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대한 소원' 안재홍 “B급 정서 느껴져 신선…말 그대로 골 때리는 작품”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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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25   |  발행일 2016-04-25 제24면   |  수정 201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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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족구왕’에 이어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안재홍. 이번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친구의 생애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함께 나선 갑덕을 연기했다.

“말 그대로 ‘골 때리는’ 작품이었다.” 나름 B급 코미디 정서에 통달했다고 자부하는 안재홍에게도 ‘위대한 소원’의 시나리오는 ‘물건’이었다.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인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 그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2014년 영화 ‘족구왕’에 이어 ‘응답하라 1988’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안재홍은 그렇게 자신의 극 중 모습마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순간과 마주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친구 고환(류덕환)의 생애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나선 절친들의 좌충우돌을 담은 이 영화에서 갑덕을 연기한 안재홍은 친구 남준(김동영)과 함께 발칙하고 황당한 계획을 실행해 나간다.


다른 배우 호흡에 방해될 것 같아
애드리브 자제…대본에 충실한 편'

개성 넘치는 갑덕 역할
사고뭉치로 설정해 접근

드라마 ‘응팔’ 이후 인기
얼떨떨하지만 기분 좋아

영화 비디오 빌려보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관심

궁금증 갖게 만드는 배우로 기억되고파



하지만 녹록지 않다. 갑덕의 비기라 할 수 있는 남다른 어휘 구사력(?)은 매번 릴레이 따귀로 돌아오고, 가족 역시 그의 진심을 헤아리지 못한다. 하지만 친구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그의 모습은 우정을 중시한 전작 속 캐릭터들과 자연스럽게 중첩된다. 그 과정에서 보이는 그의 개성 넘치는 연기력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연출을 맡은 남대중 감독이 “대한민국에 저런 배우가 있구나” 하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말이 과장처럼 들리지 않는다. 아직 많은 작품을 통해 그를 만난 건 아니지만, 자신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완벽히 자기화시킬 수 있는 능력만큼은 확인했다. 이 정도면 안재홍을 주목해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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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웃으면서 봤다.

“정말 전개가 굉장히 독특하고 새롭지 않나. 나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엄청 웃었는데 다음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정말 궁금했다. B급 정서가 느껴지는 것도 나름 신선했고.”

▶애드리브도 많았을 것 같은데.

“거의 하지 않았다. 이번 영화는 물론 전작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애드리브는 다른 배우의 호흡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최대한 자제한다. 괜히 했다가 득보다 실이 많을 것도 같고. 물론 애드리브를 구사할 만큼 순발력도 없다. 그냥 대본에 충실한 편이다.”

▶캐릭터 접근은 어떻게 해나갔나.

“갑덕은 좀 독특한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이나 학창시절에 그런 친구는 꼭 한 명씩 있다. 괜히 일을 만들어내는 사고뭉치 말이다. 그렇게 캐릭터를 설정해 놓고 접근했다.”

▶참고한 영화가 있다면.

“흔히 ‘병맛’이라 불리는 미국식 B급 코미디 ‘행오버’ ‘21 점프 스트리트’ 같은 영화들을 찾아 봤다. 하지만 ‘위대한 소원’은 그런 영화들과는 차별된 색다른 느낌이 있는 영화다.”

▶화면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과묵하고 진지하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낯가림이 심하다. 조금 친해지면 편하게 행동하는데 그 관계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폭넓게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과 자주 만난다.”

▶혈액형이 뭔가.

“신중한 O형이다.”(웃음)

▶서른한 살이지만 교복을 입은 모습이 나름 잘 어울렸다.

“우리도 촬영을 하면서 ‘위대한 소원’이 마지막으로 교복을 입는 영화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 재밌고 알차게 촬영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또 교복을 입을 기회가 생긴다면 기쁜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다.”

▶감독의 특별한 주문이 있었나.

“명료하게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갑덕은 캐릭터가 쌓여가면서 이해되는 인물이 아니라 처음부터 육감적으로 캐릭터가 드러나는 인물이다. 그래서 헤어 스타일도 독특하게 하고 옷도 조금 튀게 입었다. 집이 굉장히 잘 사는 설정이기 때문에 옷에 대문짝만 하게 명품 로고가 박혀 있지만 갑덕이 그런 옷과 조금 어울리지 않는 치기어린 모습으로 보였으면 했다.”

▶‘응답하라 1988’ 이후 달라진 인기를 실감하나.

“아직 대본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지는 않다.(웃음) 하지만 가게나 마트에 가면 많이 반가워하고 알아봐 주신다. 그게 신기하긴 한데 내가 다른 사람이 된 건 아니다. 사는 방식이나 만나는 사람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평소와 다름없이 지낸다. 하지만 얼떨떨하고 기분 좋은 건 사실이다.”

▶‘꽃보다 청춘’에선 남다른 요리 실력도 선보였다.

“잘 하지는 못한다. 내가 스무살 때부터 자취생활을 했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래서 만들어 먹는 게 생활이 됐다. 거창하게 요리라고 생각하고 만들기보다는 그냥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있게 하는 요리도 딱히 없다. 그때그때 먹고 싶은 게 생각나면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해 먹는다.”

▶연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영화나 비디오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 외에는 딱히 취미생활이 없었다. 덕분에 비디오 가게 사장님과 친했고, 최신작이 나오면 내가 우선권을 가졌다. 특히 코미디 영화를 좋아했는데 ‘어니스트’ 시리즈를 즐겨봤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솔직히 입학할 때는 몰랐는데 학교 다니면서 친구들과 단편영화를 찍고 연극도 준비해 정기 공연을 올리면서 연기하는 게 정말 즐겁다고 느꼈다. 밤새 촬영해도 피곤하지 않고 재밌었다. 그런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꿈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궁금증을 갖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뻔한 대답이지만 솔직한 답변이다. 나만 해도 영화를 고를 때 어떤 배우가 나오고 어떤 감독이 연출하는지를 우선해 고른다. 그만큼 궁금증에 더해 대중에게 신뢰감을 준다는 얘기일 텐데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그때까지 연기력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의 출연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김현수 프리랜서 dad24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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