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재정 통해 공동발전” 찬성 VS “지방자치 본질 훼손” 반대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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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8   |  발행일 2016-05-18 제5면   |  수정 2016-05-18
‘지방재정 개혁안’ 놓고 지자체간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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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재정제도 개편 저지를 위해 수원지역 시민과 단체 등 9만여명으로 구성된 ‘세금지키기 비상대책추진협의회’의 발대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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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발표한 ‘지방재정 개혁안’을 두고 지방자치단체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세수(稅收)가 많은 도시지역 ‘부자’ 지자체는 정부안 철회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농어촌지역의 ‘영세’ 지자체들은 정부안 지지를 선언하며 맞서고 있다. 정부 개혁안은 재정력이 좋은 시·군의 재원을 재정력이 낮은 시·군에 분배해 지역간 재정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2018년부터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의 50%를 도세(道稅)로 전환하고 광역 시·도가 기초 시·군에 나눠주는 조정교부금 배분 형식을 바꾸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 ‘영세’市·郡은 시행 촉구
법인지방소득세 50% 道稅 전환
조정교부금 배분 기준 가운데
인구 비율↓ 재정력 비율↑ 지지

◇ ‘부자’市·郡은 철회 주장
왜 지방정부에만 부담 떠넘기나
재원확보 노력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배분해서는 안된다

◆법인지방소득세 격차 최고 1천500배

17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법인지방소득세 세수 1위와 꼴찌 지자체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지방소득세는 기업이 연간 소득의 1.0∼2.2%를 사업장이 있는 지자체에 내는 세금으로 현재 전액 시·군세다.

2011년 경기도 용인시와 경북 영양군의 법인지방소득세 격차는 639배였지만, 지난해 화성시와 경북 울릉군의 차이는 1천510배로 벌어졌다. 또 화성시가 지난해 3천23억원, 구미시가 933억원의 법인지방소득세를 각각 거둬들인 반면, 울릉군과 영양군 등은 연간 3억원이 안됐다.

행자부 관계자는 “경기도 지역에는 삼성전자와 기아차, 현대차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 사업장이 있다”며 “삼성전자는 지난해 수원시에 1천775억원의 법인지방소득세를 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있는 경기도 화성시와 용인시도 이 회사로부터 각각 1천680억원, 850억원을 각각 거둬들였다. 정보기술(IT) 업체가 밀집한 판교 테크노밸리가 있는 성남시는 네이버로부터 100억원,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스마일게이트로부터 74억원을 걷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처럼 돈 잘 버는 기업을 끼고 있는 일부 지자체와 달리, 대부분의 시·군은 정부 교부세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지자체간 재정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법인지방소득세를 도세로 전환해 그 일부를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시·군에 나눠주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에 경기도 일부 지자체가 집단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안대로 시행되면 총 8천억원가량의 수입이 줄어 지자체가 재량권을 갖는 자체 사업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단체행동 나선 경기도 지자체

경기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지난 16일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염태영 수원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채인석 화성시장과 김진표·박광온·표창원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자주재원 확충 없이 지방재정 문제를 지방정부에만 떠넘기는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을 반대하며 국회 내에 지방재정특위를 구성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국회와 협의 없이 시행령 개정으로 지방교부금 개정을 강행하려는 정부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여야 공동으로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기로 했다.

법인지방소득세가 상대적으로 많이 걷히고 있는 구미시, 포항시, 김천시 등 경북 일부 시(市)에서도 반발기류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특히 구미시의 경우 지방재정 개혁안이 시행되면 한 해 500억원의 법인지방소득세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안장한 구미시의회 의원은 지난 11일 지방재정 개혁안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이번 개편안은 자립도가 높은 지자체의 재정 여력을 줄이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지자체의 재원확보 노력 및 재정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 배분을 강제해 지방자치의 본질 및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건비도 해결 못하는 지자체 75곳

이에 맞서는 박노욱 봉화군수를 비롯한 전국농어촌지역 군수협의회 회장단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지방재정개혁 방안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2013년 독립세로 전환된 법인지방소득세는 크게 늘어났지만 특정 지역에 편중돼 시·군간 세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 개편안대로 50%를 공동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노욱 봉화군수 역시 “전국 자치단체의 공동발전과 재정균형을 위해 정부가 이번 제도개선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지자체의 지방재정확충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군수협의회에 따르면 재정자립도 하위 20개 농어촌지역 군(郡)의 재정자립도(전체 예산규모에 대한 자주재원의 비율)는 10% 안팎에 불과하다. 게다가 전체 기초지자체 226곳 중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75곳이나 된다. 군위군, 의성군, 청송군, 영덕군, 고령군, 청도군, 예천군, 봉화군, 울릉군 등도 이에 포함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오는 23일 전국 부시장·부군수들이 참석하는 지방재정 전략회의를 열고 이르면 6~7월 중에 개편안을 시행할 방침이어서 찬반 논쟁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행자부 “일부 市 독식 구조 바꿔야”

한편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의 도세 전환의 핵심인 조정교부금은 시·군을 통해 징수된 도세의 일부로 재원을 마련해 인구(50%), 재정력(20%), 징수 기여도(30%)와 같은 기준에 따라 도내 각 시·군에 나눠주는 것이다.

정부는 가난한 지자체가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교부금 배분기준 가운데 인구 비율을 낮추고 재정력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또 재정이 좋아 정부의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경기도 성남·용인·수원·과천·화성·고양시)들이 조정교부금으로 낸 돈의 90%를 가져가는 조례도 폐지된다.

법인지방소득세의 경우 정부는 시·군이 ‘독식’하는 구조가 기초지자체간 재정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보고, 기업이 낸 세금의 50% 정도를 도(道)가 걷어 재정이 안 좋은 시·군에 나눠 주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 도내 23개 시·군 재정자립도
 (단위:백만원,%)
자치단체 자체수입 예산규모 재정자립도
구미시 376,982 852,000 44.25
포항시 415,615 1,180,200 35.22
경산시 189,116 615,000 30.75
경북본청 2,002,297 6,603,800 30.32
칠곡군 100,277 371,000 27.03
김천시 163,296 632,000 25.84
경주시 222,151 868,000 25.59
영주시 115,436 500,000 23.09
문경시 88,486 445,000 19.88
영천시 93,592 534,500 17.51
울릉군 25,723 148,300 17.34
고령군 43,500 259,382 16.77
울진군 58,295 365,406 15.95
청도군 44,676 284,600 15.70
성주군 46,438 304,000 15.28
안동시 105,502 697,000 15.14
상주시 78,672 563,000 13.97
영양군 28,846 212,700 13.56
영덕군 40,306 298,251 13.51
의성군 54,910 417,000 13.17
청송군 30,131 253,300 11.90
군위군 30,484 270,357 11.28
예천군 35,402 325,990 10.86
봉화군 26,458 274,400  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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