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여서도 지깅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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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18   |  발행일 2016-03-18 제38면   |  수정 2016-03-18
수심 70∼80m서 묵직한 입질…지깅대가 크게 U자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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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입질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두 마리째 대방어를 걸어내고 있는 김도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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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첫 입질은 대광어였다. 최영성씨가 메탈지그로 낚아 올린 빨래판만 한 광어를 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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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미터급 방어 포획에 성공한 김병석 프로.

좁은 선실바닥서 칼잠 자다 갑판으로
초속 4m 여서도 바닷바람에 숨이 ‘턱’
강풍에 포인트서 밀리는 배…지친 꾼들
남쪽 이동후 정오쯤 광어로 마수걸이
곧이어 취재팀 전원 대방어 포획 쾌거

중썰물이 한참 힘을 받을 무렵. 정오가 되면서 드디어 기다리던 입질이 시작됐다. 첫 조과는 광어였다. 그것도 빨래판만 한 대광어. 이날의 대상어로 생각했던 놈은 아니었지만 오전 3시간30분 동안을 초조하게 보내던 우리에게는 숨통이 트인 순간이었다.

김병석 프로(YGF 영규산업)에게 여서도 지깅 제의를 받았을 때 나는 사실 내키지 않았다. 2월이면 지깅 시즌의 끝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계속 잘 나와요. 오히려 씨알이 굵어지고 있습니다. 꽤 길게 갈 것 같은데요.”

김 프로는 계속 망설이던 나에게 슬쩍 미끼를 던졌다. ‘오히려 씨알이 굵어지고 있다’는 말은 참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나는 그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물었다.

◆먼바다 바람은 예측불가라고?

지난 2월4일 새벽 3시. 김병석 프로가 운영하는 광주 루어스타일 앞에서 그와 만났다. 일행이 있었다. 평소 김 프로와 자주 출조를 다니는 최영성씨. 우리는 최씨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완도로 향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벽길을 달리다 보니 얼핏 갯냄새가 풍긴다. 벌써 완도항이다. 이때가 새벽 5시. 여기서 우리는 목포에서 온 김도윤·임정원씨와 합류했다.

항구에 있는 새벽 밥집에서 이른 아침을 씹어 넘겼다. 아직도 어둡다. 자동차 전조등에 의지해서 우리는 예약해 둔 엔조이호 앞에서 선장을 기다리며 채비를 꾸렸다. 희끄무레 날이 밝을 무렵 선장이 나타났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최근에는 날씨가 안 좋아서 통 나가지 못했거든요.”

신현욱 선장은 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월 말부터 전남 해안을 비롯한 이쪽 지방은 계속 기상이 좋지 못했다.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게 일어, 여기 낚싯배들은 근 열흘 이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래도 오늘은 바람이 없네요.”

애써 희망을 담아 한 마디 던졌다. 사실 완도항 내만은 잠잠했다.

“나가 보면 다를 겁니다. 여기서는 몰라요.”

여서도 지깅 경험이 많은 최씨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린다. 먼바다 날씨는 예측 불가라는 말이다. 최씨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좁은 선실 바닥에 다닥다닥, 모로 붙어 누워 칼잠을 자다가 엔진소리가 멎을 때 잠이 깼다. 갑판으로 나갔다. 헉, 숨이 턱 막힌다. 바람이 분다. 기상 예보에 따르면 여서도 주변 바람은 이날 초속 4m였다. 그러나 체감 바람은 초속 10m가 넘는다. 낚시의 ‘낚’자도 입에서 꺼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때가 오전 8시30분.

완도항에서 1시간30분을 달려 엔조이호가 도착한 곳은 여서도 남쪽 10㎞ 해상. 나는 선실에 있는 어탐기를 확인했다. 바닥까지 수심은 40m, 수온은 12℃. 표층에서 바닥까지 어탐기 화면은 온통 푸른빛이다. 대상 어군은 차치하더라도 베이트 피시조차 확인이 안 된다.

나는 지난 12월 초 여서도와 비슷한 위도 상에 있는 사수도 부근에서 방어와 부시리 지깅 취재를 했다. 그때 수온이 17℃였다. 두 달 사이에 바다 수온이 4℃ 이상 떨어져 있다. 사실 바다는 지금이 연중 가장 차가울 때다. 뭍은 오늘이 입춘이지만 바다는 지금부터 음력 2월말까지가 한겨울이다. 상황은 여러모로 불리했다.

그래도 내친걸음이었다. 몸을 밀어내는 바람에도 낚시는 해야 했다. 취재팀은 각자 자신들의 채비를 내렸다. 그나저나 바람이 너무 세다. 배가 포인트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계속 밀린다. 그나마 다행인 건 조류와 바람이 반대방향이라는 것.

“이건 맨땅에 헤딩 수준인데….”

