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름에 귀 기울이고 격려…4천년 이어온 유대인 교육철학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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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30   |  발행일 2016-04-30 제16면   |  수정 2016-04-30
13세에 완성되는 유대인 자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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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에게 있어 13세 이전의 자녀교육은 부모의 가장 중요한 의무다. 유대인의 교육은 밥상머리와 베갯머리(아래 사진)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한스미디어 제공>


밥상머리에서 일상 공감
베갯머리에서 질문·칭찬
상상·어휘력 풍부해지고
인내심·예절·배려 배워

가벼우면서도 포근해 담요나 재킷의 소재로 흔히 쓰이는 폴라폴리스를 개발한 회사가 있다. 1906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설립된 ‘말덴 밀즈(Malden Mills)’다. 이 섬유의 인기 못지않게, 11년 전 이 회사의 CEO가 내렸던 결단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1995년 12월11일 이 회사의 방직공장이 화재로 불에 탔다. 혹독한 추위를 앞둔 시기여서 CEO인 아론 퓨어스타인과 노동자는 모두 망연자실했다. 당시 회사는 1980년대 파산위기까지 갔다가 연구진의 가벼운 양모 플라텍 개발에 힘입어 다시 매출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고 다음날 퓨어스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깜짝 발표를 했다. 공장이 다시 문을 열기 전까지 3개월 동안 3천명의 근로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보너스도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언론사들은 그의 이야기를 국민들에게 전하며 ‘1990년대의 성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국가 정책의 방침을 밝히는 연두교서에 이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눈앞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가들의 기본적 행동방식에 역행하는 것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기업은 규모를 줄이고 있었고, 원가 절감을 위해 해외로 기업을 이전하는 추세였다. 퓨어스타인은 CEO로서 쉽지 않은 결정을 어떻게 내렸을까.

정통파 유대교도였던 그는 베갯머리에서 아버지로부터 들은 현자의 가르침을 떠올렸을 뿐이라고 했다. ‘도덕적 혼돈이 닥쳤을 때, 사람으로서 어찌 처신해야 할 것인지 최선을 다하라’는 2천년 전 현자 힐렐의 가르침이었다.

퓨어스타인이 아버지로부터 들은 ‘베갯머리 이야기’는 유대인들에게 전혀 특이한 것이 아니다. 유대인은 아이가 돌이 지나면 아버지가 베갯머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때 들려주는 것은 동화책, 할아버지나 조상에 대한 이야기, 다윗과 골리앗·삼손 이야기 등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유대인 부모의 베갯머리 이야기는 아이들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상상력을 키워준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대인 부모들은 책을 읽은 후 “느낌이 어땠어”라고 묻고 아이의 솔직한 대답을 칭찬한다. 책을 덮으면서는 “내용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내일 또 읽어줄게”라고 말하며, 상상을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쌓인 아이들의 표현력, 상상력은 풍부한 어휘력으로 나타난다. 보통 아이들이 네 살 무렵 인지하는 단어는 800~900단어 정도지만, 유대인 아이들은 1천500개 이상의 어휘를 인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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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외 지음/ 한스미디어/ 308쪽/ 1만3천500원

베갯머리 이야기뿐 아니라 밥상머리 교육도 유대인의 자녀교육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들에게 밥상머리는 가족이 함께 식사하면서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서로 공감을 나누는 시간이다. 이때는 민감한 이야기나 꾸짖는 말은 하지 않는다. 밥상에서는 아이를 혼내지 않고, 긍정적인 말만 하는 것이다. 밥상머리에서 유대인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인내심, 예절, 공손, 나눔, 절제, 배려를 배운다.

미국 사회에서 성공한 유대인들의 이야기에서도 밥상머리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학업보다 다른 분야에 빠져 엉뚱한 상상만 일삼는데도 부모님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재미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유대인이 4천 년간 쌓아온 교육법을 그들의 문화, 역사, 철학을 보여주며 소개한다. ‘치맛바람’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교육열과 달리 ‘학생 전부가 우리 아이’라는 것이 유대인 부모들의 생각이다. 저자는 “내 아이를 위한 열정을 부모의 보살핌이 부족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나누면 사회적 문제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한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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