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보통사람의 위대함을 생각하며…‘경주 양동∼포항 덕동’ 개척 라이딩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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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0   |  발행일 2016-05-20 제38면   |  수정 2016-05-20
기계천 둑길과 잇닿은 농로들…두 바퀴의 풋풋한 흙 감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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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락당으로 인도하는 옥산서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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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산임도 중간지점에서 하늘 밑 산 아래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한 폭의 그림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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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유물에 비해 전시 공간이 비좁아 수장고 같은 덕동민속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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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리 새마을벽화 담장 앞에서 새마을운동발상지 방문 기념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경주 양동∼포항 덕동 70㎞ 라이딩
이동진 덕동민속전시관장 ‘오마주’
한뿌리 자전거문화기행 코스 개척

10명 대구서 안강까지는 차량 이동
독락당 배경 인증샷 후 첫 페달질
옥산임도∼문성리 지나 인비네거리
표지판 따라 기북로 달려 덕동마을
새마을 산증인 이 관장과 짧은 해후
귀갓길엔 양동마을∼옥산서원 순환

특별하게 가정을 챙기는 5월은 사회적으로 감사의 달이다. 경남에서 나고 자라 대구에 와서 살면서 틈틈이 경북을 여행하며 귀한 것을 배웠다. 큰 가르침과 깨우침은 사람으로부터 왔다. 원효, 고운, 삼봉, 회재, 퇴계, 수운, 해월 선생 등 겨레의 정신적 스승들께서 물려주신 대구·경북에 사는 보람은 세계 속의 수도, 서울 생활하고 바꿀 수 없다. 독학으로 점철된 나의 배움은 유명하되 무명으로 사는 사람으로부터 크게 신세를 진 셈이다. ‘하늘이 아끼고 땅이 감추어둔’ 오지산골 포항 기북면 오덕리에 사는 이동진 덕동민속전시관장(85). 나는 이언적 선생의 학덕과 새마을운동의 산역사를 이 촌로로부터 배웠다. 4월에 이동진 어르신을 기념하는 오마주 라이딩을 기획하여, 16일 경주 양동~포항 덕동 한뿌리 자전거문화여행이라는 70㎞에 이르는 중거리 라이딩을 한나절 즐겼다.

◆보통 사람에게서 나는 힘을 얻는다

경주 강동면 양동마을과 포항 기북면 덕동마을은 회재 이언적 선생 일족인 여강이씨의 세거지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행정구역상 갈려서 딴 곳이 되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양동마을과 덕동마을을 이어보려고 마음을 먹은 것은 평생 촌로로 살면서 보통 사람의 삶 가운데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이동진 선생에 대해 경의를 바치고 싶어서다.

승용차를 타고, 관광버스를 타고, 시외버스와 택시를 타고 여러 차례 찾아봤지만, 포항 기북면 덕동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보고 싶었다. 언제나 답을 주는 대경 자출사의 이노끼 번짱님께 안전하게 양동에서 덕동으로 가는 단축 임도코스가 없는지를 물었다. 자전거 길 박사답게 금방 오케이 하고 답을 줬다.

16일 10명의 라이더는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양동~덕동행 희망자전거를 탔다. 자전거 출발 명소인 만촌자전거공원에서 2대의 점프 차량에 나눠 타고는 안강으로 출발했다. 북영천IC에서 내려 28번 국도로 갈아타고 경주와 포항을 이어주는 어래산 아래 옥산임도가 있는 독락당으로 향했다. 날씨는 라이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딱 좋아!

경주 양동~포항 덕동 한뿌리 문화기행 점프 차량이 북영천IC에 도착하기 전 이동진 어르신께 전화를 걸었다.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으니 오지 말라”고 말렸다. 비를 맞을까봐 맑은 날 오라고 권유를 했지만, 대한민국 문화기행의 신기원을 이룰 경주 양동~포항 덕동 한뿌리 문화기행 코스 개척길에 오른 라이더들은 오후에 온다는 비에 안도하며 장도에 올랐다.

