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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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30   |  발행일 2016-04-30 제23면   |  수정 2016-04-30
[토요단상] 미세먼지
노병수 (대구 동구문화재단 대표)

우선 질문부터 하나 하자. 미세먼지가 해로울까, 담배연기가 해로울까. 정답은 ‘모두 해롭다’이다. 둘 다 WHO가 정한 ‘1급 발암 물질’이다. 그러나 미세먼지의 위험이 담배연기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갓난아기를 데리고 길을 가다 담배연기를 만나면 질겁을 한다. 그러나 미세먼지 속에서는 태연히 나들이를 한다. 그것만 봐도 우리가 미세먼지에 얼마나 둔감한지 알 수 있다.

그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지난주만 해도 전국에 미세먼지주의보가 내린 가운데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가 수없이 열렸다. 기준치를 넘는 미세먼지 속에서 수만 명의 시민이 건강을 위해 달리고 달렸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42.195㎞를 완주했다. 이달에만 전국에 53개의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알려주는 언론은 별로 없었다. 대회를 잠정 중지시킨 자치단체도 없었다.

미세먼지는 대체 무엇인가. 미세먼지는 보통의 먼지에 질산염, 황산염, 암모늄 등의 이온 성분과 탄소화합물, 금속화합물 등의 오염물질이 엉겨붙어 만들어진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보통의 먼지는 코나 기관지의 점막에서 대부분 걸러져 배출된다. 미세먼지는 입경(粒徑) 10㎛ 이하의 크기로 머리카락의 10분의 1 정도다.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 인간의 폐포(肺胞)까지 깊숙이 침투해 각종 호흡기 질환의 주범이 된다.

그 가운데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특히 인체에 치명적이다. 너무 작아 피부를 통해 혈관으로 바로 침투한다. 그래서 협심증, 뇌졸중 등의 원인이 된다.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고 피의 산소 교환을 막아 각종 질환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 밖에 암 발병에도 영향을 주고 조기사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세먼지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발암의 가장 큰 원인 물질 가운데 하나다. 연구결과도 많고 임상결과도 많다.

미세먼지가 피부에 미치는 영향도 장난이 아니다. 모공을 막아 여드름이나 뾰루지를 유발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아토피 피부염의 주범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에게도 천적 중의 천적이다. 머리카락에도 해롭다. 두피에 미세먼지가 섞인 비나 눈을 맞으면 모낭 세포가 다친다.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쉽게 부러지고, 작은 자극에도 이내 빠진다. 미세먼지가 아니라면 피부과가 저렇게 붐빌까.

여기서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흔히 황사(黃砂)가 미세먼지고, 미세먼지가 황사라고 말을 한다. 나아가 미세먼지의 주범은 중국이라고 단언을 한다. 심지어 정부기관에서 그렇게 발표를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물론 입자의 크기로만 볼 때 황사도 미세먼지에 속한다. 그리고 황사에도 중금속이 들어있어 미세먼지의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세먼지를 중국 탓으로 돌리는 것은 위험하다. 비겁하기도 하다.

황사는 중국이나 몽골 등지에서 발원하여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날아온다. 조건만 갖춰지면 멀리 북미지방까지 흙먼지를 뿌리고, 태양까지 황톳빛으로 물들인다. 세차의 적이요, 빨래의 적이다. 그러나 황사는 일종의 자연현상이다. 미세먼지의 주범은 어디까지나 우리나라다. 자동차 배기가스가 으뜸 원인이고, 공장의 화석연료가 버금 원인이다. 중국 핑계만 대고 있으면 제대로 된 대처방안은 결코 나올 수 없다.

결론은 간단하다. 미세먼지에 대해 제대로 알자는 얘기다. 그리고 겁을 좀 내자는 얘기다. 적어도 담배연기로 인해 죽는 사람보다 미세먼지로 인해 죽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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