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인물 - 이 세계] 최종섭 해오름영농법인 대표

  •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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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23 07:39  |  수정 2016-04-23 09:34  |  발행일 2016-04-23 제8면
요리대회 휩쓴 셰프, 500여종 기능성 채소 재배농 되다
(이 사람이 사는 세계)
‘워낭소리’ 할아버지의 아들
20년 몸 담은 요리사 그만두고
고향 봉화에서 특수작물 재배
“한국 외식업 발전 뒷바침 할 것”
20160423

로메인, 헬리오트로프, 로즈마리, 베르멘, 레몬그라스.

생소한 이름의 기능성 채소들이다. 신맛이 나기도 하고 짠맛, 매운맛도 난다. 봉화 산골에 이런 기능성 채소를 키워 부농의 꿈을 이룬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해오름영농법인 최종섭 대표(49)다.

봉화군 물야면 북지리에 위치한 해오름농장은 비닐하우스와 유리온실 등을 포함해 약 5만6천㎡나 되지만 무, 배추 등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소는 없다. 특급호텔과 최고급 레스토랑, 커피숍 등에서 고급 요리에 사용하는 미니채소를 비롯해 베이비채소, 허브류 등 500여종의 기능성 채소가 재배되고 있다.

해오름농장은 봉화지역에서도 일조량이 많은 곳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채소가 조금 크면 난로 없이 재배가 가능하고, 대량생산으로 공급가를 낮출 수 있다. 이는 수도권과 거리가 멀다는 단점을 뛰어넘는 장점이 될 수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유리온실에 저염간수를 공급하고 상토를 이용해 허브의 맛을 진하게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흙을 얇게 깔아 허브가 토양의 미네랄을 흡수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유리온실에서 키워진 순들은 주변 하우스로 옮겨져 재배된다”고 말했다.

또 “한국 외식업이 발전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특수작물인데, 아직까지 기능성 채소와 같은 특수한 품종의 식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처음에는 100여 가지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500여 식물을 키우고 있으며 앞으로도 종(種) 수를 늘려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인 고(故) 최원균 할아버지의 9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2003년 국제 조리대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시작으로 각종 요리대회에서 여섯 번의 금메달을 수상한 셰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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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섭 해오름농장 대표가 유리온실에서 키워지고 있는 기능성 채소를 들여다 보고 있다.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셰프로 있던 그는 당시 새싹채소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2011년에 20여년 동안 일해온 셰프를 그만두고 고향인 봉화로 내려와 특수작물을 연구하고 재배하고 있다.

그는 “봉화는 백두대간의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사이에 위치한 낙동강의 발원지로 웬만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데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일교차가 커 건강 기능성 채소 재배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지금은 연간 매출 35억원, 고용인원 20여명으로 지역의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게 성장했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특히 3년 전에는 유리온실 화재로 인해 그동안 연구, 개발해온 상당수의 종자와 채소를 잃기도 했다.

그는 “당시 소방서에서는 6천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공 들여 개발한 종자들을 잃고 6개월 이상 납품을 못해 10억원 이상 손해를 봤다”며 “원상 복구에 2년 이상이 걸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은 화재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전국 셰프들과 요리 관련 학과 학생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방문 문의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이름을 얻고 있다.

최 대표는 “기능성 채소를 연구하고 종자를 모으는 한편 재배방법을 익혀 다양한 먹거리와 브랜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봉화 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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