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서 1차 충격 준 인공지능, 자율형 자동차서 2차 충격 줄 듯”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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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16   |  발행일 2016-03-16 제6면   |  수정 2016-03-16
인공지능의 한계는 어디인가
■ 김민수 DGIST 교수가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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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알파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김민수 교수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일이 당장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지속적인 발전을 바탕으로 인류의 일상생활까지 파고드는 2차, 3차 충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DGIST에 있는 서버(아래 사진)는 빅데이터로 활용되며, 인공지능 기술의 핵심적 역할을 한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은 세계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세돌의 승리를 점쳤던 인류는 이 9단이 내리 세 번 패하자 큰 충격과 좌절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3연패 뒤의 1승’에 자신의 승리처럼 환호했다. 알파고는 인공지능에 무관심했던 사람조차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등의 철학적 물음들을 화두로 떠올리게 했다. 그동안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일은 먼 얘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알파고의 숨은 실력은 이 같은 편견을 여지없이 깨트렸다. 동시에 인간의 무기력함을 공포처럼 느끼게 했다. 오싹한 기분마저 든다는 것이 사람들의 공통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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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없는 ‘약 인공지능’이지만
알파고처럼 빅데이터 활용하면
이르면 5년내 포뮬러 경기 등장
일상생활에도 깊숙이 파고들 듯

로봇수술·드론분야도 진화 예고
인간형 로봇 등장하면 ‘3차 충격’
경찰·도우미 등 일자리 뺏길수도
알고리즘 개발업체가 ‘甲중의 甲’

과연 인공지능은 무엇이고, 그 존재로 인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지난 14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김민수 교수(정보통신융합공학)를 만나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데이터베이스 석·박사를 받은 후 미국 UIUC대학에서 데이터 마이닝을 전공했다. IBM에서 빅데이터 엔진 개발에 참여했으며, 현재는 DGIST에서 머신 러닝(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김 교수에게 이번 대국에 대한 소감부터 물어봤다. 그는 예상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그리고 주저없이 이 9단이 1승 정도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예견했다. 김 교수는 “알파고를 이해하면 이번 대국의 결과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실력이 거의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하는 것은 창의성(직관)과 기복(起伏)이다. 알파고의 가장 큰 장점은 가장 안전하면서도 이길 수 있는 방법, 즉 ‘가장 좋은 수’를 찾아내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이를 ‘알파고 기풍’이라고 했다.

또 알파고는 잘할 때와 못할 때의 편차가 아주 작다. 어떤 프로 바둑기사와 대국을 해도 실력이 동일하다. 하지만 알파고에선 이것이 ‘독’이라고 했다.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반면 이 9단에겐 인간만이 갖고 있는 ‘창의성’과 ‘기복’이 있다. 즉, 인간은 컨디션에 따라 자신의 실력을 뛰어넘을 때도 있고,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할 때도 있다. 3패 뒤의 1승은 바로 이세돌의 창의성과 기복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 대국에서도 볼 수 있듯 이 9단은 창의성을 무기로 가장 이길 수 있는 곳에 수를 둔다. 알파고는 현재의 판세에서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한 뒤 작게 이기더라도 안정적으로 이길 수 있는 곳에 수를 두었다”고 말했다.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의 인공지능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졌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을 자아(自我)가 없는 ‘약 인공지능’과 자아가 있는 ‘강 인공지능’으로 구분했다. 알파고는 약 인공지능에 속하는 셈이다.

김 교수는 “자아가 없다는 것은 인간을 흉내내는 수준일 뿐 인간을 넘어서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약 인공지능의 한계는 시각 등 경험에 의한 빅데이터가 있어야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알파고도 15만개의 기보라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자율강화학습으로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왔다.

