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곤충의 한살이 관찰하며 생명과 따뜻한 정을 배워요”

  • 최은지
  • |
  • 입력 2016-05-16 07:47  |  수정 2016-05-16 07:47  |  발행일 2016-05-16 제18면
관찰일지 함께 쓰며 토론
애벌레가 죽자 슬퍼하고
번데기, 나비 되도록 염원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곤충의 한살이 관찰하며 생명과 따뜻한 정을 배워요”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선생님, 지금 번데기가 생겼어요! 잎처럼 초록색이에요!”

서윤이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교실 한 구석에 놓아둔 배추흰나비 사육 상자 쪽으로 아이들이 와르르 몰려듭니다. 관찰을 해보라고 미리 놓아두었던 돋보기를 들고 들여다보려는 친구도 있고, ‘배추흰나비야, 정말 잘했어’ 하고 박수를 쳐주는 친구도 있습니다. 금세 교실이 행복해집니다.

3학년 친구들의 과학 교육과정에는 동물이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거치고 성장하여 자손을 남기고 죽을 때까지의 과정인 동물의 한살이를 알아보는 영역이 있습니다. 관찰 가능한 곤충을 선택하여 동물의 한살이 관찰 계획을 세우고, 직접 기르면서 관찰하는 가운데 학생들은 생명이 연속하여 이어지고 있음을 이해하게 되지요.

따뜻한 봄맞이 프로젝트로 동물의 한살이 단원을 먼저 들어간 우리 반 친구들 모두 얼마나 배추흰나비를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조사를 해보니 생각보다 먹이를 고르는 기호가 까다롭고, 먹는 양도 많아서 걱정하는 기색으로 반 아이들에게 혹시 한 잎씩이라도 케일이나 배추, 양배추를 가지고 올 수 있는지 물어보니 모두가 손을 번쩍 들어, 그 모습이 귀여워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바로 다음 날 자기 손바닥만 한 배춧잎 두 잎을 씻어 비닐 팩에 꼭꼭 싸와서 제게 내밀던 서은이의 예쁜 마음을 보면서 아이들이 생명과 함께 따뜻한 마음을 배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추흰나비의 알이 들어 있는 케일 화분이 각 반에 두 개씩 온 날부터 우리 반 뒤쪽은 항상 꼬마 생명과학자들로 붐비게 되었습니다. 관찰일지는 모둠에서 네 명이 돌아가면서 쓰기로 결정하였는데, 반에서 같이 관찰일지 양식을 만들어보면서 어떤 내용을 관찰하면 좋을지 열띤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케일 잎 뒤편에 붙은 노란 알, 꼬물거리는 세 마리 애벌레들에게 할 말을 적는 칸도 만들었습니다. 조금은 과학적이지 않아도 친구들이 얼마나 알과 애벌레를 소중히 생각하는 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애벌레의 먹이 활동이 조금 시들해짐을 느꼈습니다. 곧 움직임도 없어졌지요. 자세히 보았더니 기생파리나 기생벌의 피해를 입은 것 같았습니다. 한 마리는 어디 갔는지 알 수도 없었고요. 이 소식을 들은 아이들이 얼마나 슬퍼하던지, 몇몇 친구들이 너무 많이 만져보아서 그렇게 된 거라는 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반 친구 중에서 아무도 애벌레가 죽기를 바란 사람은 없잖아? 얼마나 끼고 있었는지 선생님이 아는 걸.”

제 말에 친구들은 하나 같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다들 너무 애벌레를 좋아했어.” 한 친구가 말을 꺼내기도 했지요. 사실 반의 대부분 친구들이 이 신기한, 통통하고 보들보들한 애벌레를 만져보았을 겁니다. 보들보들한 감촉을 느껴보기도 하고, 꾹꾹 눌러보기도 했겠지요. 사실 꼭 그것 때문에 죽었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저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반에 주어진 생명이 아직 더 남아 있잖아. 알들이 아직 안 깨어났으니 정말 책임을 가지고 사랑으로 키워볼까요?”

친구들은 모두 정말 그렇게 하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주먹을 꼭 쥐고 다짐하는 귀여운 녀석도 있었지요.

지금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없어졌던 애벌레 한 마리가 케일 잎에 달라붙어서 초록색 번데기가 되었습니다. 번데기에게 일지를 쓰면서 정말 예쁜 배추흰나비가 되어서 훨훨 날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우리 반 친구들이 수도 없이 전하고 있고요. 옆 반의 번데기는 벌써 배추흰나비가 우화해 방생도 해 주어서 아이들은 더욱 우리 반 번데기의 우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란 알을 깨고 나온 새로운 애벌레들이 케일을 갉아먹으면서 자라나고 있기도 합니다. 친구들이 관찰하는 태도도 훨씬 더 조심스럽게, 마음을 다해서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작은 배추흰나비가 우리 반 친구들에게 생명을 배려하는 마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르쳐준 것 같습니다. 얼마나 소중한 배움인지 모릅니다.

대구시교육청에서는 올 한 해 인성교육의 한 방법으로 녹색환경 체험교실, 자연생태 탐구교실, 곤충생태관 체험 등 생명존중의 자연체험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자연체험을 통해 환경과 자연에 대한 이해는 물론 감수성을 증진시키는 교육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작은 생명과 마주하면서 대구의 아이들은 생명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배워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견숙<경북대사범대 부설 초등 교사>

기자 이미지

최은지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