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비 없어" 2달간 노모 시신 차에 싣고 다닌 60대 아들

  • 입력 2016-04-27 00:00  |  수정 2016-04-27 20:00

 이달 중순 경북 울진에서 차를 훔친 혐의로 A(60)씨를 검거한 경찰은 차량을 조사하면서 깜짝 놀랐다. 검은 봉지에 싸인 시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A씨의 어머니 B(86)씨의 시신이었다.


 경찰은 즉시 A씨를 추궁했고 애초 시신이 있다는 점을 숨기고 경찰이 차를 뒤질때 안절부절못하던 A씨는 그제야 순순히 사정을 털어놨다.


 A씨는 이것저것 손을 댔다가 실패한 이후 전국을 떠돌며 살았다. 올해 초부터는 어머니 B씨와 전남 여수의 한 저수지 근처에 움막을 짓고 단둘이 살았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말 어머니가 움막에서 숨졌다. 임종한 A씨는 귀와 코를 막는 등 '나름의' 염을 하고 장례식장 등에 장례 절차와 비용을 문의했다. 하지만 장례비는 너무 비쌌다.


 결국 A씨는 어머니 시신을 며칠간 움막에 뒀다. 그 사이 과거 사업할 때 빌려준 돈을 받으러 다니거나 일거리를 찾으러 전국 각지와 움막을 왔다 갔다 했다. 이 과정에서 의정부에서 지인의 차를 허락 없이 가져다 몰고 다녔다.


 그러던 중 3월 초 경북 울진에 일거리가 생겼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은 A씨는 고민하다 어머니의 시신을 비닐에 싸 훔친 차에 싣고 울진으로 갔다. 이후 그는 어머니 시신을 차에 실은 채 울진 등지를 다녔다.


 A씨는 "어머니 장례는 제대로 치러 드리고 싶었지만 장례비가 없어 장례비를 마련할 때까지 일해 비용을 마련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처음 B씨가 타살됐을 가능성을 두고 조사했지만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탐문조사 결과 A씨의 행적 역시 진술과 일치해 A씨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27일 A씨를 사체유기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경위를 조사할수록 담당 경찰관 모두 A씨의 사정을 딱하게 여겼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를 결정했지만, 사람이 사망하면 국가에신고해야 하는 엄연한 법이 있어 처벌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체유기는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는 중죄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살인 등 강력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사안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된다.
 한편, 경찰은 A씨와 오래전 헤어진 여동생과 연락해 B씨의 장례가 무사히 치러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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