인공지능의 놀라움은 여기까지일까. 김 교수는 “이번 대국은 인류에 대한 인공지능의 1차 충격에 불과하다. 머지않아 2차, 3차 충격이 엄습할 것”이라며 “2차와 3차 충격은 알파고보다 더욱 복잡하면서도 일상생활에 접근성이 높은 분야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 교수는 알파고의 다음 이벤트로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한 팀을 이뤄 각각 자기 나라를 대표해 대국을 펼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대국은 불과 1~2년 안에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차 충격의 대표 사례로 자율형 자동차를 꼽았다. “단순히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것을 넘어 FIA 포뮬러1(F1) 경주에 인공지능을 장착한 자율형 자동차가 인간과 대결하는 구도를 만들것”이라며 “이같은 세기의 대결은 이르면 5년, 늦어도 10년 이내에는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의사가 아닌 로봇이 수술하는 시기도 머지않았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복강경 수술장비를 사람이 원격 조종해야 하지만, 수술 동영상이 빅데이터를 이루고, 이를 인공지능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학습해 오차범위를 최소화한다면 언제든 ‘의사 없는 로봇 수술’이 가능하다.

실제 대구지역 3개 대학병원(경북대병원·동산병원·영남대병원)에 설치된 로봇수술장비는 모든 수술과정이 장비업체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이 같은 수술과정은 업체의 빅데이터로 저장되고, 인공지능에 의해 시뮬레이션되고 있다.

자율형 드론과 원격조정이 아닌, 최종 목표만 입력하면 출격과 타격, 복귀까지 가능한 무인 전투기도 현실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의사의 처방 없이 약처방을 대신 해주는 의료 시스템이 IBM에 의해 개발, 활용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일까. 그는 자아가 없는 약 인공지능의 가장 큰 장점을 빅데이터의 활용이라고 설명했다. 약 인공지능의 경우 사전 데이터, 즉 빅데이터를 통해 학습을 한다는 것. 이를 통해 수천, 수억 개의 변수를 예상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3차 충격이다. 바로 인간의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3차 충격은 인간의 외모는 물론 피부까지 닮은 휴머노이드(humanoid)”라며 “영화 ‘채피(Chappie)’에서처럼 경찰이나 전투병·소방요원·가사도우미 등 특정분야에서 활동이 가능하다. 10년 이내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같은 로봇이 실험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구조도 급변하게 된다. 구글이나 IBM처럼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업체가 ‘갑’중의 ‘갑’이 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가장 큰 강점인 하드웨어(자동차·전자기기)는 영원한 ‘을’이 된다. 아니 갑, 을, 병, 정에서의 ‘정’이 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이 상태로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손을 놓고 있다 보면 우리나라는 또다시 강대국의 기술 종속국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인공지능에 대한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고전적 제조업은 물론, 첨단 하드웨어 산업까지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팅(슈퍼컴퓨터를 설계하고, 알고리즘을 돌릴 수 있는 기술) 분야에 투자력을 집중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공을 들인 수많은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알파고’인 것이다.

우리의 인접국인 중국과 일본도 제조업을 육성하면서도 동시에 인공지능, 슈퍼컴퓨팅, 빅데이터를 하나로 조합하는 미래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슈퍼컴퓨팅을 포함한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글로벌 점유율은 미국이 30%, 중국 30%, 일본과 유럽이 30%다. 한국은 존재감이 없다”며 “인공지능 기술력도 미국과 비교하면 10년정도 기술격차가 벌어져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유럽은 인공지능 분야뿐만 아니라 지난해 동물의 두뇌를 디지털화시키는 ‘블루 브레인 프로젝트(Blue Brain Project)’를 시작했다”며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인간의 불면증은 물론, 뇌와 신경을 이용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스스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1㎝에 불과한 예쁜꼬마선충의 신경조직을 로봇에 입혀 누구의 원격조종 없이도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고 이동할 수 있는 실험까지 완료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인공지능에 의한 인류 점령은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이라며 “하지만 인공지능 등 최첨단 소프트웨어 및 생명공학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 우리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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