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 옥외영업 허용, 그 후…옥상 문 열었더니 지갑도 열렸다

  • 박광일,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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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6 07:19  |  수정 2016-05-16 09:57  |  발행일 2016-05-16 제1면
“유럽관광지 온 느낌” 고객 반색
200곳 중 18곳이 영업·준비 중
옥상서 매출 절반 올리는 가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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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로마 등 유럽 대도시의 야외카페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옥상영업’이 대구 수성못 주변에서도 허용돼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수성못의 시원한 전경을 감상하면서 커피나 식사를 즐길 수 있어 특히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14일 오후 옥상영업을 하고 있는 수성못 주변의 한 커피전문점.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지난 14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수성구 두산동의 커피전문점 ‘커피스미스’ 수성레이크점. 인근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들로 1층 카운터가 붐볐다. 이들이 주문한 커피를 손에 들고 자연스럽게 향한 곳은 3층 옥상. 이 매장 옥상에는 수성못 전경을 한눈에 바라보며 음료와 다과를 즐길 수 있도록 원형 테이블 50여개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근처에서 열린 지인의 결혼식이 끝난 뒤 친구들과 함께 커피숍을 찾은 최모씨(여·33)는 “탁 트인 옥상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수성못 경치와 함께 커피를 즐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며 “마치 외국의 유명 관광지에 온 느낌”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화창한 날씨에 옥상이나 테라스에서 차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옥상영업’이 수성못의 명물로 떴다. 수성구는 지난달부터 수성못 주변 식품접객업소의 옥상영업을 허용하고 있다. 옥외영업의 범위를 ‘옥상’까지 확대한 것은 전국에서 수성구가 처음이다.

15일 대구 수성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대구시 수성구 식품접객업 옥외영업 시설기준 적용특례 고시’를 시행하고 있다. 고시는 수성못 주변의 식품접객업소가 옥상을 포함한 옥외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음식냄새와 연기 등으로 인한 각종 민원을 방지하기 위해 옥외 영업장의 조리시설 설치 및 조리는 금지했다. 실내 영업장에서 조리·가공한 음식만 제공할 수 있다. 또 안전을 위해 2층 이상 공간에서 옥외영업을 할 경우 추락 등 사고에 대비한 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그동안 식품접객업소의 옥외영업은 엄연한 ‘불법’이었다. 단, 기초지자체가 장소와 시설기준 등을 조례나 규칙 등으로 정하면 옥외영업이 가능하다. 이에 수성구청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수성못 일대의 옥상 및 옥외영업을 허용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음악분수쇼·야경 감상 주말 밤 ‘핫 플레이스’

신축 상가 다수 옥상영업 준비
음식 전용 엘리베이터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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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옥상영업을 하고 있는 대구시 수성구 수성못 주변의 한 식당. 유럽풍의 야외 카페 문화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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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유럽풍의 야외 카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옥상 영업이 허용되자 수성못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수성못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도 옥상영업을 반기는 분위기다.

현재 수성못 주변의 음식점 200여곳 중 18곳 정도가 옥상영업을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현재 신축 중인 상가들도 옥상영업을 염두에 두고 건물을 짓고 있다.

이제는 수성못에서 옥상영업을 하지 않으면 장사가 되지 않을 정도다. 수성못 동편 광장에 자리잡은 ‘카페 더 메드’는 아예 3층 옥상까지 음식을 실어나를 수 있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직원을 별도로 배치했다. ‘카페 더 메드’ 김기 대표는 “주말이면 옥상 테이블 60석이 꽉 찰 정도”라며 “매출의 절반이 옥상에서 나온다. 옥상은 우리 가게의 보물”이라고 말했다.

수성못의 아름다운 야경도 ‘옥상영업’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들안길 삼거리에 있는 레스토랑 ‘산따마르게리따’는 낮보다 밤에 옥상이 붐빈다. 이곳 3층 옥상은 수성못 분수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분수는 매일 오후 1시와 4시, 저녁 8시와 밤 9시에 30~40분씩 모두 4차례 운영된다. 특히 저녁엔 화려한 조명과 레이저, 음악이 어우러진 영상·음악 분수쇼가 펼쳐진다.

‘산따마르게리따’ 관계자는 “2층 커피숍에서 음료나 간단한 스낵 등을 구입해 옥상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다”며 “주로 영상·음악 분수쇼가 열리는 저녁 시간대에 옥상이 붐빈다.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손님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수성못은 주변에 주택가가 적어 민원 발생 가능성이 낮고 야외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어서 옥상을 포함한 옥외영업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옥상영업을 하는 업소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옥상영업이 수성못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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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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