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食口 의미 되새기자] <하> 가족공동체 복원 위한 해법

  • 손선우,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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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3 07:22  |  수정 2016-05-03 07:26  |  발행일 2016-05-03 제5면
직주근접형 신도시 인천 송도…저녁 식당가 어딜가도 가족 손님
20160503
가정의 달을 맞아 2일 대구시 동구 퀸벨호텔에서 열린 방촌 경로잔치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공연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업무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살고 싶은 건 누구에게나 간절한 소망이다. 야근과 회식이 일상이 되다시피 한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일과 학업에 지쳐 삶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가족과의 ‘식사’는 달콤한 여유가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가족과 밥 한끼 먹는 것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는 어려운 세태로 급변했다.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저녁이 있는 삶’을 갖기 위해선 우리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국내외 다른 도시의 사례를 통해 해법을 찾아 본다.

출퇴근·교육·문화 30∼40분내
가족중심 삶에 직장문화도 바꿔
회식은 보통 밤10시면 거의 끝나

◆직주근접형 도시 인천 송도의 밤

가족이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하는 모습은 드라마에서 으레 등장하는 장면이다. 반면 현실은 녹녹지 않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한 데 모여 식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대부분의 도시 거주자들이 겪고 있는 공통점이다.

인천 송도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직주근접(職住近接)형 도시로 만들어진 송도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저녁을 보내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통근 시간이 짧은 만큼 여가 시간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삶의 질이 높아지는 이상적인 도시 형태를 띠고 있는 것.

이 같은 가족 단위의 라이프 사이클은 ‘가족 중심’ 문화를 만들고 있다. 집에서 직장·학교·공원·식당·문화시설 등이 모두 걸어서 30~40분 이내에 위치해 가족 구성원 전체가 하나의 생활권을 공유한다.

삶이 가족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직장문화도 바뀌었다. 회식 횟수는 줄었고, 회식시간도 보통 밤 9~10시면 끝난다. 인근 식당들도 밤 10시면 대부분 문을 닫는다.

식당가에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사람들로 붐비고, 공원에서는 아이와 공놀이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아빠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지난해 송도로 이사온 이상희씨(여·31)는 “대구에서 회사를 다녔을 땐 잦은 회식 등으로 귀가 시간이 항상 늦었는데 지금은 가족과 저녁을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지난 10여년간 인구 10만명의 도시로 성장한 송도의 모습이다.

방경곤 대구학부모역량개발센터장은 “어른과 아이가 한 탁자에서 식사하는 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교육’이다.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올바른 인성을 기르게 된다”며 “핵가족화에 따른 의식의 변화로 가족의 저녁식사는 어려운 점이 많다. 지자체와 교육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식 대신 커피 한잔 ‘피카’

북유럽의 스웨덴에선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가 있다. 스웨덴어로 커피(kaffi)를 뒤집어 말하던 직장인들의 속어에서 시작한 피카(fika)다.

스웨덴 사회에선 회사 동료와 회식하는 문화가 거의 없다. 대신 동료들과 커피 한 잔을 즐긴다. 커피를 마시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직장 문화로 자리 잡았다.

피카는 직장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스웨덴 사람들에게 가장 행복한 피카는 주말이나 퇴근 후에 가족과 함께 나누는 피카다.

피카의 진짜 매력은 바쁜 도시 생활에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부모의 일 때문에 스웨덴에서도 아이들과 부모가 평일에 함께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의 절대량보다는 ‘함께하는 시간의 질(質)’을 강조한다. 함께하는 시간이 짧더라도 아이에게 행복하고 인상적인 경험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퇴근 후와 주말의 피카는 아이와의 행복을 키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스웨덴의 경우처럼 ‘저녁 있는 삶’은 단순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도 저녁이 있는 삶은 주어진 환경보다 가족 구성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백경숙 경북대 교수(아동복지학과)는 “가족의 식사시간은 단순히 밥만 먹는 시간이 아니다. 여러 연구에서 부모와 소통이 잘 되는 아이들이 집 밖의 사회관계도 잘된다는 결과가 있다”며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식사자리를 만들어야 부모자식간 소통을 늘릴 수 있다. 또 식사자리에서 부모가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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