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의 법조이야기] 검찰 4월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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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8   |  발행일 2016-05-18 제29면   |  수정 2016-05-18

검찰·법원 출입 기자에게 4월은 늘 바쁜 시점이다.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는 대형 법조사건이 터지기 때문. 특히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 4월은 언제나 가장 ‘핫’한 법조 사건이 터져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2013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해 4월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댓글 개입 논란이 고발과 검찰 본격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은 팀장을 윤석열 부장검사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렸고 4월 말부터 국정원 직원을 소환 조사하는 등 본격적인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부장은 최선을 다해 수사를 진행했는데, 넘치는 열정이 검찰과 정권에 독이 되어 돌아왔다. 윤석열 부장검사가 같은 해 검찰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법무부·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증언한 것. 검사 동일체의 원칙(검사는 검찰권의 행사에 있어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하복종관계에 있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이었고, 윤석열 부장검사의 항명 파동은 검찰 주요 역사적 장면 중 하나로 남게 됐다.

2014년에는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사고가 터졌다. 4월16일 오전 발생한 끔찍한 사고는 대검찰청을 필두로 전국의 검찰을 수사 최전방으로 몰아넣었다. 당시 청해진 해운이 있던 인천지검과 사고가 발생한 진도를 관할하던 광주지검, 해운업체들이 몰려 있던 부산지검에 비상이 걸렸다. 그리고 변수가 발생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검찰 추적을 피해 잠적한 것. 검경에 비상이 걸린 사이 유병언 전 회장은 백골이 되어 발견됐고 검경의 수사력은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검찰이 자랑하던 특수통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책임을 지고 옷을 벗어야 했다.

지난해에는 정치인을 상대로 한 성완종 게이트가 펼쳐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가 해외 자원 개발에 들어간 일부 자금의 수상한 용처를 확인하고 있었는데 수사에 부담을 느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것. 유력 정치인들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은 것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던 그는 사망 당일 경향신문 이모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로비 정황을 폭로했다. 전화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주머니에 8명의 이름이 담긴 쪽지를 남겼다. 쪽지 하나로 시작된 게이트였다. ‘증거가 턱없이 부실하다’는 평과 함께 검찰은 성완종 특별수사팀을 꾸렸고 수사는 예상보다 성공적으로 흘러갔다. 목숨까지 걸고 억울함을 호소했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최단기간 총리 재임이라는 불명예를 남기고 물러나야 했고,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나란히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올해 4월에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발(發) 게이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임료를 놓고 최유정 변호사와 싸운 사실이 언론에 드러나면서 수면 밑에 잠자고 있던 법조 비리가 이슈화된 것. 수십억원대 수임료 논란과 함께 최유정 변호사가 구속됐고 홍만표 전 검사장 등 유력 법조인이 수사를 받을 상황에 놓였다. 현재 진행형인 이번 게이트는 정운호 대표가 고용한 브로커들이 검거될 경우 정치인을 향한 수사로 방향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왜 ‘4월의 법조’는 이리도 잔혹할까.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검찰 인사 시점을 우선 순위로 꼽는 법조인이 많다. 일반적으로 1월 중순, 2월초 인사가 마무리되는 검찰은 다음해까지 1년의 시간 동안 성과를 내야 한다. ‘뭔가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가장 넘치는 시기인 셈인데, 이때 외부에서 터진 이슈를 적극적으로 키워서 수사를 하다보니 그렇다는 풀이다.

특징적인 것은 앞서 나열한 4월의 대형 법조사건들이, 검찰이 애초에 첩보를 모아 준비해 온 수사가 아니라 돌발성 사건이라는 점이다.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미리 첩보를 모아 진행한 사건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정운호 대표 사건처럼 외부에서 의혹이 하나씩 제기되는 사건은 수사하기가 그만큼 더 힘들다”며 “성과를 내려는 검찰 입장에서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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