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2016] 청송 국가지질공원 Geo-tourism <3> 지각의 기억 저장소 ‘송강리 습곡구조’

  • 류혜숙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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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3   |  발행일 2016-05-03 제13면   |  수정 2021-06-17 16:33
깊은 바위주름 휘어지고 굽이치고…영겁의 세월이 차곡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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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리 습곡은 청송군 파천면 송강마을의 동쪽, 용전천 기슭을 따라 펼쳐져 있다. 무인기 드론으로 촬영한 송강리 습곡 일대 전경.

 

깊고 선명하고 촘촘한 주름들이다. 이들은 휘어지고, 꺾이고, 굽이치고, 기울어져 흐른다. 이렇게 단단한 것이 이토록이나 주름지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과 얼마나 많은 사건이 있었던 것일까. 청송 파천면 송강리 마을의 동쪽, 용전천 기슭에 주름진 바위들이 있다. 바위라기보다는 바윗돌처럼 단단한 지층의 피부라고 하는 것이 옳다. 한반도 땅은 선캄브리아기 이후부터 중생대 동안 몇 번의 엄청난 지각 변동을 겪었다. 송강리에서 볼 수 있는 지표면의 주름들은 그러한 지각 변동이 남긴 ‘경험의 형상화’이고, ‘그 시간의 저장소’다.


한반도, 몇차례 엄청난 지각변동 겪어
송강리 지표면 주름은 ‘경험의 형상화’
용전천 기슭을 따라 170m가량 드러나

암석 입자가 줄무늬로 배열된 변성암류
단층운동 등으로 복잡하게 변형된 모습
지역 지질명소 중 습곡의 종합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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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리 습곡은 지층이 양쪽에서 미는 힘을 받아 휘어진 지질구조로, 지각변동을 거치면서 새겨진 지표면의 주름처럼 보인다. 한반도의 지구조 운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되고 있다.
 

 

#1. 파천면 송강리 습곡 

 

청송의 남쪽 부남면에서 발원한 용전천(龍纏川)이 굼실굼실 북쪽으로 향한다. 천은 파천면 송강리에 이르러 갑자기 서쪽으로 크게 굽이돌아 곧 반변천과 합류한다.

용전천은 청송군 내에서 유로 연장이나 유역면적이 가장 큰 강으로 파천면을 관통해 송강리를 가로지른다. 옛날에는 파천(巴川) 혹은 파질천(巴叱川)이라 했다. 그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긴 뱀과 같은 모습 때문이 아닌가 싶다. 면의 이름도 천의 옛 이름에서 왔다. 현재의 이름은 광복 이후 하천 지명을 정비하면서 붙인 이름으로 추정되는데, 청송읍 용전천변에 있는 용전암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용전천이 서쪽으로 큰 반원을 그리며 곡류하는 남쪽에 송강마을은 골무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천의 심한 사행이 만들어놓은 충적층이다. 정리되지 않은 밭들은 제 각각의 모양으로 펼쳐져 있고 천변의 야생 초지가 밭의 가장자리를 소복이 감싸고 있다.

마을의 남쪽에는 해발 500m가 채 안 되는 천마산 자락이 흘러내려오는데, 활엽수들이 우세한 완만한 경사면에 작은 밭들이 일구어져 있다. 국도변에서 바라보면 그리 높지 않은 산들로 둘러싸인 작은 분지로 보인다. 용전천 물길도 보이지 않고 집도 거의 보이지 않아 가까운 밭만이 사람 사는 곳임을 알려준다.

용전천을 가로지르는 송강2교를 건너 송강1리 마을회관으로 향하는 오른쪽 곳티길로 들어간다. 옛날 자연마을이었던 곳티는 길의 이름으로 남아 기억되고 있다. 마을회관을 지나 오른쪽으로 굽어들어가면 송강마을의 동쪽 천변에 닿는다. 그곳에 송강리 땅의 ‘오래된 주름’이 용전천 기슭을 따라 약 170m 드러나 있다. 지질학적 명칭은 ‘습곡’이다. 비교적 익숙하게 알고 있는 명칭이지만, 실제로 보이는 것은 기묘하고 역동적이고 깊고 촘촘한 주름이다.

#2. 노두에 기록되어 있는 3번의 습곡 3번의 관입 1번의 단층

송강리 일대의 기반암은 선캄브리아기 변성암류인 호상 편마암, 화강암질 편마암, 석회규산염암과 그를 관입하는 동시대의 화성암류인 화강편마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낯선 이름이지만 약 5억4천만년보다 이전에 화성암이나 퇴적암이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새로운 암석으로 변한 것으로 생각하면 쉽다. 이 중 송강마을의 기반암은 석회규산염암과 화강편마암이다. 석회규산염암은 석회질의 암석이 변한 것이고, 화강편마암은 화강암이 변한 것이다.

