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1번지 생생스토리] 초등돌봄교실 ‘돌봄전담사’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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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6 07:45  |  수정 2016-05-16 07:47  |  발행일 2016-05-16 제16면
숙제 지도부터 옷차림까지…엄마의 마음으로 보살핀다
20160516
대구 도원초등(위)과 동곡초등 돌봄교실에 참여한 학생들이 돌봄전담사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학부모와 소통 연결고리 역할 충실
“사랑·헌신으로 행복한 공간 만들터”


초등돌봄교실은 2014년 전면 확대된 후 현 정부가 도입한 최고의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돌봄교실은 초등학교 내에 마련된 별도 교실에서 방과 후부터 아이들을 돌봐주는 제도다.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의 자녀를 위해 방과 후 학교에 마련된 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을 돌봐주는 시스템이다. 오후 5시까지 또는 밤 10시까지 실시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돌봄교실의 학부모 만족도는 무려 96.5%다. ‘학교 안 또다른 선생님’ ‘아이들의 또다른 엄마’라 불리고 있는 돌봄전담사를 만나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동곡초등 김정애 돌봄전담사

대구 동곡초등 돌봄교실에 근무하고 있는 김정애씨(48)는 7년차 돌봄전담사다. 결혼 후 자녀를 양육하던 평범한 주부였던 김씨는 취미생활로 배운 종이접기를 활용해 지역문화센터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되면서 방송통신대에서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 대구남부초등을 거쳐 현재 이 학교에서 돌봄전담사로 근무하고 있다.


김씨는 처음에는 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고백했다. 주부로 지내다 사회에서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됐다. 하지만 돌봄전담사가 하는 일은 다른 직장의 일과 달랐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주고, 이야기를 들어 주고, 격려해 주고, 숙제 지도하고, 알림장을 챙기는 등 평소 자녀들에게 하던 것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학생 수가 내 가정보다 좀 더 많다는 정도였단다.

김씨는 돌봄 아이들에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대하기로 마음먹고, 아이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하고, 아이들의 발달과정에 따라 다른 행동 특성을 이해하면서 지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김씨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숨겨져 있던 나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고, 돌봄교실 아이들 덕분에 나날이 젊어지는 느낌이다. 돌봄전담사는 아이들을 사랑과 헌신으로 보살필 수 있는 전문직이다. 아이들로 인해 내가 행복해질 뿐 아니라 나를 찾아가고 발견하면서, 자녀를 두 번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려움도 있다. 학교가 위치한 곳이 도시 속 농촌이어서 다문화가정과 조손가정의 비율이 높아 돌봄전담사와 학부모 간 소통이 제대로 안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알림장을 잘 적어도 가정에서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그래서 김씨는 숙제를 반드시 돌봄교실에서 하도록 지도하고, 다문화가정 학생 아버지에게는 따로 문자를 보내 준비물을 알려주고 있다.

아이들 간식도 김씨가 직접 만든다. 통상 4~5시간 돌봄교실에 있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간식 만들기는 김씨의 주 특기다. 농촌지역의 특성을 살려 제철음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고구마 쪄먹기, 전통 떡 만들기, 사과잼 만들기 등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먹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모두 한가족 같은 정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김씨는 “올해도 돌봄교실에 귀엽고 예쁜 아이들이 많이 들어 왔다. 이 아이들은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마음으로 돌봄교실이 더 따뜻하고 행복한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원초등 문화숙 돌봄전담사

대구 도원초등 돌봄전담사 문화숙씨(43)는 2009년부터 이 일을 해오고 있다. 문씨는 아이들을 좋아해 직접 어린이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돌봄교실을 찾아 오는 학생들의 까만 눈과 마주하면서 지내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고등학생인 아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평소 돌봄교실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돌봄교실은 아이들에게 오카리나를 꾸준히 지도하고 있다. 돌봄교실 2학년 학생들은 모두 오카리나를 연주할 수 있다. 보통 학생들은 학원에서 별도로 악기를 배우고 있지만, 돌봄교실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관련 교육을 받는 것이다.

문씨는 아이들의 엄마처럼 일한다. 학생들이 집에 갈 때 옷차림까지 챙겨준다. 가정 형편 때문에 늦게 하교하는 아이들이 못내 안타까워 차림이라도 단정하게 입혀 보내고 싶은 엄마의 마음에서다. 특히 여학생들은 머리를 묶거나, 땋아서 깔끔하게 손질해준다. 집에 갈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빗을 들고 문씨 앞에 앉는 것이 일상이다.

문씨의 이런 정성으로 맺어진 인연도 있다. 2011년 돌봄교실에서 만난 A군의 할머니다. 할머니는 A군의 돌봄교실 참여가 끝난 후 찾아와 직접 짠 참기름 한병을 내밀었다. 할머니는 부모 대신 손자를 키우고 있었는데, 문씨의 남다른 보살핌이 고마웠던 모양이었다. 당시 문씨는 A군에게 읽기, 쓰기 지도를 직접 했고 학교 알림장까지 챙겨 학교생활을 무리없이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왔다. 중3이 된 A군은 요즘도 문씨에게 문자를 보내 친구들 얘기나 진학 상담을 한다.

문씨는 돌봄교실이 방과후수업의 연속이 아닌 편안한 휴식의 시간과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고의 돌봄은 아이들에게 안식을 주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를 믿고, 마음 놓고 직장에서 일하는 학부모님들을 생각한다. 또한 해맑은 미소로 안기는 아이들에게서 새로운 기운을 얻어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게 우리 모든 돌봄전담사들의 공통점이 아닐까한다. 앞으로 힘이 있을 때까지 아이들과 같이 있고 싶다”고 전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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