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김부겸 당선자 브레인役 이진수 보좌관

  • 백경열
  • |
  • 입력 2016-05-04 08:19  |  수정 2016-05-04 08:19  |  발행일 2016-05-04 제29면
“유세 첫날 유권자들 먼저 다가와 인사해 승리 예감”
20160504

“유세 첫날, 승리를 예감했습니다.”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국회의원 당선자(대구 수성구갑) 캠프에서 선거운동 전략을 수립하는 ‘브레인’, 기획실장 역할을 맡았던 이진수 보좌관(55)은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이 보좌관은 1994년 보좌관 세계에 발을 들인 후, 올해로 23년째 ‘숨은 조력자’ 역할을 맡고 있다. 김부겸 당선자와는 1999년부터 인연을 맺어왔는데, 지난 19대 총선 때도 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다.


“자신이 의원 됐다는 심정으로
보좌관도 지역구 사정 밝아야”



이진수 보좌관은 “심리적으로 이번이 19대 때보다 더 어려웠다. 당시에는 지는 걸 각오하고 왔다면, 이번에는 ‘지면 다 죽는다’는 절박함으로 임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선거운동 내내 비장감이 감돌았던 캠프여서일까. 이번 선거에서 김 당선자는 올 1월부터 각종 언론사에서 27차례나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모두 이겼다. 그럼에도 보좌진은 안심할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 보좌관은 “대구는 다른 지역과 달리 ‘숨어있는 여당표가 10%’라는 말을 들어왔다. (여론조사에서) 앞선다고 마음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며 “18% p 정도는 이겨야 실제 투표에서 약간 이길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건 3월31일, 공식 선거운동 첫날부터였다.

이진수 보좌관은 “많은 유권자가 유세차량 주위에 몰려 들어 명함을 받고는 밝게 인사해 주셨다. 50대 남성도 쭈뼛거리면서 다가오고, 주부들은 당시 김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며 “수도권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 공식운동 첫 날부터 벌어지는 것을 보고 ‘질 수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번 4·13 총선 과정에서 빚어진 여권 내부의 파행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새누리당 공천 파문 등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김부겸 당선자가 대구에서 내리 세 차례 도전하는 모습이 ‘필요조건’이었다면, 새누리당 내 이번 사태는 ‘충분조건’이었다”고 비유했다.

이어 “대구시민 상당수가 화가 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후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를 했지만,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며 “기대라는 게 주고받는 것 아니겠는가. 마치 ‘맡겨둔 표’를 내놓으라는 것만 같아 지역민들의 마음이 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3년차, 어느덧 국회 보좌관 집단의 맏형이 된 이진수 보좌관. 그는 그동안 국회에서 느낀 소회를 담아 지난해 ‘보좌의 정치학’이라는 책을 펴 내기도 했다.

이 보좌관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점점 이 직군을 회사원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동지가 아니라 장기판의 말쯤으로 생각하는 국회의원도 많은 것 같다”며 “보좌관들은 정무 업무뿐만 아니라, 자신이 국회의원이 됐다는 심정으로 지역구 사정 등에도 밝아야 한다. 보좌관의 역할은 전체 국회의원 중 ‘키울 만한’ 3분의 1 정도의 국회의원을 찾아, 실제로 그를 키우는 데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