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기자의 푸드로드] 부산편-상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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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3   |  발행일 2016-05-13 제33면   |  수정 2016-05-13
계단을 오르니 ‘식도락 별천지’
20160513
부산음식 근대화는 용두산공원 발치에 놓인 40계단 주변 원도심에서 시작됐다. 6·25전쟁 피란민들의 애환, 그리고 돼지국밥 한 그릇의 추억이 오롯이 새겨진 계단 주변에는 도심재생산 프로젝트로 각종 상징물과 커피숍 등이 모던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계단 중간 아코디언 악사상은 조각가 이현우의 작품.

먹방 다음은 쿡방. 그럼 쿡방 다음은? 식당을 축으로 한 ‘먹는방송(먹방)’, 셰프를 앞세운 ‘요리방송(쿡방)’ 등 지금은 기세등등하지만 조만간 ‘푸드방송’의 쨍쨍한 봄날도 곧 ‘동면기’로 들어갈 것 같다.

나는 요즘 바닷가 도시를 자주 기웃거린다. 동·서·남해 벨트의 주요 해안 도시의 별미식당과 지역 특산 식재료의 원형이 궁금해서다. 그걸 둘러싼 질펀한 이야기, 그 흐름을 이중환의 택리지 스타일로 정리해나가는 ‘로컬식객’도 눈여겨봐야 할 ‘식문화독립군’이다. 이제 ‘대한민국 식객열전’을 그려봐야 한다. 동시에 로컬 푸드스토리도 데이터베이스화 해야 될 것 같다.

도시마다 고유의 음식 이야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이야기를 집적시키지 못했다. 특히 목포, 강진, 하동, 부산, 울산, 영덕, 포항 등 강과 바다가 교차하는 지점에 놓인 해양도시는 내륙도시보다 더 물산이 풍부한 때문에 담긴 스토리도 더 농밀하고 재밌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발 푸드스토리의 중심축은 거의 주요 해안도시인 것 같다. 해양도시의 물산은 내륙 도시와 종횡으로 연결된다. 바다와 육지가 한식의 밑그림을 실시간으로 그려내고 있고 그걸 현장에서 기록해나가는 사람이 바로 ‘로컬식객’이다.

이제 나는 그들을 찾는 ‘푸드로드(Food road)’에 나선다. 그 길은 100세 인생을 맞아 우리 모두 문화자산으로 보호해야 될 ‘힐링로드’다. 맛있는 음식만 섬기는 세상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음식, 로컬푸드가 주인공이 되는 ‘푸드토피아(Foodtopia)’의 첫걸음이다.

푸드로드! 그 벅찬 첫 방문지로 부산을 찍었다. 부산은 미항(美港)이기 전에 ‘미항(味港)’이다. 돼지국밥, 부산어묵, 완당, 동래파전, 밀면, 비빔당면, 씨앗호떡, 기장짚불곰장어, 회국수…. 국내에서 가장 많은 푸드스토리를 갖고 있고, 그걸 문화관광상품으로 엮어내고 있다.

◆ 영화와 산복도로… 그리고 부평깡통시장

겨울과 봄이 교차하던 지난 2월 부산역. 기차에서 내리면서 갑자기 ‘부산의 수호천사는 영화’란 생각이 들었다. 부산의 맛은 영화란 필터를 통해서 소통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도시답게 부산 배경 영화가 연이어 대박. ‘친구’ ‘해운대’ ‘국제시장’은 부산의 홍보대사다. 부산의 관광파워를 동아시아에 알린 ‘클린업트리오’였다.

후속타가 또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다. 이로 인해 자갈치시장의 회가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국제시장 영화 때문에 부평깡통시장 씨앗호떡과 비빔당면, 오징어무침납작만두, 거인통닭, 푸딩 같은 물방울떡, 그릴콘의 일종인 하바나옥수수, 빵수프로 불리는 파네수프, 이가네떡볶이 등 이런저런 주전부리거리가 대박을 쳤다.

그뿐인가. 걷기 좋은 해안도로도 특수를 누린다. 2009년부터 진행돼 20개 이상 코스를 짠 갈맷길, 그중 영도해안산책로가 절경이다. 태종대 순환로를 포함하여 총 12.2㎞. 걷기족은 다들 부산과 동화된 제주 해녀가 야전군사령관처럼 버티고 있는 ‘중리 해녀촌’(중리 맛집 특화거리 내)에서 부산의 진미를 익히고 간다.

1964년 10월 송도~범일동 16㎞ ‘산복도로’가 태어난다. ‘산복’이란 산허리란 의미다. 2010년 산복도로 르네상스, 도심재생 프로젝트 일환으로 벽화 등으로 새롭게 리모델링을 했다.

제대로 조망하고 싶다면 국제시장 근처에서 일명 ‘로맨틱 롤러코스터’로 불리는 86번 데이트 버스를 밤에 타라. 산 중턱에서 뉴욕 맨해튼 부럽지 않은 부산만의 야경에 탄성을 질러 댈 것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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