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울산바위 의문의 남녀 백골 시신 '자살 추정'

  • 입력 2016-05-21 00:00  |  수정 2016-05-21
두개골 손상 없고 다리뼈 부러져 스스로 뛰어내렸을 가능성 커
타살 가능성 적고 '공포의 철계단'과도 무관…신원 확인 주력

 설악산 울산바위 전망대 인근에서 발견된 남녀 백골 시신 2구와 관련, 두 사람이 스스로 뛰어내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경찰이 신원확인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강원 고성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백골 상태 확인 결과 두 백골 모두 다리뼈가 부려졌다는 소견을 구두로 전달받았다고 21일 밝혔다.


 스스로 뛰어내리는 것처럼 인식하고 뛰어내리는 경우 중심을 잡으려는 경향이 있어 머리가 아닌 다리부터 착지한다.


 반면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떨어지면 중력에 의해 무거운 머리부터 먼저 떨어지기 쉽다.


 물론 아주 높은 고층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다.


 두개골은 남성의 것으로 보이는 것만 발견됐으나 턱 부위가 약간 손상됐을 뿐 심하게 부서지지는 않았다.


 여성의 두개골은 비나 바람 또는 산짐승에 의해 유실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두개골 상태가 나쁘지 않고, 약간만 부서진 것으로 보아 스스로 뛰어내렸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백골 시신이 발견된 곳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설악산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들도 밧줄을 이용해 이동할 정도다.

 

 경찰이 스스로 뛰어내렸을 것으로 보는 또 한가지 이유는 옷차림이다.


 여성의 옷차림은 검은색 가죽재질의 외투와 니트, 검정 계통의 면바지를 착용했다. 등산화가 아닌 '효도 신발'로 불리는 단화를 신고 있었다.


 남성는 셔츠와 청바지, 캐주얼 구두를 신었다.


 여성은 50대 후반, 남성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스스로 뛰어내리고자 결심한 사람이 굳이 등산복을 입고 오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대로 누군가 두 사람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고 하더라도 유기 장소로 적합하지 않고, 등산복을 입혀서 내던지지 이런 복장으로 유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게다가 높이 873m에 둘레만 4㎞에 달하는 울산바위 주변에는 높이 1.5m의 철제 난간이 설치돼 있다.


 두 사람을 유인해서 살해하려면 난간을 넘어가게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았을 거란 추정이다.


 경찰은 2012년 철거된 '공포의 808 철계단' 추락사도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공포의 808 철계단'은 울산바위 정상을 오르는 808개의 급경사 계단으로 1985년 설치됐으나 급경사에 비좁고 낡아 탐방객들이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이에 탐방객들은 기존의 등산로와 갈라져 좌측으로 우회하는 새로운 탐방로를 이용한다.


 백골 발견 지점이 울산바위 전망대에서 수직으로 30m 절벽 아래로 철계단과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지점은 전망대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탐방객들의 등산용품과 카메라 등이 빈번하게 떨어지는 지점과도 일치한다.


 경찰은 사인 규명을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으며 DNA를 통한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백골 시신인 탓에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늦가을 복장에 연령대 등으로 볼 때 모자(母子) 사이로 추정한다"며 "가출인이나 미귀가자 파악도 병행하고 있으나 아직 단서는 없다"고 밝혔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남녀 백골 시신은 지난 15일 오후 4시 30분께 고성군 토성면원암리 울산바위 정상 동남쪽 30m 절벽 아래에서 설악산국립공원 관리단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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