산행하는 이들에게 이 구간은 옥산 환종주 코스라 하여 ‘자도봉어’(자옥산, 도덕산, 봉좌산, 어래산)로 각인돼 있었다. 독락당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은 뒤 라이딩을 시작했다. 독락당을 등에 지고 옥산천을 가로질러 난 작은 다리를 건너자마자 ‘산불조심’ 현수막이 보였다. 시멘트로 포장된 옥산임도가 관계자 외에는 접근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서 있었다.

◆경주 양동과 포항 덕동을 자전거로 잇다

임도 초입은 초보라면 으악 소리 나올 정도로 가팔랐다. 이럴 줄 알았다면 정혜사지 13층 석탑 쪽으로 시운행하고 업힐에 나서는 게 순리일 것 같다. 옥산임도 초입에서 라이더들은 수그린 자세로 묵묵히 걷는 데 열심인 낙타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경주 안강 옥산리~포항 기계 학야리~봉좌산 낙동정맥트레일길로 나뉘는 분기점이 있는 옥산 임도 정상까지는 6㎞. 이제 학야리까지 4㎞ 거리 다운힐을 시작할 차례다. 힘들여 올라와서 순식간에 내리막으로 곤두박질할 땐 허탈하기도 하지만 고생과 즐거움이 정비례하는 자전거라이딩은 언제나 사필귀정이다.

자전거가 관광지 중심 여행으로는 만날 수 없는 ‘학야리’라는 곳을 마을 주민들 모르라고 빠르게 빠져나간다. 어래산과 성산이 이루는 계곡에 형성된 마을길을 벗어날 즈음, 이웃 동네 성계리 사이에 놓인 성학교에서 좌회전해서 기계천 둑길로 1.5㎞쯤 가니 조국근대화의 새벽종을 울린 문성리 새마을운동발상지 기념관이다.

문성리에서 최종 목적지인 기북면 덕동까지 가기 위해 인비네거리를 중간 이정표로 삼았다. 새마을 깃발 펄럭이는 문성교 앞에서 ‘봉좌마을·포항 승마공원’ 광고 게시대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기계천 소방도로로 주행하다, 고지교에서 우회전하여 횡단하자마자 새마을로 1782번길로 좌회전해서 평균속도로 주행하니 청송·죽장 도로표지판이 나온다. 뒤이어 ‘흥해-기계2 국도 건설공사’를 알리는 안전판이 조심해서 운행하라고 눈짓을 보낸다.

공사로 인해 좁아진 31번 국도에서 차량들은 최대한 배려의 운전을 하며 지나갔다. 전방과 측방에는 높고 크진 않지만 환장하게 아름다운 이름 모를 산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익산~포항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지가리 새마을로 일부 구간에서는 차 없는 국도라이딩을 즐길 수 있었다.

◆요양하러 왔다 눌러앉은 이동진 관장

역사적 경주 양동~포항 덕동 한뿌리찾기 자전거여행단이 인비네거리에 도착했다. 12시가 가까웠다. 좌측으로 인비교를 넘으면 영천 임고로 가고, 정면으로는 청송 죽장 가는 길, 오른쪽으로 기북 가는 익숙한 표지판이 반갑다.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게 하는 ‘자연속 건강마을 농산촌’ 주변경관들은 일행과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기계면 인비리와 기북면 대곡리 사이를 잇는 기북로는 자전거 아우토반처럼 고속주행할 기회를 열어놓지만, 20㎞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한다. 잘 닦은 10m 너비의 기북로로 1.5㎞ 거리를 달리니 대곡리다. 50m 단렌즈로는 눈앞에 펼쳐지는 관천리, 율산리, 용기리, 탑정리, 오덕리 일대의 정경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었다.

