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옥展 6월15일까지 두류갤러리

  • 김수영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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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26   |  발행일 2016-04-26 제24면   |  수정 2016-04-26
한지 붙이고 또 붙이고…완성작엔 언제나 의도치 않은 ‘꽃’
달서문화재단 출범 2주년 기념행사
40여점 중 25점이 100호 이상 대작
양향옥展 6월15일까지 두류갤러리
양향옥展 6월15일까지 두류갤러리
<재>달서문화재단 출범 2주년 특별기획전에 초대받아 29일부터 개인전을 여는 양향옥 작가(위쪽)와 작품 ‘당신은 꽃 입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재>달서문화재단이 출범 2주년 기념 문화예술행사를 풍성히 마련했다.

29일부터 6월15일까지는 양향옥 작가 초대전을 웃는얼굴아트센터 두류갤러리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화전시가 아니라 시각예술작품과 패션을 컬래버레이션한 작품, 시를 읽고 난 후의 느낌을 회화로 표현한 작품 등 미술장르와 다른 장르의 다양한 만남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꽃의 형상을 통해 끝없이 피어오르는 생명력을 주제로 작업을 해온 양 작가의 쉬지 않는 실험적 시도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전시다.

한지를 캔버스에 겹겹이 붙여가며 색을 입혀 작품을 완성하는 양 작가는 꽃처럼 보이는 형상을 만들지만 이 형상은 작가가 의도한 바가 아니다.

“꽃을 만들려고 하지 않지만 작업할 때 늘 내 마음에 무언가 피어오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그늘진 곳, 아픈 곳, 즉 생명이 살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무언가가 움트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이는 어떤 생명체를 만들어간다는 것일 수 있고 생명력이 살아 숨쉰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심적 상태에서 작업을 해서 그런지 작품이 완성되면 자연스럽게 꽃의 형상처럼 보입니다.”

그의 작업에는 많은 노동력이 뒤따른다. 작가 스스로도 ‘노동집약적 작업’이라고 말한다. 큰 화면에 한 장의 한지를 붙인 뒤 색을 입히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된다. 얼마나 많은 한지를 붙이는지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할 정도로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데 작가는 이를 수행의 과정이자 생명탄생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스쳐지나갈 수 있는 수많은 인연들 속에서 만들어지는 생명의 존귀함을 느끼게 하는 작업이다.

양 작가는 “작품을 통해 상처를 보듬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한지를 터치하는 긴 세월 동안 그 부드러운 품 안에서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하듯 작업하고 있다”며 “이 과정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제목도 ‘당신은 꽃입니다’로 정했다. 이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기 위해 양 작가는 육체적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세상 모든 것의 아름다움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는데 이 희생 속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자처하고 있다.

양 작가는 자신의 작업과정을 한 마디로 “드러내고 감추는 과정의 반복”이라고 표현한다. 한지를 붙이고 색을 칠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여기에 새로운 한지를 덧붙이고 새로운 색을 칠해 그 앞에 행해왔던 그의 마음을 감추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 등 밝고 화려한 색을 쓰지만 강렬한 느낌보다는 파스텔 톤의 은은한 이미지를 준다. 그 은은함 속에는 몽환적 분위기가 감돈다. 한지 특유의 발색효과와 수많은 한지가 겹쳐짐으로써 만들어진 양향옥만의 표현기법이다.

그의 작품은 소품보다 대작이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꽃의 형상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이 대형 캔버스에 펼쳐질 때 마치 무릉도원의 한가운데 선 듯, 때로는 드넓은 우주에 자리한 듯한 느낌을 준다. 이번 전시가 더욱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총 40여점의 전시작 중 100호 이상의 대작이 25점이다. 특히 120호짜리 작품 10점을 전시장 한면에 나란히 배치시킨 작품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이다.

이번 전시에는 양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디자이너 최복호의 패션작품도 함께 소개된다. 최 디자이너는 “양향옥 작가는 컬러의 화가”라며 “작가가 보여준 따뜻한 색감을 한국적인 소재에 적용해 회화를 의상과 대형인형으로 표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 10여점도 만나볼 수 있다. 29일 오후 6시에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양 작가의 작품으로 디자인한 스카프와 넥타이를 이용해 관람객과 함께 하는 오프닝 퍼포먼스도 펼쳐진다. (053)584-8720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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