변성암의 구조적 특징이 바로 주름이다. 학계에서는 구성 입자들이 줄무늬로 배열된 것을 엽리(葉理), 광물입자가 변형되어 선상으로 늘어선 가는 주름을 편리(片理), 편리의 재결정작용으로 엽리가 약해진 것을 편마(片麻) 구조라 한다. 송강마을의 기반암에는 편리상 내지 편마구조상의 엽리구조가 발달해 있는데, 우리가 실제로 볼 수 있는 것은 휘어진 주름, 끊어져 어긋난 주름, 사이에 뭔가가 끼어든 주름 등 복잡하게 변형된 다양한 모습이다. 이는 기반암이 지각의 깊은 곳에서 지표면으로 상승하는 동안에 경험한 습곡작용, 단층운동, 암맥의 관입작용 등과 같은 지각변동과 변성작용의 기록이다.

습곡은 지하 깊은 곳에서 지층이 양쪽에서 미는 힘을 받아 연성변형에 의해 휘어진 지질구조를 말하고, 단층은 지표면 근처에서 외부의 힘을 받은 지각이 취성변형을 일으켜 두 개의 조각으로 끊어져 어긋난 지질구조를 뜻한다. 암맥은 지하 깊은 곳의 마그마가 기반암의 갈라진 틈으로 관입해 굳어진 것이다. 송강리의 지질 표면에 기록되어 있는 복잡 다양한 구조는 3회의 중첩된 습곡 작용과 관입시기를 달리하는 3회의 산성 암맥들의 관입작용, 그리고 1회의 단층운동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 한다.

#3. 습곡의 종합 선물세트

송강마을이 겪은 습곡과 관입은 먼저 일어난 변형작용에 의해 형성된 구조 요소들이, 후에 발행한 변형작용에 의해 형성된 구조 요소들에 의해 절단되거나 습곡되었다. 즉 첫 습곡작용 이후 첫 암맥의 관입과 둘째 습곡이 일어났고, 이후 둘째 암맥의 관입과 셋째 습곡이 일어났으며, 그리고 셋째 암맥의 관입이 일어났다. 습곡과 관입이 마치 돌림노래처럼 발생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압축력에 의한 역단층이 일어났다.

중첩된 작용에 의해 변형은 더욱 다양해졌다. 개방, 밀착, 등사, 층간, 중첩습곡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습곡구조와 역단층구조, 소시지처럼 잘록해져서 연속되어 있는 부딘구조와 암맥, 그리고 Z자형의 비대칭 습곡 등 당기고 밀고 저항하는 힘들에 의해 생성된 다양한 형태의 지질구조 등 송강마을에서 볼 수 있는 각양의 주름은 ‘습곡의 종합 선물세트’라 할 수 있다.

한반도는 선캄브리아기 이후 신생대 이전까지 적어도 네번의 지구조운동을 경험했다.

첫째는 고생대 말에서 중기 초에 일어난 ‘송림조산운동’으로 평안남도를 중심으로 분포해 있는 고생대의 지층이 습곡을 받았다. 둘째는 중생대 쥐라기에서 백악기에 걸쳐 일어난 ‘대보 조산운동’이다. 이는 한반도의 지형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현재와 같이 복잡한 지형특색이 나타났다. 셋째는 전기 백악기의 ‘청마리 지구조운동’으로 중부 옥천 지방을 중심으로 백악기 퇴적분지를 형성시켰고, 그 이후에 발생한 것이 ‘금강 지구조운동’으로 습곡을 수반하는 단층운동이었다.

송강마을의 변성암류에 발달한 습곡작용과 암맥의 관입작용은 한반도의 지구조 운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된다고 한다. 작은 구조를 통해 큰 구조를 이해하는 유추의 방법론일 것이다. 선캄브리아기의 변성암류는 청송군에서 송강리에 소규모로 분포하며, 청송의 여러 지질명소 중 시대와 성인, 그리고 암석 분류상 변성암에 해당하는 유일한 지질명소다.

글=류혜숙<여행칼럼니스트·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초빙연구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드론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참고문헌=△양승영, 지질학사전, 교학연구사, 1998 △황상구, 2015, 청송국가지질공원 추가지질명소 개발 및 인증조건 보완, 청송군 △한국지명요람, 건설부국립지리원, 1982 △국토지리정보원 △경북지명유래집
공동기획 : 청송군

☞ 여행정보
청송읍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진보, 어천리 방향으로 간다. 

파천면사무소 지나 왼쪽 송강2교를 건너 오른쪽 곳티길로 들어가면 송강마을이다. 

청송한지체험장 가람공방은 송강교 앞 송강장로교회 골목길로 들어가면 된다. 

체험비는 5천원에서 1만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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