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9세 노모와 83세 딸, 생이별 80여년 만에 재회

  • 입력 2016-05-21 10:25  |  수정 2016-05-21 10:25  |  발행일 2016-05-21 제1면

 16세 때 성폭행으로 임신한 딸을 출산 직후 입양시키고, 80년여 년간 가슴에 묻은 채 살아온 미국 위스콘신 주의 할머니가 100번째 생일을 앞두고 딸과 재회했다.


 20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위스콘신 주 남단 먼로에 사는 아일린 왜그너(99)는 지난달, 80년 이상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첫딸 도린 해먼(83)의 소식을들었고 며칠 후 직접 전화를 받았다.


 녹내장으로 시력이 약화됐고 무릎도 성치 않지만 기억력만은 또렷한 왜그너는 "수화기 저편에서 '엄마,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해먼의 목소리를 듣고, '내 아기가 무탈히 잘 살아냈구나' 하는 생각에 기쁨과 안도의 눈물이 차올랐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모녀는 2시간 거리에 있는 위스콘신 주의 두 도시에서 각각 살고 있었다.


 겨울 동안 플로리다 별장에서 지낸 해먼은 통화한 지 수일 만에 남편과 함께 생모 왜그너를 찾아와 생전 처음으로 '어머니의 날'을 같이 보냈고, 왜그너가 결혼해 낳은 남매와도 눈물의 첫 상봉을 했다.


 해먼은 "내 나이에, 살아있는 생모를 만났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을 표현했다.
 왜그너는 "살면서 단 하루도 딸을 잊어본 일이 없지만,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면서 당시 아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딸에게 들려주었다.


 왜그너는 16세였던 1932년, 위스콘신 주 그린베이 교외의 집 인근에서 동네 청년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
 그는 부모에게 사실을 숨기다가 발각된 후 미혼 임산부 쉼터로 보내져 아기를 낳았다.


 아기는 보호소에서 2년간 자라다 입양됐으며 왜그너는 이때 법원에서 아기 얼굴을 한 번 더 본 것이 마지막이 됐다.
 왜그너는 같은 처지의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으로 간호대학에 진학했고, 재학중 만난 남편 리처드에게 사실을 고백하고 결혼했다.
 그는 수출입사업을 하는 남편과 함께 요양원을 운영하며 살다 2006년 남편이 91세로 세상을 떠난 다음부터 혼자 지내고 있다.
 해먼은 밀워키 교외도시의 유복한 가정에 입양된 후 비교적 행복한 삶을 살았고, 다양한 경력을 거쳐 병원 의료정보관리사로 은퇴했다.
 모녀의 끈을 다시 이어준 건 해먼의 며느리 지닛 포스터였다.


 그는 해먼에게 들은 입양정보 몇 가지를 인터넷 검색창에 넣어 왜그너 남동생의 부고기사를 찾았고, 이를 통해 왜그너의 소재를 파악했다.


 포스터는 반신반의하며 전화를 걸었고, 왜그너는 처음엔 사기 전화인 줄로 생각하다 의심이 점차 환희로 바뀌었다.
 오는 29일 100번째 생일을 맞는 왜그너는 처음으로 세 자녀 모두의 축하를 한꺼번에 받게 됐다.


 미국 입양위원회(NCFA) 척 존슨 회장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입양부터 첫 재회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사례"라고 전했다.
 그는 "인터넷의 발달과 입양기록 공개에 대한 여론이 극적으로 변화하면서 가족재회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나, 어렵게 찾은 생부모가 이미 세상을 떠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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