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군 개장후 총 160억 지원…재정 숨통 틔우려다 숨통 막혀

  • 노인호,백경열,최보규,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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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0 07:06  |  수정 2016-05-20 10:50  |  발행일 2016-05-20 제3면
청도 소싸움장 딜레마-적자 실태
20160520
지난 주말 청도군 화양읍 청도소싸움경기장. 1만2천여석이 마련된 경기장 내부가 썰렁하다. 청도군은 소싸움 사업 활성화를 위해 매주 토·일요일 상설소싸움경기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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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소싸움은 지자체인 청도군과 민간사업자가 함께 진행하는 ‘갬블사업’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전통소싸움을 현대에 접목시켜 새로운 레저문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청도군은 소싸움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소싸움축제를 양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 왔고, 2011년에는 소싸움 전용경기장을 세워 주말마다 경기를 열어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소싸움경기는 청도군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았다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휴일불구 경기장 한산
1만2천석 규모에 400여명만 찾아
광장 둘러싼 가게도 문연 곳 없어

“적자이지만 홍보 효과 무시못해”
郡, 재정자립도 낮아도 혈세 투입
“주민들 대다수가 이런 상황 몰라”

군의회도 재정 부담 우려 목소리
“예산으로 해결한다는 논리 탈피를”



청도소싸움장이라는 이색적인 공간이 탄생한 지 올해로 6년째. 지금도 주말마다 싸움소들의 거친 숨소리가 경기장 안에 가득 차지만, 사업에 따른 수익성을 따지면 과연 성공적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영남일보는 이 사업이 2014년 11월 다시 시작되는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문제점과 원인 그리고 전망 등을 집중 취재했다. 우선 청도소싸움 사업의 현재와 그간 걸어온 길을 짚어봤다.

◆ 자연 속에 덩그러니 놓인 현대식 경기장…내부는 한산

지난 15일 오전 11시30분쯤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어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로 접어들자 흰 천막이 덮인 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도 한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크고 화려했다. 산과 농지 속에 덩그러니 놓인 현대식 경기장은 다소 생뚱맞은 듯 보였지만, 그 웅장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멋들어진 외관과 달리 썰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경기장 앞에 만들어진 널찍한 광장은 한산했고 이를 둘러싼 점포들은 텅 비어 있었다. 입점 가게는 한 곳도 없었다. 경기장 관리 직원은 “소싸움축제 때만 인근 식당 주인들이 점포를 빌린다. 평소에는 입점자가 없어 문이 닫혀있다”고 말했다.

경기장 내부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 이날 비슷한 시각, 1만2천여석이 마련된 경기장 한가운데에서는 싸움소 ‘팔범’과 ‘범창’의 힘겨루기가 한창이었다. 초반 수세에 몰리던 팔범이 범창을 공격하자 400여명의 관객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수백명의 함성보다 비어있는 좌석의 침묵이 더 크게 느껴졌다. 관람객은 가족 단위 나들이객, 그리고 한탕을 노리고 홀로 찾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 사업 매년 적자…‘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청도소싸움 사업이 좀처럼 성과를 못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도군이 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용 소싸움장까지 지었지만, 2011년 개장 이후 매년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방재정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시작된 소싸움경기 사업이 도리어 군 재정에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청도소싸움장을 운영하고 있는 ‘청도공영사업공사’에 따르면, 이들의 영업이익은 해마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청도공영사업공사는 청도군이 전액 출자해 만든 지방공기업이다.

공사 측이 밝힌 개장 이후 영업이익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청도공영사업공사의 영업이익 적자 폭은 해마다 적게는 21억2천800만원에서 많게는 49억4천900만원에 이르렀다.

연도별로는 △2011년 21억2천800만원 △2012년 23억5천만원 △2013년 34억7천600만원 △2014년 27억2천만원 △2015년 49억4천900만원 등이다. 모두 156억2천300만원의 영업이익 손실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청도군이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운영비 명목으로 청도공영사업공사에 지급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영남일보 취재 결과 개장 이후 지난해까지 청도군이 청도공영사업공사에 지급한 보조금은 무려 133억원(2011년 15억2천만원·2012년 37억원·2013년 25억원·2014년 25억원·2015년 30억원)에 달했다. 청도군이 공사 측에 지급한 보조금과 영업이익 적자 폭이 비슷한 수준이다. 청도군은 올해 역시 청도공영사업공사에 27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지역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청도)소싸움을 시행하면서 발생한 적자를 군 재정으로 메워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사정을 아는 주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소싸움장을 바라볼 때마다 서글픈 마음만 든다. 애물단지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사정이 이렇지만 최근 3년간 청도군의 재정자립도는 열악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청도군의 재정자립도는 경북도 23개 시·군 중 하위 여섯째에 해당한다. △2013년 11.61% △2014년 11.24% △2015년 12.46% 등이다. 부채 규모 역시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2012년 74억3천100만원이던 부채는 2013년 70억7천600만원으로 소폭 감소하는가 싶더니, 2014년 74억2천700만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실제로 청도소싸움장을 둘러싼 재정부담 우려는 그간 곳곳에서 제기돼 왔다.

2014년 청도소싸움경기장 재개장을 앞두고 9월 열린 청도군의회 본회의에서 변일규 의원은 “꼭 (경기장을) 개장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 군의 손실이 없도록 연구해야지, 개장하면 수십억원씩 (민간업자에게) 갖다줘야 하는데 왜 그쪽(개장)으로만 연구하느냐”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양정석 청도군의원은 “조금이라도 예산을 절감하고 소싸움경기장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지혜를 모으자는 얘기다. 고집만 부려서 우리가 (청도소싸움장을) 세웠으니까 예산 갖고 해야겠다는 논리에서 벗어나서 관광객들이 모일 수 있는 갬블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순현 청도군 농정과 소싸움장지원 담당은 “눈에 보이는 건 적자 상태지만, 지역 농가 등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다. 또 청도군을 홍보하는 효과도 무시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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