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캔자스주 외딴 농가가 '디지털 지옥'이 된 기막힌 사연

  • 입력 2016-05-02 14:49  |  수정 2016-05-02 14:49  |  발행일 2016-05-02 제1면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의 지리적 위치를 알려 주는 서비스의 실수 탓에 최근 10여년간 미국 캔자스 주의 외딴 농가가'디지털 지옥'이 됐다.


 1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 퓨전닷넷(www.fusion.net)에 따르면 미국 캔자스 주(州)의 포트윈이라는 작은 마을에 360 에이커(146만㎡) 넓이의 토지가 있다. 주도(州都) 위치타로부터는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으며, 원래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


 이 땅은 포겔먼이라는 성을 가진 일가가 100여년 전부터 소유해 왔으며, 현재 주인은 조이스 테일러(82·결혼 전 성 포겔먼)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이 땅을 임차해 쓰고 있다.


 최근 10여년간 테일러와 이 땅 임차인들은 인터넷 사기, 신원 사칭, 스팸 발송,탈세 등 범죄 사건을 수사 중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 경찰관들, 연방보안관들, 국세청(IRS) 조사관들이나 사이버범죄 피해자들로부터 난데없는 탐문·압수·수색·항의전화·방문을 자주 받았으나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퓨전닷넷이 조사한 결과 그 이유는 널리 쓰이는 IP 주소 지리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정보업체 '맥스마인드'(MaxMind)의 실수 탓이었다.


 맥스마인드는 IP 주소의 지리적 위치를 파악해 알려 주는 서비스다.


 위치를 정확하고 상세하게 추적하기 어려우면 대략 파악할 수 있는 위치의 중간쯤에 표시 위치를 지정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쓰이는 IP 주소라는 것은 알지만, 더 이상 정보를 얻기 힘들면 미국 국토의 지리적 중심점 근처를 대표로 지정해 위치 표시를 하는 것이다.


 미국 국토의 중심점은 캔자스 북부의 네브래스카 접경 지역에 있는 북위 39도 50분, 서경 98도 35분 지점으로, 테일러가 소유한 집으로부터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다.


 맥스마인드는 2002년 설립될 때부터 미국을 대표하는 중간 표시 위치의 좌표를 편의상 북위 38도, 서경 97도로 정했으며, 여기가 바로 테일러가 소유한 집의 앞마당이었다. 위치가 이 지점으로 표시되는 IP 주소의 수는 자그마치 6억개에 이르렀다.


 이 지점에 수사관과 사이버범죄 피해자 등 낯선 사람들의 방문이 잇따라 테일러와 세입자들이 정상으로 생활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자 이 지역을 관할하는 버틀러 카운티의 보안관(셰리프)이 "문의 사항이 있으면 이 집에 가지 말고 보안관실에 물어 보라"는 팻말을 설치해 주기도 했다.


 퓨전닷넷은 작년에 애틀랜타 주에서 이와 유사한 일을 겪은 신혼부부의 사례를 보도한 후 후속 취재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이 사례를 발견했다.


 이 매체는 맥스마인드 측에 이런 사례들을 알렸으며 회사 측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점으로 대표 표시 위치를 바꾸기로 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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