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도 이런 동화같은 우승 이뤄낼까요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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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8   |  발행일 2016-05-18 제25면   |  수정 2016-05-18
무명 선수로 이뤄진 레스터시티
끈끈한 조직력 바탕 EPL 우승
시민구단 벤치마킹 사례로 충분
20160518
17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우승한 레스터시티가 우승 축하 카 퍼레이드를 했다. 이 행사에는 시민 24만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한 레스터시티가 17일 우승 축하 카 퍼레이드를 했다. 시민 24만명이 참석했다. 레스터의 인구가 33만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레스터 주민 3분의 2가 카 퍼레이드에 몰려온 셈이다. 정말 엄청난 열기다. 국내 축구팬 입장에선 부럽기 짝이 없다.

당초 우승 확률이 5천분의 1에 불과했던 레스터시티의 챔피언 등극은 ‘기적’이나 ‘동화’로 표현된다. 동화 같은 일이지만, 승부세계에서 ‘이변’이 존재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레스터시티의 우승은 대구FC에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와 K리그 챌린지(2부리그)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지만, 승부가 무조건 ‘돈’에 의해 좌우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구는 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이다. 많은 돈을 들여 좋은 선수를 사오기 어려운 형편이다.

레스터시티도 철저히 무명 선수들의 힘으로 우승을 일궈냈다. 레스터시티 선수단의 총 연봉은 4천820만파운드(약 814억원)로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의 연봉(770억원)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게 고액의 몸값을 지불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첼시 등 부자구단에 일침을 놓은 레스터시티다.

물론 돈과 성적이 비례하지 않는 모습은 축구뿐만이 아니다. KBO리그에도 있다. 선수단 평균 연봉이 1위인 한화가 독보적으로 꼴찌를 달리고 있다.

대구는 레스터시티의 우승에서 ‘뭔가’를 얻어야 한다. 레스터시티는 개인이 아닌 조직의 힘으로 정상에 우뚝 섰다. 그 과정에서 제이미 바디나 리야드 마레즈 같은 스타가 나왔다. 처음부터 특정 선수에 의존한 게 아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다양한 전술을 통해 선수들의 투지를 끌어올렸다.

대구는 올해 선수단 구성을 전면적으로 바꿨다. 지난해 뛰었던 선수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새 얼굴들을 영입했다. ‘하나의 팀’을 추구하는 대구의 불안한 구석이다. 실제 일부 경기에서 잦은 패스미스 등 선수들의 손발이 잘 맞지 않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영진 감독이 풀어야 할 숙제다.

다행히 대구는 챌린지리그 초반을 잘 버티고 있다. 현재 5승4무(승점 19점)로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선두권을 질주하고 있다. 수비가 탄탄하게 받쳐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본’은 갖춰져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대구의 ‘조직력’이 챌린지리그 판도를 뒤흔들 변수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대구의 조광래 대표이사는 ‘힘들 때가 승부다’를 강조한다. 힘든 고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승부의 운명을 가른다는 의미이다.

대구는 지금 고비일 수 있다.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데 위안을 삼을 게 아니라, 좀 더 치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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