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행복하자”

  • 이춘호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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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29   |  발행일 2016-04-29 제33면   |  수정 2016-04-29
20160429
갓 세상에 나온 연둣빛 느티나무 잎 사이에 화창하게 서 있는 노태맹·변희수·김연대·윤은희·김선굉 시인과 시노래 가수 진우씨(오른쪽부터). 위클리포유가 제안한 그룹인터뷰에 참석한 이들은 ‘시의 도시’ 대구의 시적 도약을 위한 각자의 염원을 토해냈다.

시인. 그는 느낌표(!)인가 물음표(?)인가. 물음표라면 그는 시인이 아니라 구도자, 아니 사상·혁명가일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느낌표’인지도 모른다. 시인은 이념도 역사도 문화의 산물도 아니다. 누구의 편도 아니기 때문에 그는 분석의 대상이 되기도 어렵다. 이쪽과 저쪽, 여기와 저기를 퓨즈처럼 연결해주는 천사, 아니 ‘신탁(神託)’ 같은 존재다.

또한 시인은 어떤 권력도, 어떤 영광도 아니다. 세력의 편이 아니라 ‘세상과 세월’의 편이다. 모국어를 사용해 독자의 가슴에 ‘도끼’와 같은 삶의 경이로움과 발견을 주는 자다. 시인의 구세주는 시인이 아니라 시다. 시 이외에 그를 굴복시킬 수 있는 건 없다. 그래서 시가 숭고한 것이다. 시인은 ‘되는 것’이라기보다 ‘되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POEM & POET

지난 14일 오후 영남일보 본사 사옥 뒷마당에 몇 명의 시인이 모였다.

김선굉·김연대·노태맹·변희수·윤은희 시인과 시노래 싱어송라이터 진우씨였다. 시인과 시를 주제로 한 그룹인터뷰였다. 이들은 등단과 첫시집 출간 과정의 여러 감회를 솔직히 토로했다. 비평의 부재, 서정시학의 절실함, 유명 시인의 권력화 등을 통박했다.

일부 참여자는 난해시 일변도의 현 시단의 흐름을 우려했다. 특히 김선굉 전 대구시인협회장은 “시의 원천은 서정이다. 모든 시는 서정의 바다에 닻을 내려야 하고 서정의 바다를 항해 해야 한다. 참여시나 실험 정신에 기댄 미래파류의 전위시가 한 시절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것은 시의 DNA가 서정이라는 것을 외면한 필연적인 결과다. 시의 원천 에너지원이 서정이라는 사실을 잊거나 가볍게 여기는 순간, 그런 시문학은 뿌리가 잘린 ‘꽃꽂이 문학’이 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이날 시인들은 ‘살아 있는 시인들을 위한 시비 건립이 시단만의 자축행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에도 공감을 했다. 지금 이 시점에 시비 건립보다 더 절실한 건 시집을 사 보지 않는 시민독자와 공감할 수 있는 빼어난 시집을 발간하는 것이라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이번 모임을 주선한 시인은 박진형 신임 대구시인협회장이었다.

그는 갈수록 위축되는 지역 시인들에게 ‘월계관을 씌워준다’는 맘으로 향후 2년간 본지와 뜻깊은 사업을 전개키로 했다. 매주 토요일 본지 문화면에 배달되는 ‘이 주일의 시인’이란 코너를 신설한 것이다. 시의 도시 대구를 살리기 위한 일환이다.

◆詩로 행복하자

‘詩로 행복하자!’

대구시인협회 13대 집행부의 슬로건이다. 대구시인협회는 지금 창립 25년, 청년기를 맞아 새롭게 그간의 성과를 재점검하고 텍스트를 축적하여 새로운 25년을 위한 초석을 다질 때다.

‘인간의 역사란 어느 시대나 불행했지만 작금의 세태는 그 어느 때보다 인간성의 위기에 처했다’고 본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안에 전 세계가 다 들어 있는 시대에 과연 시는 필요한 것일까’라고 자문도 한다. 하지만 문자의 핵심인 시는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함께 공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앞으로 대구시인협회는 1주일간의 시인 주간을 선정한다. 단순히 선정만 하는 게 아니라 대표작 10편, 산문, 사진, 프로필 등을 대구시협 카페(daum.net/dgpoetry)에 알리고 매주 토요일 본지 출판면에 1편씩 싣는다. 향후 2년간 장기 레이스를 펼친다. 매주 10편의 텍스트가 2년간 쌓이면 1천여 편의 회원들의 대표시가 쌓일 것이다. 이 중요한 텍스트는 대구문학은 물론이고 한국문학의 한 성과로 평가될 것이다. 글=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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