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세 할아버지의 장수비결은 매일 ‘만보 걷기’

  • 김점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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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4   |  발행일 2016-05-04 제13면   |  수정 2016-05-04
김천시 평화동 고재수 할아버지
매일 7㎞이상 걸으며 건강 관리
화목한 가정이 주는 행복도 한몫
6남3녀 자식밑으로 손주만 45명
101세 할아버지의 장수비결은 매일 ‘만보 걷기’
오는 25일 101번째 생일을 맞는 고재수씨가 김천의 한 공원에서 손자와 산책을 즐기고 있다.

“아버지, 오래 오래 사세요.”

김천시 평화동에 살고 있는 고재수 할아버지는 올해 101세이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하루 두 차례 동네 일대를 산책하는 게 그의 일상이다. 그냥 걷기만 하는 게 아니다. 동네 노인정을 비롯해 김천역, 김천 일대 전통시장 곳곳을 누비며 스스로 건강을 지키고 있다. 하루 평균 7㎞ 이상 만보 걷기를 실천하며 장수의 표본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11년까지 전북 전주시에 살았던 할아버지는 아내 홍성순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식들 사이에선 깊은 슬픔에 빠진 아버지가 곧 어머니를 따라 갈 것 같다는 탄식과 신음이 나올 정도였다.

이때 할아버지의 셋째 아들 진석씨(66)와 며느리 김영애씨(62)가 나섰다. 당시 철도공사에서 퇴직해 김천에 둥지를 틀고 있던 아들 진석씨는 아버지를 모시겠다고 형제들에게 말했다. 형제들과의 협의 끝에 할아버지의 김천행은 그렇게 이뤄졌다. 고씨의 김천 생활은 큰 전환점이 됐다. 김천 삼도봉 등 명산을 아들과 함께 다니며 아내가 떠난 빈자리를 차츰 메워갔다.

동네에서도 고재수 할아버지의 인기는 대단하다. 100세까지 사는 남성이 매우 드문 탓에 그는 동네 어디를 가든 대접을 받는다. 물론 할아버지는 이런 주위의 관심이 때론 부담스럽다고 한다. 지나친 배려가 오히려 할아버지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것. 진석씨는 “아버지는 하루 만보 이상을 걸을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면서 “며느리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주로 밖에 나가 이웃들과 함께 무료 급식을 드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장수 비결은 또 있다. 화목한 가정이 주는 행복감이다. 6남3녀를 둔 그에겐 손주만 45명이나 된다. 설이나 추석 땐 평소 받은 용돈을 모두 손주들을 위해 써야 할 만큼 집안이 북적인다. 지난해 100세 장수 잔치 땐 동네 주민까지 모두 초청해 음식을 나눠 먹었다. 축하금 100만원은 지역 대학에 장학금으로 기부까지 했다. 그의 자녀들 역시 이미 60세가 넘어 경로 우대를 받지만 할아버지에겐 언제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쁜 자식일 뿐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자식에게 더 많이 주고 싶어한다.

진석씨는 아버지의 건강 관리를 위해 특별한 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의 삶 자체가 장수의 전형적인 모범 사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엔 등산보다 동네 산책 위주로 건강관리를 한다고 한다. “어버이날엔 저희 집으로 모든 식구가 오죠. 자식과 손주까지 70명에 달하는 식구가 한 집에서 아버지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이웃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조촐한 행사를 열 계획입니다. 아버지 오래 오래 사세요.”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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