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새 30% 오른 한우 값…41%가 유통마진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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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4 07:12  |  수정 2016-05-24 09:10  |  발행일 2016-05-24 제2면
정책실패·구제역 탓 공급부족
소농 운영난에 줄폐업 악순환
복잡한 유통구조도 상승 주도
20160524

한우 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공급 부족에 복잡한 유통 구조도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3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현재까지 전국 한우 평균 도매가격(1㎏ 기준)은 1만8천331원으로, 2년전 같은 기간(1만3천965원)에 비해 31.3% 급등했다.

지난달 평균 도매가(1만8천863원)도 1년새 28.2% 올랐다. 등급별로 1++A(2만3천743원)는 26.8%, 1+A(2만1천773원)는 29.3% 증가했고, 2A(1만7천148원)도 29.8% 올랐다. 여기에다 지난 18일 충북 음성 축산물공판장에서 경매된 거세 한우의 21.5%는 낙찰가격이 1천만원을 넘었다. 체중이 800㎏에 육박한 점을 감안해도, 5마리 중 1마리의 값이 경차 한 대 수준을 기록한 셈이다.

한우 값이 치솟는 것은 우선 공급이 부족해서다. 2012년 정부가 암소 감축사업으로 320만마리를 도축했고, 사육 두수가 급격히 줄어 현재 한우 값 폭등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 올 1분기 전국에서 사육되는 한·육우는 259만6천마리로, 정부에서 보는 적정사육 두수(280만마리)에 비해 7.3% 모자란다.

사육 농가 수도 급격히 줄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지난해 한·육우 사육 농가 수는 2만888가구로, 2014년(2만3천243가구)에 비해 10.1% 감소했다. 지난 3월 집계된 사육가구(2만394가구)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3% 줄었다.

소농들이 운영난으로 줄줄이 폐업하면서 송아지 가격이 오른 점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달 농협 축산정보센터가 집계한 전국 가축시장 수송아지(6~7개월) 평균 가격은 363만1천원으로, 3년 전(170만원)에 비해 2배 넘게 올랐다. 군위에서 거세 한우를 키우는 조모씨는 “2~3마리씩 키우던 소농이 구제역 등을 거치면서 많이 폐업하는 바람에 송아지 번식 수가 줄어 가격이 몇 년 새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한우가 시장에 공급되기까지 임신 기간을 합쳐 최소 3년 이상 소요된다. 10개월 만에 시장에 나오는 돼지와 달리 공급의 탄력성이 떨어져 수급조절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우 값이 가파르게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돌아오는 몫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게 축산농가의 얘기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지난해 상반기 축산물 유통실태를 통해 소고기 유통 비용률이 41.5%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소비자가 낸 소고기 값 1만원 중 4천150원은 원가에 얹힌 비용이라는 것.

전국한우협회 경북도지부 관계자는 “축산농가에서부터 공판장, 가공업체 등 중간단계가 7~8개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며 “중간유통 마진이 세다 보니, 그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소비자와의 직거래가 더 나은 방법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암소를 키우는 하모씨(대구시 동구 둔산동)는 “직거래를 하려해도 유통 관련 허가 등 각종 규제가 너무 많다. 또 직거래를 위해 냉동 차량 등 고가의 장비를 갖춰야 하는 점도 영세농가로선 쉽지 않은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에 농협은 최근 축산물 직거래 활성화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직거래 판매장인 ‘한우프라자’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 경북농협 축산사업단 관계자는 “지난 18일 청도점을 개장하는 등 경북 19개 축협 가운데 18곳에서 한우프라자를 운영 중”이라며 “중도매인을 거치지 않아 소비자 가격을 낮췄다. 수익보다는 조합원의 원활한 출하를 돕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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