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중지된 메소밀, 高價에 버젓이 거래

  • 배운철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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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12   |  발행일 2016-03-12 제1면   |  수정 2016-03-12
청송 ‘농약 소주’ 사망사건
고독성 농약 부실관리 드러나
시신 부검 결과 ‘약물중독 추정’
20160312
11일 청송군의 한 농가에서 보관하고 있던 메소밀 농약병. 취재진이 제조회사 중 한 곳에 문의하니 해당 제품은 2012년 이후로 판매가 중단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정부의 안일한 고독성 농약 관리가 잇단 비극을 낳고 있다.

11일 ‘청송 농약 소주’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숨진 박모씨(63)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약물 중독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9일 밤 10시5분쯤 청송군 현동면 눌인리 마을회관에서 주민 허모씨(68)와 소주를 나눠 마시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음날 오전 숨졌다. 허씨는 중태에 빠졌다. 박씨 등이 마신 소주에서는 메소밀 성분이 검출됐다.

고독성 살충제인 메소밀은 그 위험성으로 인해 2012년부터 판매·유통이 중단됐다. 소량의 복용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데다 무색무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메소밀 판매·유통은 정말 중단이 된 걸까. 농촌마을에선 어렵지 않게 메소밀을 찾아볼 수 있었다.

11일 오전 청송군의 한 농가. 취재진이 농민 A씨에게 “메소밀이라는 살충제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밭 한켠에 보관하고 있던 메소밀 두병을 취재진에게 직접 보여줬다.

A씨는 “몇해 전부터 메소밀이 판매 중지된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이후에도 암암리에 메소밀이 거래됐다. 나도 원래 가격의 두배를 주고 메소밀 몇병을 사서 아껴쓰고 있다”며 “메소밀이 가격 대비 효과가 워낙 좋다. 메소밀만 있으면 다른 농약을 두세번 안 쳐도 되니까 나이 든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곤 한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메소밀 제조회사에 전화를 걸어 “지금 메소밀을 구입할 수 있느냐”고 문의하니 회사 측에서는 “2012년 이후로 판매가 중단됐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메소밀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날 농약 소주 사건이 발생한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메소밀은 맹독성인 데다 냄새도 안 나서 진딧물 등 해충 제거에 탁월하다. 이 마을에서도 사용은 안 해도 보관하고 있는 집이 몇집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메소밀이 살인 등 강력사건에 상습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주에서 일어난 ‘농약 사이다’ 사건 때 할머니들이 마신 사이다에서도 메소밀 성분이 나왔다. 당시 마을회관에서 메소밀이 든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 6명 가운데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태에 빠졌다가 회복됐다.

 

지난해 12월 충남 부여에서 자신을 험담한다는 이유로 30년 지기 이웃사촌을 살해하려 한 70대 남성도 메소밀을 넣은 두유를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송군 관계자는 “청송에 농가가 많다 보니 메소밀이 아직 남아있을 수 있다. 조만간 메소밀 수거 및 관리·감독계획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농약 소주 사건 발생 마을 주변에 대한 수색 및 탐문 수사를 통해 사건경위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청송=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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