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샘의 밑줄 쫙] 기초와 선행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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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18   |  발행일 2016-03-18 제43면   |  수정 2016-04-19
20160318

언제부터인가 보복운전과 관련된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저도 30년 가까이 운전을 하면서 크고작은 사고를 많이 겪어봤고, 운전 중 화가 나서 창문을 내릴 뻔한 적도 있습니다.

운전하며 자주 목격하는 장면이 편도 2차로에서 1차로로 주행하면서 뒤따르는 차량의 흐름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의 길만 묵묵히 가는 차량들입니다. 뒤에서 경적을 울리고 상향등을 켜서 재촉을 해도 요지부동이고 뒤차가 추월해 옆을 지나가면서 창문을 열고 뭐라고 해도 돌아보지 않습니다.

많은 초보운전자들이 처음 운전할 때 “뒤에서 아무리 빵빵거려도 절대 신경쓰지 말고 그냥 앞만 보고 운전하라. 답답하면 알아서 추월해 간다”라는 충고를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뒤차 때문에 갑자기 차로 변경을 하다 보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초보 운전자들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운전이 익숙해졌을 때에도 변하지 않거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보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굳어지면 문제가 되겠죠. 그런 잘못된 습관이 다툼과 폭력을 부르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초가 부실하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지어진 건물은 금방 하자가 발생하고 더 시간이 지나면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가 됩니다. 기초를 충실하게 하지 않은 골퍼는 평생 보기 플레이어 이상의 실력을 갖추기가 힘듭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중학교 때 기초를 잘 다지지 않은 학생은 고등학생이 되어서 남을 따라잡기가 힘들게 됩니다. 이를 방지하려고 미리 선행학습이라는 걸 하기도 합니다만 선행 학습을 누구나 하는 세상이다 보니 이제는 선행의 의미도 없어지게 됐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남과 비교하면서 교육을 하다 보니 걸음마를 익힐 정도가 되면 벌써 한글을 가르칩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말을 하고 글을 익히게 되면 당장의 자랑거리는 될지 몰라도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하고 글을 알게 되는 아이보다 스트레스를 훨씬 많이 받는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일 겁니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한 선행학습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어떤 것들이 더해지더라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는 튼튼한 기초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방송인·대경대 방송MC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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