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센터 어린이 태우고 해피트레인 달려요”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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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5 07:20  |  수정 2016-05-05 07:20  |  발행일 2016-05-05 제4면
퇴직 앞둔 기관사·여객전무
이정욱·권춘섭씨 재능기부
150명 초청 포항으로 여행
“아동센터 어린이 태우고 해피트레인 달려요”

“40여년간 코레일에 근무하며 고객에게 받은 사랑을 어떤 형태로든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어떤 봉사를 할까 고민하다가 어린이들을 위해 기차를 몰기로 했죠.”

‘제94회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경부선 동대구역에서 만난 코레일 대구본부 이정욱 지도운용팀장(58·운전3급)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기차 운전밖에 없다”고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6일 동료 권춘섭 여객전무(58·사무영업 3급)와 함께 ‘해피트레인’ 열차의 운전대를 잡는다.

‘해피트레인’은 코레일 대구본부의 사회공헌활동사업으로 소외계층에 열차여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봉사 프로그램이다. 특히 퇴직을 앞둔 기관사나 승무원들이 보수를 받지 않고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한다.

권 전무와 이 팀장은 철도고등학교 출신으로 1976년 1·7월에 각각 코레일에 입사했다. 열차 기관사와 여객전무 등으로 40년 넘게 코레일 대구본부에서 동고동락해 온 이들은 오는 6월 함께 퇴직한다.

이번 ‘해피트레인’ 열차는 ‘어린이날’을 맞아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저소득층 어린이 150여명을 초청해 포항으로 여행을 다녀온다.

행사에 드는 예산 500여만원은 모두 코레일 대구본부 직원들이 ‘매칭그랜트(직원이 내는 기부금만큼 기업도 후원금을 내는 제도)’ 방식으로 모은 기금으로 충당된다.

해피트레인 열차는 매주 금요일 운행되는 ‘경북바다열차’(동대구~포항)의 객차 4량 중 3량을 활용해 운영된다. 행사 당일 열차 운전은 이 팀장이, 어린이를 비롯한 승객의 안전은 권 전무가 책임진다.

여행은 포항에 있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로봇박물관,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를 견학한 뒤 영일대해수욕장을 둘러보고 대구로 돌아오는 당일치기 일정이다.

코레일 대구본부 사회봉사단과 국군수송사령부 제2철도수송지원대 장병들도 여행에 동참해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할 계획이다.

이 팀장은 “열차 운전대를 처음 잡았을 때만큼 설렌다. 기차를 타러 온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인사를 할까. 어떤 안내방송을 할까 며칠째 고민 중”이라며 “열차를 안전하게 운행할 테니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고 마음껏 즐기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권 전무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며 “기차를 타고 바다도 구경하고, 로봇 등 첨단과학기술을 견학하면서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보였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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