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프라임사업을 보며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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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5   |  발행일 2016-05-05 제31면   |  수정 2016-05-05
[영남타워] 프라임사업을 보며

건국 이래 최대 대학지원 사업이라는 교육부의 프라임 사업 최종 결과 발표가 났다. 선정된 전국 21개 대학 중에서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모두 5개의 대학이 혜택을 보게 돼 대학 도시로서의 대구·경북의 위상을 새롭게 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 조정이라는 긴박한 교육현실에서 정부가 미래 수요에 맞춰 대학교육을 개편하라며 대학당 연간 최대 150억원의 당근을 던진 것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수요가 별로 없는 전공분야의 정원을 감축하여, 미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로 증원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학의 집중 분야의 성격을 분명히 해달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 이에따라 대학들은 특성화 분야를 명시하며 작게는 70명에서 많게는 535명까지 정원 이동을 하여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대학의 정원이동은 인문사회계열 정원의 축소와 이공계 정원의 증원으로 나타났다. 인문사회 인력에 대한 미래 산업의 수요가 없다고 예측한 것이다. 결과를 두고 보면 정부가 이번 프라임 사업을 통해 이른바 ‘문사철’의 몰락을 공인하고, 그 흐름에 맞춰 대학을 개편해달라고 대학들을 유인한 것이다. 미래 사회수요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이 부분에서 프라임 사업은 계획발표시점부터 논란이 됐다. 사업을 준비하는 적지 않은 대학들에 분란의 불씨를 제공했다. 중앙대를 비롯하여 많은 대학에서 학내 분규가 끊이지 않은 것은 프라임 사업을 위한 정원조정의 미명 하에 벌어진 특정 학문분야 축소와 폐과, 정원 축소 등에 있다.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대학의 자율성 문제, 대학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정부도 이런 반발을 의식하여 인문학 지원 사업인 코어 사업, 프라임 사업 선정 대학의 인문학 투자의무화 등의 장치를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방향 자체가 왜곡되어 있어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많은 대학은 교육과정을 공학에서의 모형처럼 정밀하게 구성해 놓았다. 그 이유는 대학, 학과가 원하는 인재상이라는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다. 성격은 다르지만 대부분 학교, 학과마다 ‘창의적 전문인재양성’을 표방하며 세밀하고 구체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어 놓았다. 효율성을 위해 점점 시스템화되어 가는 현대사회의 공학적 설계가 대학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교육이 공학화하면서, 교육은 투입과 산출로 계산되기 시작했다. 투입은 당연히 대학의 교육과정이다. 많은 대학과 학과들은 아주 논리적으로 체계적으로 교육 목적에 맞게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있다. 투입이 있으면 산출이 있어야 한다. 교육공학에서 산출은 교육의 결과를 산술화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드러난 결과가 없으면 교육의 효과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등장한 교육의 결과가 ‘취업률’이다. 특정 대학, 특정 학과에서 아무리 좋은 교수가 좋은 교육과정을 통해 좋은 교육을 한들 졸업한 학생들이 제대로 취업하지 못하면 결과는 없는 것이다. 그것도 해당 전공분야의 번듯한 기업이나 기관이 아니라면.

이런 사고가 지배하다보니 대학도 학생들의 취업을 위한 교육에 몰두한다. 아무리 창의성과 인성을 앞세우더라도 당장 취업할 수 있는 기능인을 양성하는데 집중한다. 교과과정도 그렇게 구성되어 간다. 그걸 우리 정부가 조장하고 있고.

얼마 전 뉴스보도에 미국의 작은 기독대학이 아이비리그 대학들보다 더 많은 세계적인 과학자를 배출했다는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이 대학은 그저 학생들에게 성경을 중심으로 인문학만 집중적으로 가르쳤다고 한다. 프라임사업을 바라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은경 주말섹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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