박정훈씨의 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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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씨는 우여곡절 끝에 80㎝급 대형 광어를 갯바위 위로 끌어올렸다.

◆초썰물 훈수지대에서 첫 4짜 히트

오후 2시10분. 한창 초썰물이 진행될 때였다. 박씨가 발밑에 찌를 던진다. 밑밥은 조류의 상류, 즉 홈통 쪽에 뿌린다. 밑밥이 빠져나가면서 그 앞에 정렬되고 있는 채비와 동조가 이루어진다. 홈통에서 밖으로 나가는 조류와 본류에서 빠져나와 홈통 쪽으로 들어오는 조류가 만나는 지점, 바로 거기였다.

“히트~!”

걸렸다. 박씨의 낚싯대가 활처럼 휜다. 조금 전까지 잔재미 보던 씨알과는 다르다. 발밑 갯바위 틈 속으로 파고들려는 놈과 여유를 주지 않으려는 꾼의 신경전. 박씨는 낚싯대를 세운 채 왼쪽, 즉 제압하기 용이한 홈통 쪽으로 놈을 유인한다.

그 순간, 기껏 세웠던 낚싯대가 수평으로 누우려 한다. 박씨는 최대한 자세를 낮춰 허리를 빼앗기지 않으면서 다시 대를 세운다. 천천히 릴링. 찌와 초릿대의 간격이 짧아지고 있다. 거의 다 왔다. 왼손에 쥔 뜰채가 길게 수면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게임 종료.

의외로 이른 시각에 4짜 벵에돔이 낚였다. 같은 시각 우리가 있는 곳 건너편 갯바위에 자리한 홍경일씨의 낚싯대도 크게 휘었고, 이윽고 박씨와 비슷해 보이는 씨알의 벵에돔이 뜰채에 담긴다.

벵에돔 활성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편이다. 게다가 한겨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포근하다. 그만큼 수온이 높다는 예측이 가능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어의 성화는 거의 없다. 이따금 씨알 좋은 쥐치가 한 마리씩 올라오는 것 외에는 벵에돔낚시에 큰 성가심이 없다. 이날 함께 갯바위에 내린 최원제씨(한국다이와 마케팅부)의 서툰 솜씨에도 30㎝ 이상급 벵에돔이 물어준 걸 보면 과연 대마도는 벵에돔 낚시 천국이구나 싶다.

다만, 한 사람. 나오키 대표만은 아직 손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최원제씨의 통역으로 그에게서 얻은 정보는 그가 낚시를 위해 대마도에 온 건 이번이 세 번째라는 것. 그것도 10년 만이라는 것이었다. 역시 한국 꾼들이 일본 꾼들보다 대마도를 더 자주 들락거린다.

◆대형 참돔에 빨래판 광어까지

그런 나오키 대표에게도 해 질 녘 대마도 갯바위는 절호의 기회였다. 오후 4시가 넘어서면서 주위가 어둑해질 때 드디어 나오키 대표도 한 마리 걸었다. 역시 4짜급이었다. 아마, 이날 나오키 대표는 조과보다는 곧 출시할 찌들을 실전에서 직접 테스트하는 게 주목적이었나 보다.

낚이는 씨알은 점점 굵어졌다. 오후 5시30분 철수를 위한 배가 들어오기 직전까지 박정훈 스태프와 나오키 대표는 마치 시소를 타듯 4짜급 벵에돔을 번갈아 걸어내는 묘기(?)를 부렸다.

여기저기 흩어져 내렸던 필드 스태프가 다시 배 위에 모였다. 귀항.

오션 민박집 선착장에 모인 꾼들은 각자의 조과를 풀어헤쳤다. 30㎝ 이하 씨알은 모두 방생하고, 그 이상 씨알만 20여 마리. 자리에 따른 조과의 편차는 있었지만 대부분 고른 손맛을 본 셈이다. 그중에서도 좌중의 시선을 모은 건 이승현씨의 80㎝급 광어와 참돔이었다. 참돔이야 벵에돔낚시 중에 얻어걸릴 수 있다 쳐도 이씨의 광어는 의외였다.

“이거 딱 걸었을 때, ‘아~, 오늘 벵에돔 기록 세우는 날이구나’ 생각했어요.”

이씨의 무용담이 이어진다.

“거의 발 앞에 왔는데, 넓적한 것이…. 뜰채가 작아 거기에 집어넣지도 못하고….”

갯바위 발판 아래까지 거의 뛰다시피 내려가서는 막 목줄을 터뜨린 광어를 거의 품에 안다시피 포획했다는 거다. 이씨 덕분에 이날 우리는 쫄깃한 벵에돔 회와 함께 두툼하고 고소한 광어 살을 저녁상으로 즐길 수 있었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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