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청년실업률에 목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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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8   |  발행일 2016-05-18 제31면   |  수정 2016-05-18
[영남시론] 청년실업률에 목매지 말자
최철영 (대구대 법학과 교수)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의 차이는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 데 있다. 전쟁에 나가서 화살을 맞는 것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다. 하지만 비범한 사람은 처음 화살을 맞고 난 뒤 그 이유와 이를 피하는 방법을 찾아내 다시 화살을 맞지 않는다. 우둔한 사람만이 처음의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고 다시 화살을 맞는다.

대구는 2003년부터 인구의 순유출로 인해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유출 인구의 60~70%는 20~30대 청년층으로 파악되고 있다. 청년인구의 감소가 10여년 동안 지속되었지만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매년 나빠지는 성적표를 받고 있는 현실은 답답하다. 정책의 실패로 10여년 동안 화살을 등에 맞았으면 거의 고슴도치 수준이다. 이 상황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청년대구 원년을 외치며 대구시 공무원들의 분발을 독려하고 있다. 청년이 떠나지 않고 꿈을 펼칠 수 있는 대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시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대구시 공무원, 그리고 대구시민 누구 하나 그런 마음이 없겠는가. 문제는 이를 풀어가기 위한 통찰과 대범함이다. 그리고 이를 시험하는 대구시의 뜨거운 현안은 청년실업이다.

청년실업의 가혹한 단면은 대학생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중 하나인 경찰공무원의 시험 경쟁률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올해 대구지역 순경 45명 모집에 3천299명이 응시해 평균 7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특히 여경은 2명을 뽑는데 644명이 지원해서 32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전체적으로도 대구지역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2014년 11.4%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0%에 이르러 2년 연속 두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심각한 대구지역의 청년실업률 지표로 인해 이를 해결하라는 지역의 요구와 여론이 비등하다. 이에 대응해서 대구시는 기존의 일자리를 더욱 좋게 만들고, 일자리 미스매칭을 해소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권영진 시장도 청년문제는 청년일자리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즉 “지역 기업을 청년이 선호하는 직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며,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청년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대구시 차원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에는 청년에 대한 통찰과 정책적 대범함이 부족하다.

청년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청년의 입장에서 보고 청년이 어떻게 미래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청년은 기본적으로 노는 것을 좋아한다. 놀면서 세상을 배울 수 있는 시기다. 학습하지 않고 창조한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사기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속히 일자리를 찾아 무엇인가를 생산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욕심일 수 있다. 성급한 일자리는 생계를 위한 돈을 벌도록 할 수는 있지만 미래를 위한 창조를 준비할 수 없게 한다.

‘청년도시 대구건설’이 단순히 일자리를 몇 개 더 만들어 청년들에게 노동을 하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의미가 아니라 놀고 즐기는 청년들을 통해 대구의 사회 분위기 자체를 젊고 역동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라면 우리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주어야 하고 이들의 객기에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한다. 당장의 청년실업률에 연연하지 않고 청년의 창조적 게으름을 인정하는 대범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에게 취업을 다그칠수록 청년은 좋은 일자리를 찾아 대구를 떠날 것이고 ‘청년’대구가 아닌 ‘어버이’대구는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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