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리더십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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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8   |  발행일 2016-05-18 제31면   |  수정 2016-05-18

조선시대 성군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정조의 수원화성 축조를 둘러싼 관계자들의 리더십을 소재로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화성을 축조한 정조와 영의정 채제공, 병조참의 정약용, 수원 유수 조심태 등 4인의 한국형 리더십을 스토리텔링 형태로 풀어냈다. 수원화성은 개혁군주 정조의 개혁의 산물이자 조선 후기 실학정신의 정수가 담긴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스스로 최고경영자 역할을 맡았던 정조는 프로젝트 총괄자로 나이 많은 재상 채제공, 프로젝트 설계자로 전쟁 경험도 없는 31세의 정약용, 현장 책임자로 수원 사정을 훤히 꿰고 있는 조심태를 발탁하고 자신이 꿈꾸던 개혁 프로젝트 수원화성 축조에 나선다. 정조는 이 과정에서 개혁을 위해 정파를 초월한 실력위주의 인재등용과 백성을 살피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채제공도 고참 위주가 아닌 역량에 따라 승진시키는 인사정책을 펼쳐 축성의 효율성을 높였다. 자기계발과 실사구시의 철학을 실천한 다산은 뛰어난 설계와 공사실명제로 화성의 축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게 했다.

이 책의 결론은 각자 주어진 위치에서 알맞은 리더십을 발휘해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리더십은 현재에도 적용된다. 그 당시와 가장 달라진 정치제도는 직접선거로 뽑는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자치제도다. 하지만 지도자들의 역할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인사를 잘해야 하고 주민들을 섬길 줄 알아야 존경받고 표심을 얻을 수 있다.

이렇다 할 견제장치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인사전횡이나 독선적인 업무처리 등으로 곧잘 공무원사회나 지역 정가의 입방아 대상이 된다. 특히 혈연이나 학연, 지연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민선 자치단체장은 인사철만 되면 각종 청탁이나 압력에 시달린다. 쉽게 휘둘리지는 않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가 다반사다. 그렇더라도 지키지 못할 선심성 승진약속을 남발하거나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해서는 안 된다. 지도자들이 권한과 책임이 큰 만큼 말도 더 진중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뿐인 선심이 자신의 앞길을 막는 족쇄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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