방풍 외피조차 뚫어내는 듯한 칼바람을 맞으면서도 의욕적으로 채비를 놀리던 꾼들이 하나둘 지쳐간다. 갑판 위에 10분 이상 서 있는 것 자체가 무리다. 바람이 자기를 기다리거나 바람을 막아주는 섬의 동남쪽 해상으로 포인트를 옮겨야 한다.

“그쪽은 뻘밭입니다.”

그러나 신 선장은 섬 동남쪽 해상은 지깅 포인트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래저래 진퇴양난이다.

“좀 더 내려가 봅시다.”

오전 11시. 신현욱 선장은 배를 몰아 20여분을 달린다. 여서도에서 남쪽으로 많이 내려간다. 이윽고 엔진소리가 잦아든다. 어탐기를 보니 수심 70~80m선.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빨라 100g 전후의 메탈지그로는 어림도 없다. 적어도 150g 이상 200g 전후 무게의 메탈지그를 내려야 포인트 바닥에 제대로 찍힌다. 한풀 기세가 꺾이긴 했지만 바람은 여전히 불어댄다. 오전 11시55분.

“왔다~!”

나지막한 외침. 줄곧 뱃머리를 지키고 있던 최씨가 결국 첫 입질을 받았다. 낚싯대 휨새가 예사롭지 않다. 릴링 도중 초릿대가 쿡쿡 처박힌다. 수심 70m. 정체를 확인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 드디어 수면에 어체가 비친다. 그런데… 어째 거무튀튀하다.

“광어다.”

그랬다. 광어였다. 그것도 80㎝는 족히 됨 직한 대광어였다. 엄청난 포식성을 가진 대광어가 그 무거운 메탈지그를 탐했던 거다. 비록 우리가 목표로 했던 대방어나 부시리는 아니었지만 최씨의 마수걸이는 다시 엔조이호 갑판을 분주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꾼들이 흔히 하는 말로 ‘생명체가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수온 2℃ 오른 후 드디어 마릿수 타작

첫 대상어의 입질은 대광어를 물칸에 집어넣은 후 곧바로 들어왔다. 선미에 있던 임정원씨의 낚싯대가 크게 휘었다. 중층에서 표층까지 올라오는 도중에 좌우로 내달리는 걸 보니 분명 방어나 부시리다. 역시 신 선장의 뜰채에 담긴 건 방어였다. 씨알은 60㎝급. 크지는 않지만 마침내 대상어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날의 여서도 지깅은 이때부터였다.

곧이어 선실 옆에서 230g짜리 은빛 메탈지그를 내리던 김병석 프로에게도 입질이 왔다. 이번에는 꽤 긴 실랑이가 이어진다. YGF 영규산업에서 만든 지깅대 ‘겜블러’가 허리까지 휘며 크게 U자를 그린다. 놈이 치고 나갈 때는 버티고, 살짝 여유 줄을 준 후 펌핑과 릴링이 이어진다. 마침내 뜰채에 담겨 갑판 위에 내동댕이쳐진 놈은 미터급 방어.

마침내 ‘감’을 잡은 김 프로는 연속으로 두 마리째 방어를 히트했고, 이에 질세라 최씨가 비슷한 씨알의 방어를 걸어 올린다. 세 마리 연속 히트의 순간이었다. 이때가 낮 12시30분. 불과 30분 동안 세 마리의 방어와 대광어가 수면에서 솟아올랐다. 그러고는 1시간 동안 소강상태. 선미에서 김도윤씨가 쏨뱅이 한 마리를 올린 후 배는 포인트를 옮겼다.

“히트~!”

언제 낚싯대를 들었는지, 이번에는 신 선장이 대를 세우고 있다. 올라온 놈은 역시 미터급 대방어.

“왔구나~, 드디어 왔어~!”

아직 큰 입질을 받지 못하고 있던 선미의 김도윤씨도 드디어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취재팀 전원 대방어 포획 성공’이라는 쾌거를 거둔 순간이었다. 이때가 오후 1시30분. 20분 후 김도윤씨는 다시 비슷한 씨알의 대방어를 낚았다.

이제 더 이상의 낚시는 욕심이다. 바람은 여전히 강하게 불어대고 있었다. 완도항에서 나올 때는 뒷바람이었지만 들어갈 때는 맞바람이라는 걸 감안해야 했다. 귀항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 취재팀은 깔끔하게 대를 접었다. 우리는 여서도항에 잠시 배를 묶어둔 후 늦은 점심을 먹었다.

뒤늦게 확인한 사실. 이날 여서도 주변 수온은 오전이 12℃ 오후에는 14.3℃였다. 오전보다 오후 수온이 딱 2.3℃ 높았다. 그 2.3℃가 여서도 대방어의 활성을 만들었던 거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취재협조:광주 루어스타일 062-369-6103
lurestyle.co.kr
출조문의:오나도 엔조이호 010-2521-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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