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규모의 원전지원사업 100개 검토

  •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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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12 08:04  |  수정 2016-04-12 09:38  |  발행일 2016-04-12 제13면
천지原電 영덕군 변화의 움직임
20160412
지난해 10월 한수원이 발표한 10대 제안사업 중의 하나인 원전온배수를 이용한 첨단복합단지의 개념도. <한수원 제공>

한동안 갈등을 빚던 영덕 천지원전(原電)의 찬반 논란이 총선에 묻힌 가운데 영덕군이 조(兆) 단위급 사업들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2012년 영덕을 1천500㎿급 신규원전 건설 예정지역으로 고시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이를 확정했다. 이에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돼 지난해 11월 천지원전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그 결과 투표자의 91.7%가 반대했다. 총 유권자의 32.5%만 참여해 법적 효력을 잃었지만 원전 반대에 대한 만만찮은 정서를 드러냈다.

그러나 영덕원전은 이번 총선에서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당선이 유력한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이 정부입장을 이어받아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영덕군의 입장은 아직 완고한 편이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고 20대 국회가 시작되면 군의 입장도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郡, 논란속에서도 원전 관심
원전건설사업으로 세수 증대
예산 40% 증가 울진 부러워
곳간 든든히 채울 기회 판단

◆‘제안사업’ 주민 신뢰 여부가 관건

정부는 2010년 군의회의 동의를 바탕으로 유치 신청부터 2012년 예정지역 고시까지 원전건설에 대한 법적요건을 갖췄다고 공언해 왔다. 반면 군은 현재까지도 예정구역 내 현장 재조사를 위한 토지출입을 불허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군의회와의 갈등과 지난해 주민투표에서 드러난 원전반대 여론에 대한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군의 입장에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군이 정부를 상대로 원전반대 분위기를 잠재울 만한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속내를 비치고 있는 것. 군은 지난해 정부와 한수원이 발표한 ‘영덕발전을 위한 10대 제안사업’ 중 5개사업에 대해 좀 더 구체화된 계획을 요구했다. 해당 사업은 △첨단 열복합단지 △친환경인증 지역농수산물 판로지원 △휴양·힐링·교육 복합형 원자력연수원 △전문화된 지역의료시설 △직원과 주민을 위한 체육·문화 멀티플렉스 및 종합복지관 조성사업 등이다.

이에 한수원은 지역농수산물 판로지원 외 4개사업에 대한 설계용역을 최근 전문기관에 모두 발주시켰다. 지역농수산물 판로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방사선융합기술원·경북도 등과 협의해 추진 중이다.

군은 또 지난달부터 부군수를 단장으로한 ‘지역발전 사업발굴 TF’를 가동해 각종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TF에는 복지·의료·행정 및 문화·관광·건축, 농·수·임업, SOC 및 지역개발 등 4개 분야 담당급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발굴된 사업은 약 100건에 사업비만 2조원이 훌쩍 넘는 규모다. 군은 좀 더 현실성 있게 다듬어 간다는 복안이다. 또 올 하반기에 완료될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획기적인 지역발전 계획을 짤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군의 계획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다. 우선 군과 지역 국회의원, 군의회의 입장이 약간씩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군의 한 간부는 “솔직히 지금까지 드러난 군의회의 입장을 볼 때 원전건설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주민의 불신감도 극복 과제다.

주민 김모씨(59·영덕읍)는 “인근 경주와 울진에서 보듯 정부와 한수원의 발표는 그때뿐이다. 어물쩍 넘어가거나 항상 시끄러웠다”며 불신감을 나타냈다. 결국 정부와 한수원이 밝힌 제안사업의 구체성에 대해 지역주민이 얼마만큼 신뢰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원사업과 과제
TF 꾸려 지역발전 구상 총력전
올 하반기 용역결과 나올 예정
주민의 불신감 극복이 ‘관건’

◆예산 늘어난 울진이 부러운 영덕

군이 주민갈등 속에서도 원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엄청난 재정수입과 정부지원사업의 매력 때문이다. 올해 군의 총 예산은 3천653억원이지만 순수 지방세수입은 111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순수 군비가 필요한 주민소득사업이나 지역개발사업 등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시작된 천연가스(LNG)공급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약 150가구에만 공급되고 있다. 군민체육센터(실내체육관) 조성사업, 제2농공단지 조성사업은 국비를 확보하고도 군비 부족으로 추진 실적이 지지부진하다.

영덕경제는 지난 수년간 고속도로, 철도 등 국가SOC사업으로 어느 정도 생기를 띠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 연말 완공 예정인 상주~영덕 간 고속도로 공사가 끝나면 하루 평균 수백여명에 이르렀던 인력과 건설장비들이 철수하기 때문이다.

반면 울진의 경우 올해 예산이 영덕의 두 배 가까운 6천여억원으로 지난해 4천400여억원보다 무려 40% 가까이 증가했다. 예산증가의 직접적 이유는 신한울 원전건설 등으로 인한 세수증대다. 특히 원전건설로 인한 각종 정부지원금은 든든한 재정 곳간이 되고 있다. 또 신한울 원전건설에만 매일 수천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등 울진의 경기는 영덕보다 확실히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다.

군에 따르면 정부 계획대로 1천500㎿급 신규 원전 2기가 건설·운영될 경우 약 2조2천400여억원의 지원금을 거머쥘 수 있다. 먼저 실시계획 승인에 따라 원전건설비(7조8천억원)의 1.5%인 1천140억원의 특별지원금이 지원된다. 또 해마다 112억원의 기본 및 사업자(한수원)지원금(0.25원/kWh)이 원전폐지 때까지 매년 지원된다. 특히 지역자원시설세(1원/kWh) 명목으로 해마다 145억원이 역시 원전폐지 때까지 매년 군 수입이 된다.

이 경우 군은 해마다 수백억원의 주머니를 차게 되며, 중앙정부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도 주민소득사업이나 지역개발사업 등을 펼칠 수 있게 된다. 매년 국비확보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상당수 군 공무원이 울진을 부러워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갈수록 정부예산이 줄어들어 각종 사업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만약 원전세수가 들어오면 그땐 확실히 형편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원전건설 현장에는 외부의 건설인력과 장비 등이 몰려들어 지역경제가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상점을 운영하는 최모씨(53·영해면)는 “원전을 지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예산확보를 통한 지역개발과 각종 사업추진을 통한 지역경기 활성화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영덕=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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