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신뢰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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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5   |  발행일 2016-05-05 제31면   |  수정 2016-05-05

최근 오미자에 대한 상반된 뉴스 두 가지가 언론에 보도됐다. 첫째는 우리나라 오미자의 대명사인 문경오미자 공동 브랜드가 9년 연속 대한민국 친환경농산물 부문 대상에 선정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미자 관련 제조업체 대표가 제품의 유통기한을 고쳐 검찰에 구속됐다는 소식이다. 전자는 깨끗한 먹거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었지만 후자는 반대로 불신감을 키운 행위였다. 몇 년 전에도 오미자 제품에 색소를 사용하다가 적발된 일이 있었다. 다만 오미자 제품의 특성상 유통기한 조작이나 색소 사용이 인체에 해를 끼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소견이기는 하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생각과 행동이다. 믿었던 제품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선택의 손길을 거두는 것이 소비자의 행태다. 결국 얄팍한 상술로 이득을 챙기려다 다른 건전한 업체나 업계 전체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기(史記)에 나오는 이목지신(移木之信)은 ‘위정자(爲政者)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고사성어다. 전국 시대 진(秦)나라의 재상이 백성들이 법을 믿고 지키도록 하기 위해 법을 어긴 태자를 처벌하는 사례를 보여주자 조정을 믿고 따랐다고 한 것에서 유래한다. 그만큼 신뢰를 쌓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다.

반대로 양치기 소년같이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다. 더욱이 한번 잃은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란 불가능할 만큼 힘들다. 현 정부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것은 국민안전을 위해 반드시 척결해야 할 4가지 범죄로 규정해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 음식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는 대책이다. 오미자는 특성상 다른 작물에 비해 병해충이 거의 없다시피 해 농약사용이 원천적으로 적은 친환경 농산물이다. 주산지인 문경에서는 기존 농법에 의존하던 농민들이 혹시라도 농약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재배를 하지 않을 경우 지원을 끊는 방법으로 오미자의 친환경재배를 유도하고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고 있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이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은 농가나 제조업체 모두 금해야 한다. 사람끼리의 관계도 신뢰가 중요하듯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도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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