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글루미 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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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09 08:19  |  수정 2016-05-09 08:19  |  발행일 2016-05-09 제19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글루미 선데이

긴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사람들은 보통 긴 휴일을 보내고 나면 휴일 마지막 날 더 우울해 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우울한 일요일’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1933년 헝가리의 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가 실연의 슬픔에 노래 하나를 작곡합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연주하던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연주 중에 자살을 하는 등, 헝가리에서 이 노래를 듣다가 자살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 결국 180여명이 목숨을 스스로 끊었습니다. 이에 헝가리 정부는 이 노래를 방송 금지곡으로 정하고 원본 악보를 태워 버렸다고 합니다. 이 노래가 바로 ‘자살의 송가’로 더 잘 알려진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란 곡입니다.

원제는 헝가리어로 ‘슬픈 일요일’이란 뜻의 ‘Szomoru Vasarnap(소모루 버샤르너프)’입니다. 이 노래에 저주가 걸려 있어 듣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자살을 하게 된다는 등 많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이를 바탕으로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바가 있습니다. 과연 정말 그럴까요. 사실 헝가리는 ‘글루미 선데이’가 알려지기 전부터 높은 자살률을 보이던 나라입니다. 현재까지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의하면 헝가리는 자살률에서 최상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높은 자살률의 원인으로 햇빛을 많이 볼 수 없는 헝가리의 축축한 날씨에서 찾기도 하지만, 공식 원인으로는 실업과 빈부격차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삶의 문제가 각박해지고 당장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 사회에 대한 복수와 자신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극단적인 선택의 전조로 늘 우울증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대 초반 청년기 우울증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대학입시, 군입대, 취업, 결혼, 다양한 인간관계 등으로 어깨의 짐은 점차 늘어가는데 길은 잘 보이지 않아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10대에서 벗어나 20대로 넘어오면서 젊은이들은 몸도 마음도 성장통을 겪습니다. 뇌 성장 관점으로 보면 정신적 성숙이 마무리되고 있으나, 아직은 세상과 맞설 준비가 되지 않은 미생의 시기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앞을 막아선 온갖 문제들이 유발하는 스트레스를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에 젊은이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으로 고통 받습니다. 실제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을 경험한 20대가 무려 38.9%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청년기에 겪는 불안감이나 우울감은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증상일 수도 있으나, 전문가들은 치료가 필요한 정신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때문에 대학입시, 군 입대, 취업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년이라면 빨리 정신건강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사회의 시선 때문에 치료 받을 수 있는 적기를 놓치게 되면 평생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가벼운 스트레스부터 털어내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마인드야말로 스트레스 해소의 출발입니다. 그리고 평소 자주 친구나 가족에게 수다를 떨어 자신의 스트레스를 털어놓는 훈련도 필요합니다. 수다를 통해 자신의 뒤죽박죽된 마음이 정리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좋은 꽃향기를 맡는 것도 좋겠죠. 향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행복한 기억과 감정을 돌려주는 추억창고의 열쇠이니까요. 문득 달력을 보니 6월초 월요일이 휴일인 연휴가 있네요 (엄청나게 긍정적인 마인드죠). 그 연휴는 ‘글루미 선데이’가 아니라 ‘해피 선데이’가 되겠네요. 자, 이제 우리 모두 다시 5월 한 달 열심히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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