그 정점에 전국 아름다운 숲 전국 대상, 국가기록사랑마을, 국가명승에 빛나는 덕동문화마을이 있다. 젊은 날 병들어 양동마을에 요양하러 왔다가 눌러앉은 이동진 덕동민속전시관장은 1961년 새마을깃발의 원형 같은 ‘덕’자 깃발을 직접 디자인해 재건국민운동에 솔선수범 뛰어든 새마을운동의 산증인이며, 초가지붕 개량 100% 달성을 해냈던 새마을지도자였다. 그가 새삼 주목받아야 할 까닭은 전통문화 파괴의 주범으로 비판을 받는 새마을운동의 후과를 극복한 민속품의 보존에 앞장선 데 있다. 산골 어르신의 놀라운 혜안에 혀를 내두를 따름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이 사실을 알았다면 청와대로 초청해서 현장 새마을운동의 소통령이라고 치켜세우고 막사 이상을 차려주지 않았을까. 때문에 덕동민속전시관은 마을 별관이 아닌 대안새마을운동기념관으로 격상해서 보존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자연·역사·문화를 아우르는 여행의 백미

면소재지에 행사가 있어 동네를 비운 어르신께 다녀간다는 안부전화를 넣었다. 자전거가 덕동교를 넘어서기 무섭게 온유돈후한 어르신께서 달려왔다. 3분간에 걸쳐 기념촬영과 해후의 정을 나누고, 다음을 기약하고는 온 길을 돌아 기계면 소재지로 향했다.

기계파출소 옆 성진식육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양동마을로 향한다. 기계로와 새마을로로 이어진 31번 국도를 따라 내단1, 2교를 건너고 권가촌 식당 입간판을 지나 우회전을 하니 경주 양동 도로표지판이 등장한다. 기계천은 국도 31번을 따라 흐르는 오누이처럼 강동까지 따라왔다. 강동농협 달성지소가 있는 안현로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가니 달성교가 나온다.

기계천 둑길로 연결된 여러 농로를 번갈아타며 현풍, 강동 들녘과 처음 만난 산들을 눈요기하며 흙흙흙 위를 만끽하고 나니 콘크리트 안락교가 나타나줘서 안심시킨다. ‘강동소경’이라는 몇 장의 사진을 포토바이킹했다. 눈앞에 펼쳐진 경주 남산은 몽골사막의 알타이산처럼 느껴졌다. 몽골 토올치들처럼 ‘흐미’ 한 곡을 부르고 싶은데 콧바람만 날린다. 다시 안락교~양동교를 건너 단구안계길로 해서 안강교차로로 갔다. 우회전 68번국도 안현로를 이용해 구강서원·흥덕왕릉 표지판 왼쪽으로 난 길로 들어선다. 육통길이다. 흥덕왕릉에서 소나무 더불어숲 산대새터길~호계길~구부랑두림길~피일길 한동그린타운 안강유성타운 앞으로 난 논길을 타고 1㎞ 가니 차를 타고 만난 옥산서원길과 상봉한다. 10분 뒤 3㎞ 거리 독락당에 안착해 정혜사지 13층 탑돌이를 하고 덕동양동 한뿌리 자전거여행을 무탈하게 마쳤다.

독락당에서 출발하여 옥산임도로 새마을발상지 기념관이 있는 문성리를 거쳐, 덕동마을에 들렀다 양동마을과 옥산서원, 독락당으로 순환하는 코스는 유네스코문화유산에 등재해도 될 여행상의 발견이요, 자연·역사·문화를 아우르는 여행의 백미라고 자부한다. 주변 명소로는 독락당, 정혜사지 13층석탑, 옥산서원, 문성리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 덕동숲, 국가명승 용계정, 여연당, 애은당, 사우정, 포항 서숲, 학야리, 은천지, 신라 삼산이었던 어래산, 운주산, 침곡산, 자옥산, 도덕산, 봉좌산, 비학산, 기계천, 봉강재, 분옥정, 유네스코 양동마을, 구강서원, 흥덕왕릉 등 하루에는 도저히 다 둘러볼 수 없는 벅찬 곳이었다. 포토바이킹 1년 좀 지나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포토바이킹로드를 닦았다. 퇴계선생의 온유함을 간직한 이동진 덕동민속관장님께 감사의 정을 전한다.

인물 갤러리 ‘이끔빛’ 대표 newspd@empas.com

☞ 라이딩 코스

경주 안강 옥산서원(독락당)∼옥산임도∼학야리∼문성리(새마을운동발상지)∼포항 기북면 덕동마을∼기계천 둑길∼경주 양동마을∼흥덕왕릉∼옥산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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